한국당·바른미래 등 北 선박 국정조사 공조…정개특위長 뺏긴 정의당도 與에 경고

여야 5당 대표들이 1일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열린 초월회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여야 5당 대표들이 1일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열린 초월회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달 28일 자유한국당이 조건 없는 상임위 전면 복귀를 선언하며 파행 84일 만에 가까스로 국회가 정상화됐지만 여전히 원내 상황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중과 달리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당은 돌아오자마자 북한 어선과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무단 수정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며 벌써 일부 사안에 대해선 다른 야당들과 공조에 나서려는 모양새고,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이끌어낸 합의안으로 인해 졸지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잃게 된 정의당도 여당에 책임을 묻는 등 격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지난달 30일 즉흥적으로 성사된 남북미 3국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란 호재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당장 우군이 없다시피 한 상황이 되어버려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4달 만에 5당 대표 모두 모였지만 與 성토장 된 초월회

원포인트 합의 이후 처음 참석한 황교안 대표를 포함해 약 4달 만에 주요정당 대표가 모두 모여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1일 ‘초월회’에선 오랜만에 서로 마주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을 향한 불만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먼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처리해야 할 현안은 산적한 반면 가까스로 정상화된 임시국회의 회기는 18일 밖에 남지 않아 애초 합의에 따라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며 한국당을 향해 “예결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지만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우리 당도 하루속히 국회를 정상화시켜 민생 현안들을 하나라도 더 챙기고 싶은 마음이지만 국회의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선 여당 결단이 필요하다”고 즉각 응수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지난 3월 초월회에 처음 참석한 자리에서 여야 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길 바라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거나 불통정치가 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자는 부탁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며 “우리 당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가면서 무조건 국회에 돌아오라고 하는 건 제1야당을 다루는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연동형 비례제 처리를 위해 여당에 비교적 협조적이던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군소정당들마저 국회 정상화 합의 결과에 따른 정개특위 위원장 교체로 인해 민주당에 날선 반응을 보였는데, 당장 위원장직을 잃게 된 정의당에선 이정미 대표가 “국회를 정상화하면서 비정상적인 방법이 동원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현 상임위원장을 당사자는 물론 해당 정당에 양해도 없이 교체하는 것은 다수당의 횡포이고 상대 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민주당을 몰아붙였다.

이 뿐 아니라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도 “저도 강한 유감을 표한다. 지난해 12월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지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며 “정상화되는 마당에 정개특위, 사개특위가 사실상 무력화, 실종된다면 정상화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마저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칙으로 움직이지만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소수 이익을 대변하는 게 참된 민주주의의 미덕”이라며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그걸 심상정 위원장에게 다시 양보하는 결단을 보여주길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손 대표는 자신의 제안을 민주당에서 실제 수용할 가능성엔 회의적인 듯 초월회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개특위 받아서 정의당 심 위원장에게 주라고 했는데 (민주당이) 듣겠나”라고 속내를 밝혔는데, 상당부분 민주당이 소수정당에 유리할 연동형 비례제 등의 선거제를 위한 정개특위보다는 청와대에서도 관심을 두고 있는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해 사개특위 위원장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박지원 평화당 의원도 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현재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석수가 과반 넘는다. 무난히 통과되리라 본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혁명의 산물로 태어난, 국민들이 요구하는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은 거의 못해 (민주당에서) 사개특위 위원장을 선택하리라 본다”고 사개특위 쪽을 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다 보니 정의당에선 민주당에 상당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데, 1일 상무위원회의에서 윤소하 원내대표가 “기본원칙과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도 없이 한국당의 떼쓰기에 끌려다니면 개혁 전선은 와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고, 같은 날 정호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서도 “심 위원장에게 사전 교감과 협의도 없는 일방적인 해고”라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 與와 갈라선 야권? 北 선박 국정조사·남북미 회동에도 온도차

바른미래당이 1일 남북미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존재감을 지적하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바른미래당이 1일 남북미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존재감을 지적하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한 발 더 나아가 외교안보 현안 등에 있어서도 야권과 여당 사이에 일부 온도차가 느껴지고 있는데,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있었던 남북미 3국 정상의 만남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까지 문 대통령의 존재감 문제를 지적하면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먼저 한국당에선 황교안 대표가 1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어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우리나라 안전에 대해서도 형식적 의지조차 표하지 않는 등 철저하게 자국 안보에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스로 안보·국방을 챙기지 못한다면 북한의 통미 전술과 미국의 자국우선 사이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나경원 원내대표까지 “미북 정상에 기댄 소극적이고 수동적 자세가 대한민국과 국익의 셀프 패싱을 자초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문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렸다.

또 바른미래당에선 바른정당 출신도 아닌 손학규 대표조차 1일 최고위에서 “대한민국이 배제된 한반도 프로세스 결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만에 하나라도 북한의 핵무기와 중단거리 미사일을 우리 머리 위에 지고 살게 된다면 그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지적한 데 그치지 않고 초월회에서 참석해서도 재차 “문 대통령은 역할도, 존재감도 없었다”고 혹평을 퍼부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북한 선박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에 대해서도 공조에 나선 모양새인데, 나경원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한 뒤 국정조사 요구서를 공동 제출키로 합의한 데 이어 한국당이 국정조사를 추진하려는 또 다른 사안인 교과서 무단수정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오 원내대표는 “아직 논의한 바 없으나 저희도 국정조사에 대한 입장을 갖고 있으니 이후 추가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공조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오 원내대표는 이날 앞서 열린 당 최고위 회의에서도 “야권이 요구하고 있는 북한 목선 귀순 은폐·조작 사건과 교과서 무단 수정 사건 등에 대한 국정조사 일정이 추가로 합의돼야 하고 경제원탁토론회 일정과 의제 또한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며 한국당과 같은 논조로 여당을 압박했었는데, 일각에선 이전과는 다른 바른미래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민주당과 함께 했던 패스트트랙 공조에서 이제 이탈하겠다는 전조 아니겠느냐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 민주당, 지지율마저 안심하기는 일러…野와 공조 회복 가능할까

2019년 6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일간 지지율 변화 추이 ⓒ리얼미터
2019년 6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일간 지지율 변화 추이 ⓒ리얼미터

설상가상으로 지지율 역시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인데,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지난 24~28일 조사해 1일 발표한 2019년 6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주 대비 3.5%P 오른 41.5%로 다시 40%대에 진입해 일견 안정적인 듯 보이나 일간 지지율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주 후반으로 갈수록 하락해 26일 43.1%로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지율은 국회가 극적으로 정상화된 28일엔 40.7%로 낮아졌다.

반면 26일엔 27.5%로 바닥을 찍었던 한국당은 이틀 만에 급상승하며 국회 복귀를 선언한 28일엔 32.7%까지 올라 양당 사이 지지율 격차가 다시 8%P(28일 일간 기준)으로 좁혀졌는데, 같은 날 3위인 정의당 지지율도 6.4%로 떨어지고 중도보수인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4.8%로 소폭 상승한 데 비추어 전반적으로 범보수진영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당은 지난달 25일 교섭단체 3당이 서명했던 합의문의 효력도 무효라며 의사일정에도 합의하지 않은 채 여당이 급선무로 여기는 추경 처리에 대해서도 마치 지연 전략을 펴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데, 황 대표도 이날 초월회에서 “여당이 ‘추경예산 분리심사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등 모두 안 된다고 하면서 정상화를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어 여당으로선 다른 야당들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일단 다른 야당들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선 ‘뜨거운 감자’인 정개특위 위원장 문제부터 매듭지어야 하는데, 정개특위 위원장을 민주당이 맡지 않을 경우 자칫 선거제 개혁을 일부러 포기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보니 우선 야당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정개특위 위원장을 택하자는 의견도 팽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며칠 내로 열릴 의원총회를 통해 민주당이 향후 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분명하게 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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