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제안도 일축했던 羅, 27일엔 타협안 제시…한국당 內서도 등원 주장 나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24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도출한 국회 정상화 합의안이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추인이 불발돼 2시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간 이후 재협상에 선을 긋는 다른 정당들의 압박 뿐 아니라 예기치 않은 ‘엉덩이춤’ 논란까지 겹쳐 사면초가로 몰리자 한국당 내부에서도 ‘조건 없는 등원’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는 데 대한 부담감이 높아져 일단 일부 상임위에 ‘선별적 참여’하는 형태로 대치 구도는 이어가고 있지만 사실상 반쪽 국회가 되면서 몇몇 상임위에선 ‘한국당 패싱’ 상황도 벌어진데다 26일엔 당내 행사 중 있었던 퍼포먼스가 도마에 올라 여론도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 정상화에 나서더라도 백기투항 모양새를 띨 수는 없다보니 나 원내대표가 몇몇 새 조건을 우회적으로 내비치고 있는데, 여당이 이 타협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강경 대치 중 뜻밖의 ‘엉덩이춤’ 악재에 당내서도 “울고 싶다” 개탄

24일 합의가 ‘파투’난 뒤 한국당은 국회 복귀를 위한 재협상을, 여당은 수용 불가를 외치며 양당이 팽팽하게 맞선 지 이틀 지난 26일 오후 청년·여성 인재 영입을 천명해온 황교안 대표와 여성 30% 공천을 공약해온 나경원 원내대표까지 참여한 가운데 열린 ‘2019 한국당 우먼 페스타’에서 일부 여성 당원들이 뒤로 돌아 바지를 내리고 ‘한국당 승리’란 글자가 붙은 속바지 차림으로 엉덩이를 흔들었던 돌발 상황이 정치권과 여론의 거센 비난을 불러일으키면서 한국당의 처지를 한층 어렵게 만들었다.

당초 여성 당원의 역할과 지위 향상을 도모하고자 진행한 행사였고 당시 황 대표도 각 지역당원들의 장기자랑이 끝난 뒤 “오늘 한 것을 잊지 말고 더 연습해 멋진 한국당 공연단을 만들어 달라”고 덕담을 건넸을 만큼 현장에선 별 문제가 안 되는 분위기였지만 소위 이 ‘엉덩이춤’을 놓고 당 안팎에서 비판적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급기야 당 공보실까지 나서서 “해당 퍼포먼스는 사전에 예상치 못한 돌발 행동”이라며 “행사 취지가 훼손되는 것에 유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선 백혜련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를 멈춰놓은 채 여성당원 바지 내리고 엉덩이 보여주는 공연에 환호하는 당신들은 도대체 뭔가”라고 지적한 데 이어 이해식 대변인도 27일 “국민께 제대로 사과하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태도”라고 일갈했으며 바른미래당에서도 김정화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민망함을 넘어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는 폭력적 성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경솔하고 천박한 제1야당”이라고 질타했고, 민주평화당까지 장정숙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저질 퍼포먼스를 사전에 막지 못한 것도 모자라 잘했다고 박수치고 환호까지 하는 경악스러운 성인지 감수성”이라고 한 목소리로 한국당을 성토했다.

심지어 한국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는데, 장제원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에선 3당 원내대표 합의문 의총 부결로 여론의 집중포화 맞으며 전투 벌이고 있는데 밖에선 그토록 즐거운가? 분위기 봐가면서 행사내용을 구성해야지 ‘철 좀 들어라’ 비판 받는 퍼포먼스 벌여야 했나”라며 “국회가 2개월 이상 파행돼 정국이 심각한 국면이라면 당 전체가 진지한 자세로 이 엄중한 상황을 돌파해야 하지 않나, 울고 싶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분위기가 불편했는지 황 대표는 27일 한국당 대외협력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하는 일은 다 잘못한 것으로 나온다”며 “언론이 좌파에 장악돼 있어 좋은 메시지를 내놓으면 하나도 보도가 안 되고 실수하면 크게 보도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이 같은 주장과 달리 이른바 ‘엉덩이춤’ 논란이 반영되기 이전에도 한국당에 대한 여론은 이미 냉랭한 실정이다.

6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6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를 받아 지난 24~26일 전국 성인 1500명에게 조사해 27일 발표한 6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주중집계 결과(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4.1%P나 반등하며 42.1%로 다시 40%대를 돌파한 반면 한국당은 2주째 떨어지면서 끝내 30%대를 지키지 못하고 29.2%를 얻는 데 그쳐 양당 지지율 격차도 다시 벌어졌는데, 리얼미터 측은 그 원인으로 한국당의 국회 정상화 합의 번복이 악재로 작용했다고 꼬집었다.

◆ 국회 정상화 문제도 출구 안 보여…당내서 조건 없는 등원론도

그래선지 한국당 내에선 계파를 불문하고 등원하자는 주장도 점점 힘을 얻고 있는데, 지도부 내에선 조경태 최고위원이 26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조건 없는 국회 등원은 필요하다. 국민들 입장에선 지금 경제도 폭망이고 안보도 거의 실종 상황”이라며 “등원이 범여당 4당을 의식하는 게 아니라 국민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런 결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뿐 아니라 장제원 의원은 일찌감치 지난달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건 없이 등원하는 게 훨씬 더 깔끔하다. 조건 없이 등원해서 추경도 심의하고, 법안도 논의하면서 묵은 감정은 일하면서 풀어가는 것이 훨씬 진지한 정치”라고 주장한 데 이어 25일에도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백기 투항할 바에는 선제적으로 조건 없는 국회 복귀를 통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지지층에게 더 화끈해 보였을 건데 그런 기회들을 놓치다 보니 이제 어려운 국면을 맞는 게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3선 중진인 김용태 의원마저 27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여당의 양보안이 없어 등원에 명분상 어려움이 있지만 어찌 보면 국민에게 지는 것이 진정 이기는 정치”라며 “이제 국회에 들어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 문재인 정부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대안을 내세울 때 아닌가”라고 등원론에 무게를 실었다.

이밖에 같은 당 윤상현 의원도 이미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는 국회로 돌아갈 시간”이라며 등원 필요성을 역설했고, 김영우, 이학재, 황영철 등 또 다른 중진 의원들도 국회 복귀 쪽에 힘을 싣는 모양새인데, 이 중 황 의원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사실 24일 의총에서도 합의문이 도저히 우리가 받아들일 안은 못 되지만 이런 안을 받아들고 우리가 정상화에 동의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백지로 들어가지. 그게 더 당당할 수 있다는 말도 있었다”고 이 같은 내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비단 중진 외에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전보다 강경론이 조금 누그러진 듯한데, 박맹우 의원은 27일 초·재선 의원 모임인 ‘통합과 전진’ 비공개 토론을 마친 뒤 “원내지도부를 믿고 신뢰하되 국민 여론을 수렴해 국회 정상화 리더십을 발휘해주기 바란다”며 “합리적 결정을 하면 보조를 맞춰 따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등원론이 힘을 받기 시작한 데에는 장기간 파행에 따른 여론을 의식한 부분도 없지 않으나 현재 자충수 격인 몇몇 악재로 당이 곤혹스러운 처지로만 몰리는 있다 보니 차라리 조건 없이 국회 일정을 진행하는 게 현재 경제 문제를 한국당의 추경 처리 반대 탓으로 돌리려던 정부여당의 전략을 무산시킬 수 있고 북한 목선 사건이나 신임 인사 청문회 등 야당에 유리할 이슈들로 반전을 노릴 수 있어 지금처럼 시간만 끄는 편보단 낫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새 제안 내놓으며 공 넘긴 나경원…28일 본회의 참여는 어려워

국회 본회의장의 모습. ⓒ포토포커스DB
국회 본회의장의 모습. ⓒ포토포커스DB

이런 기류를 의식했는지 직접 협상 당사자로 전면에 나서고 있는 나 원내대표는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연장 문제에 대해 27일 오전 국회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특위 연장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위원장과 위원 수 조정이 있다면 당연히 연장에 동의한다”며 조건부이긴 해도 연장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는데, 전날 두 특위 연장을 논의하고자 원포인트 회동을 제안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에 거부 의사를 밝혔던 것보다는 다소 완화된 태도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오 원내대표도 한국당을 제외한 표결 처리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패스트트랙 취지에 부합하는 건 특위 연장이기 때문에 표결이 목적이 될 순 없다. 창구를 계속 열어놓아야 한다”며 “한국당이 참여해야만 하는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한국당을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드러냈다.

문제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건데 정개특위든 사개특위든 활동기한이 오는 30일까지지만 주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28일 하루뿐이고 사개특위의 경우 28일에 예정된 일정도 없어 27일이 마지막이나 다름없기에 이날 두 특위에선 고성이 오갈 만큼 여야 간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며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당장 정개특위에선 여야 4당이 특위 활동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한국당에서 요구하는 축조심의(한 조목씩 차례로 모두 심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면서 양측이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결국 의결이 무산됐고 사개특위는 한국당에서 곽상도, 정태옥 의원이 참여했으나 “오늘 의사일정에 검찰경찰 개혁 소위원장 임명건도 상정했던데 이 건은 우리 당과 협의되지 않은 상태”라며 곽 의원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함에 따라 여기도 파행으로 끝났다.

안건조정위원회는 어떤 안건에 대한 조정이 어려우면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해 심의토록 한 제도로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데, 상임위 재적 위원의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최장 90일까지 심의할 수 있어 특위 활동시한을 목전에 둔 이날 곽 의원 등 7명의 안건조정요구서 제출은 사실상 사개특위 활동을 종료시킨다는 의미도 있다.

남은 건 28일 본회의뿐인데, 민주당은 한국당에서 무효화됐다고 주장하는 합의문대로 의사일정을 진행해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 등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고 바른미래당은 본회의에서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연장을 논의하겠다고 밝혀 본회의 개최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한국당은 본회의 개최가 불법이란 입장이어서 본회의 전까지 3당 원내대표가 예상을 깨는 극적인 타협을 볼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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