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직원, 본인 확인 않고 이모씨에게 제3자 명의로 계좌 개설
이모씨, 해당 계좌로 수천만원 착복하고 들통 나 현재 옥살이
해당 직원은 구두 경고만 받고 현재도 우체국 근무 중

우체국 직원이 타인에게 제3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줘 수천만원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처벌 근거가 없어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우체국 직원이 타인에게 제3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줘 수천만원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처벌 근거가 없어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사진은 관계 없음). ⓒ우정사업본부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우체국에서 본인이 알지 못하는 본인 명의의 통장이 개설됐고 해당 통장으로 수천만원이 빠져나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해당 계좌를 개설해준 직원은 버젓이 우체국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 목포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피해자 A씨는 우체국에서 본인이 알지 못하는 본인 명의의 통장으로 수천만원이 빠져나간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범인은 A씨의 가게에서 근무하고 있던 이모씨였으며 다른 죄로 경찰에 인도돼 여죄를 캐던 중 적발된 것이다. 이모씨는 2014년경 우체국에 방문해 A씨와 통화한 척하며 허락을 받았다고 창구 직원을 속여 통장 계좌를 개설했고, 해당 계좌로 거래대금을 받고 거래물품은 빼돌리는 둥의 수법으로 약 5600만원을 착복했다.

결국 이모씨는 2017년 업무상횡령,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현재도 여죄가 계속 발견돼 형량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이모씨가 허위로 작성한 우체국 금융거래 목적 확인서. 서명에 'Kim'이라고 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사포커스DB

그러나 A씨는 “해당 계좌를 개설해준 우체국 직원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오히려 오리발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우체국이나 직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받고 싶었다”며 “이러한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대비책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뿐인데 우체국과 해당 직원이 비협조적으로 나와 마음고생이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확인을 하러 당시 우체국 직원 B씨를 찾아갔지만 “왜 귀찮게 하느냐, 나는 이미 처분을 다 받았고 할 말도 없으며, 그 때는 기억이 나질 않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당신(A씨)이 직접 내방했고, 계좌 개설 신청서의 타인 글씨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했던 것 같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남자가 여자의 신분증을 가지고 통장 개설을 부탁했음에도 아무 의심 없이 개설을 해 줬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으며, 구속이 된 범인은 자신이 혼자 가서 부탁해서 만들었다고 자백을 했고, 개설 당일 본인(A씨)은 목포가 아닌 타 지역에서 근무 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B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지는 B씨와 접촉하기 위해 현재 B씨가 근무하고 있는 우체국에 연락을 했지만 해당 우체국 측은 “이미 처리가 완료됐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말씀드리기 곤란하고 업무 중에는 연락하기 어려운데다 당사자도 스트레스를 받아 업무가 힘든 지경”이라고 연락을 차단했다.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에 따르면 금융회사 등은 거래자의 실지명의로 금융거래를 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회사 직원들이 범죄자와 공모를 한 게 아닌 단순 실수로 인해 제3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줬을 경우 별다른 형사 처분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실명법 관련 법령이 과태료 처분뿐이라 과태료 처분 및 임직원 주의 정도가 한계”라면서 “우체국은 과기정통부 소속기관이기 때문에 금감원 관할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우체국 직원 B씨가 범인에게 제3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줬지만 형사처분 근거가 없어 검찰은 혐의없음 판단을 내렸다. ⓒ시사포커스DB

실제로 당시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의견서에는 “B씨가 피해자 A씨의 명의로 제3자에게 계좌를 개설해준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피해자 A씨 등의 진술과 통장 개설신청서 등으로 볼 때 B씨가 제3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하지만 위반사항인 금융실명법 제3조 1항의 벌칙규정 없이 과태료 규정만 명시돼 있어 관계기관에 통보하는 것으로 대신한다”고 적혀있다.

전남지방우정청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찰로부터 ‘혐의 없음 처분’이라는 해당 의견서를 받아 목포우체국에서 자체 종결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우리는 B씨가 제3자 명의의 통장을 만들어준 것으로 고발이 됐지만 이것에 대해 혐의 없음이라는 검찰 통보를 받았는데 청와대 국민청원글을 봤더니 피해자에게 통보된 내용이 우리와 약간 차이가 있다”며 “만약 청원글이 사실이고 해당 통보 내용이 우리에게도 왔다면 추가 조사를 했을 것이고 거기에 합당한 징계 처분을 내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본지는 A씨와 전남지방우정청이 검찰로부터 받은 자료가 실제로 다른지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한 상태다.

A씨는 “금융실명법을 어기고 제3자에게 통장을 만들어줘도 처벌을 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다는 말도 황당하지만 국민들 대다수가 우체국은 금융기관이라고 인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범죄 행위나 우체국에서 취급하는 금융 및 보험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불합리함이나 과오는 어디에다 물어야 하느냐”며 “금감원에서 제재를 할 수 없다는 점이 너무 불합리 하지 않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를 잘 알고 있는 일부 우체국 직원들의 도덕적해이로 인한 범죄의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 되어야 하며 그 죄를 면탈하는 도구로 쓰여 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A씨는 “앞으로 비슷한 범죄 행위가 일어나더라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피해는 예금주와 피해자의 몫으로만 돌아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며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법의 맹점을 보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에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실명법에는 행위에 따라 과태료 처분을 포함한 다양한 제재가 있다”며 “검토해보고 필요하면 추후 법률 개정 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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