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구설에 입 다문 황교안…의총 추인 불발에 난처해진 나경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우)와 나경원 원내대표(좌)의 모습. ⓒ포토포커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우)와 나경원 원내대표(좌)의 모습. ⓒ포토포커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그간 각자 원내외에서 ‘투톱 리더십’으로 자유한국당을 이끌어오던 정치초년생 황교안 대표와 보수정당 최초 여성 원내대표인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도력이 최근 불거진 설화 논란과 국회 정상화 합의안 추인 불발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 외국인 임금·아들 취업 발언 논란에 항변하던 黃, 결국 ‘백브리핑 축소’

현 한국당 지도부를 향해 보수진영 내에서도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가장 먼저 꼽히는 이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필요성을 제기하다가 휩싸인 ‘외국인 차별’ 논란과 자신의 아들이 취업한 과정을 소개하다가 ‘스펙 거짓말’ 논란에까지 휘말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다.

지난 19일 황 대표는 부산상공회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것이 없다. 세금을 낸 것도 없고 기여한 바 없는데 외국인을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주어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발언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에선 김경협 의원이 2017년 기준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근로소득세 7707억 원과 일용근로소득 원천징수 700억 원, 종합소득세 3645억 원 등 외국인들이 납부한 국세만 1조3604억원이라고 꼬집었으며 바른미래당에선 하태경 의원이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기업주 입장에선 당연히 임금수준 낮은 외국인을 고용할 건데 외국인 노동자에 최저임금을 적게 주면 한국 청년 일자리만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황 대표에 일침을 가했다.

심지어 황 대표와 같은 한국당 소속인 홍준표 전 대표조차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서독, 중동에 나가던 시절을 생각해야 한다. 내외국인 임금 차별 정책은 근로기준법 및 ILO 협약에도 위배되는 잘못된 국수주의”라며 “한국당의 기본정책은 자유시장 경제주의란 것을 숙지하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황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 이야기의 본질은 외국인 근로자 차별이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얘기였다. 중소기업이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 감당하기도 힘든데 외국인 근로자에겐 숙식비 등 다른 비용까지 들어가니 하소연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니냐”라며 “최저임금 급등케 한 이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를 풀겠다는 건데 오히려 나를 저격하니 어처구니없다. 여당에 동조하는 분들이 터무니없는 비난을 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으로 ‘외국인 발언’ 논란을 채 진화하기도 전에 같은 날 숙명여대 특강 도중 자신의 아들이 취업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아들 학점은 3점도 안 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로 다른 스펙 없이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발언했다가 도리어 올 3월 KT 새 노조가 황 대표 아들을 겨냥해 제기했던 취업 특혜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21일 페이스북으로 “아들의 학점은 3.29, 토익은 925점”이라고 종전 발언을 정정해 ‘스펙 거짓말’ 논란에 휘말렸다.

그러자 황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아들 일화로 청년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려고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한 데 이어 24일 최고위 직후엔 기자들과 만나 “(아들의) 낮은 점수를 높게 얘기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반대도 거짓말이라고 해야 하나”라고도 항변했지만 민주당에선 박주민 최고위원이 같은 날 “황 대표가 ‘스펙 안 쌓아도 좋은 기업 갈 수 있다’며 거짓으로 희망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바른미래당에서도 채이배 정책위의장이 “소설과 현실의 거리 만큼 청년과 꼰대의 거리가 멀다”고 황 대표를 직격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소속 의원들이 설화로 구설에 오르면 책임을 묻겠다면서 엄중 경고했던 황 대표 자신이 정작 이처럼 연이은 구설로 도마에 오르게 되자 급기야 24일부터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줄이는 모습을 보였는데,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인천에서 주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이 한 마디만 해달라고 요청하자 “브리핑 하지 말고”라고 지나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에도 인천 라마다 송도호텔에서 ‘무궁화리더스 포럼 특강’을 마친 뒤 국회 정상화 입장을 묻는 기자들이 몰려들자 “대변인들에게 물어보시라”면서 현장을 떠났다.

결국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백브리핑을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황 대표의 경우) 기자들이 서 있으면 아무 데서나 했는데 내부적으로 그런 시스템이 맞는지 회의가 있다. 우리 내부에서 부담이 많이 간다는 말이 있어 백프리핑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백브리핑 축소를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 羅 원대마저 국회 정상화 합의 추인 불발에 ‘곤혹’…재신임 목소리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대표는 정치신인이기에 곤혹스러워진 처지에 비해 당내 비판은 아직 크진 않은 편이지만 4선 중진의원인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 협상 결과로 이제 당내에서까지 궁지에 몰린 모양새다.

그동안 여당과 야3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으로 국회 파행까지 불사했던 한국당에선 줄곧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장기간 여당의 국회 정상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었는데, 일부 복귀냐 완전 복귀냐를 두고 저울질하던 와중에 나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3당 원내대표 회동 끝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80일 만에 국회가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이런 예상이 무색하게 합의문이 발표된 지 30분 뒤 열린 한국당의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적잖은 의원들이 합의 내용을 문제 삼으면서 나 원내대표의 ‘협상력 부재’를 질타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갔는데,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와 관련해선 ‘각 당의 안을 존중해’란 부분을 놓고 주광덕 의원이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원하고 있지 않나. 오히려 이번 합의가 패스트트랙을 정당화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심재철 의원은 “(합의)된 게 아무 것도 없지 않나”라고 나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이 뿐 아니라 강석호 의원은 “여당이 온갖 법안을 다 갖고 와서 끼워 넣었다”고 합의 결과를 개탄했으며 박성중 의원도 “뜬금없이 왜 5·18특별법이 들어갔나”라고 비판하는 등 15명 내외의 의원들이 합의문 내용을 일일이 따지면서 나 원내대표를 몰아붙였는데, 아예 일부 강경파는 나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나 원내대표가 다시 협상에 나서는 방향으로 결론은 났지만 이번 합의 내용을 호평한 의원이 거의 없다보니 당연하게도 의사일정 합의안은 추인되지 못하면서 국회 정상화는 불발됐고 국회 정상화 협상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앞으로 이보다 진일보한 결과를 들고 와야만 하는 나 원내대표의 부담감은 한층 커졌다.

실제로 정부의 북한선박 경계 실패 사건 때문에 24일 오전 나 원내대표와 함께 삼척항에도 동행했던 김영우 의원마저 25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북한 선박 관련 국정조사라든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고 선거제도라든지 경제청문회라든지 여태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것을 왜 많이 생각 안 했을까 이런 의견이 어제 많았다”며 “합의문 자체는 저도 추인하기 어렵다.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도 그렇고 민주당이 사과 내지 여야 합의가 필요한데 입장 변경도 없는 상황에서 어정쩡한 합의가 됐다”고 혹평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다만 김 의원은 나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이 거론된 데 대해선 “말 자체는 나왔었는데 불신임까지 거론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결국 지금 여야 협상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나 원내대표에게 좀 힘을 더 실어주자, 협상력을 좀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오히려 부결시켜서 협상을 다시 하게끔 하는 게 좋겠다란 차원”이라고 강조해 일각에서 나오는 황 대표 측 견제론과 같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 취임 6개월 맞은 羅와 4개월 앞둔 黃, 리더십 우려 극복할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우)와 나경원 원내대표(좌)가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우)와 나경원 원내대표(좌)가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일단 나 원내대표가 24일 의총 뒤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의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공직선거법,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법안을 원천 무효화시키라는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기로 결정했다”며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수용한 기존 합의안은 무효란 입장을 표명했는데, 그러면서도 리더십 논란을 의식한 듯 “의원들이 의총에서 부결시킨 것은 제게 더 큰 힘을 갖고 합의할 수 있도록 큰 권한을 준 의미”라고 역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5일에도 나 원내대표는 당내 일각의 불신임 언급에 대해 “저는 못 들었다. 당엔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이라고 거듭 진화에 나선 데 이어 “한국당 의원들의 의견이 국민 의견이라 생각하고 민주당이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재협상해야 되지 않나”라고 민주당에게 재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같은 당 김영우 의원이 같은 날 “마치 모든 합의가 끝난 상황에 의총에서 이게 뒤집어져 합의를 깬 모양새를 취하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좋은 전략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듯 파행 책임은 한국당 측에 넘어간 것처럼 비쳐지고 있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새 협상이 가능할 거란 착각은 꿈도 꾸지 마라”라고 강경한 자세로 나오면서 나 원내대표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그간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던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까지 25일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한국당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는데다 소속정당에선 김태흠 한국당 의원이 “나 원내대표는 구걸하듯 (협상)하지 마라”고 몰아붙이고 있어 공교롭게도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나 원내대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진퇴양난’에 몰려버렸다.

여기에 그간 신중한 행보를 보여 왔던 황 대표까지 근래 들어 일부 발언 때문에 논란을 자초하면서 십자포화를 맞고 있어 나 원내대표와 함께 수개월 동안 이어온 ‘투톱’ 체제가 총선까지도 가지 못하고 자칫 힘을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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