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신유술 기자 (sys@sisafocus.co.kr) 2002/9/2(월) 이한동 전 총리와 민주당 이인제 김중권 전 상임고문, 자민련 조부영 부총재는 여의도 63빌딩에서 만찬모임을 갖고 민주당 신당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신당을 창당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이날 만찬모임을 가진 뒤 동석한 이강희 전 민주당 의원을 통해 협의문을 발표,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은 지역주의 극복과 통합, 희망의 정의로 가는 백지신당이 아니고 본래의 취지와도 어긋나 국민의 여당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민에서 희망을 줄 수 있는 명실상부한 백지신당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 신당은 지역과 계층을 초월해 모든 사람에게 개방하는 전국적인 국민통합을 지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희 전 의원은 ‘민주당이 백지신당을 논의한다면 거기에 합류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독자적인 신당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4자 회동, 백지 신당의 통합신당 창당 선언 이른바 ‘제3신당파’로 분류되는 세력은 별도의 제3신당을 추진하느냐, 아니면 민주당 중도파까지 견인해내는 ‘통합신당’을 창당하느냐로 나뉜다. ‘4자 회동’에서 이 전 총리와 조 부총재가 제3신당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반면 김 전대표와 이 의원이 ‘원론적 얘기’라고 수위를 조절한 것도 이런 양 갈래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우선 제3신당 방안은 4자 회동을 계기로 맹아적 형태의 ‘신당 대표자 회의’가 구성된 것으로 간주, 민주당의 신당 논의와는 별도로 정몽준, 박근혜 의원과의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내 반노 진영이 그간 구상해온 ‘제3신당 대표자 회의’ 시나리오도 같이 맥락이다. 탈당을 미룬 채 당내 반노 신당세력 대표자와 외부의 신당세력이 대표자 회의를 구성하되 정몽준 박근혜 의원 측 대표자도 참여시킨다는 복안이다. 어차피 정몽준 박근혜 의원 등 외부세력들이 신당을 창당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막후에서 이들의 신당 창당준비위 및 신당 발기인 모집을 간접 지원하되 신당 창당준비위가 구성되면 민주당 내 ‘반노+중도파’가 가세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제3신당 움직임은 노 후보 진영으로부터 ‘경선 재불복’이라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어 자체 추동력에 한계를 지닐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따라서 제3신당 추진의 성패는 결국 여론 지지도가 급상승한 정몽준 의원이 참여해야만 정치적 의미가 있고 파괴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들이다. 정몽준 모시기 하루 전 ‘4자 회동’에 이인제 의원, 김중권 전 대표가 참여해 신당논의를 한 것을 비판하는 의견들이 집중 개진됐으며 일부 참석자는 이들을 당기 위에 회부해야 한다는 주장을 개진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태랑 최고위원은 “우리 당 소속 인사들이 밖에 나가 신당을 한다느니 만든다느니 하는 것은 해당행위에 해당된다”며 “김중권 이인제씨를 당기위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발언내용을 확인한 뒤 “다른 최고위원들은 중용을 지켰고 대표는 만류했다”고 소개한 뒤 “그렇지만 본보기를 보여야 하며 어차피 그 사람들은 당을 나갈 사람 아니냐”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그는 반노 및 일부 중도파 의원들이 주장하는 ‘통합신당’ 논의에 대해 “통합신당 논의는 쇼에 불과하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 당이 탈DJ하고 당명을 바꾼 뒤 새로운 모습으로 가겠다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대철 위원도 기자들과 만나 ‘통합신당’ 논의와 관련,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 정치역정이 다른 사람을 우격다짐으로 해서 뭐가 되겠느냐”며 “단합해서 끝내야 하며 당 이름을 바꾸든가 해서 정권재창출을 해야 한다”고 비판적으로 말했다. 정균환 총무는 회의에서 최근 노사모의 ‘노무현 후보 지키기’ 운동과 관련, 당사와 지구당사에서 시위를 벌인 데 대해 “홍위병도 아니고...”라며 불쾌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선 신당 논의에 대한 발언들이 쏟아져 예정시간을 30분 이상 넘기는 바람에 당초 오전 9시 30분으로 예정됐던 한화갑 대표의 ‘천만인 서명운동’ 착수에 즈음한 기자회견이 지연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당 발전위와 창당추진기획위를 통합키로 의견을 모은 것과 관련, 정몽준 의원 등 대외교섭 역할을 담당해 온 박상천 발전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쟁터에 나가려는데 장수의 칼을 빼앗는 게 어디 있느냐”며 불만을 표출한 뒤 “한 대표가 위원장을 맡으려는 것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박 위원장의 한 측근은 “며칠 전부터 오늘 정몽준 의원과 회동이 있다고 당에 보고했는데 하필이면 한 대표가 오늘 신당추진기구 통합문제를 꺼낸 것은 전쟁 중인 장수의 직위를 빼앗는 것과 같다”며 “신당 흔들기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오는 21일 당무회의를 열어 신당추진기구 통합여부를 최종 확정한 뒤 위원장 인선도 마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유술 기자 sys@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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