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바른미래당과 통합 추진 피력…“한국당 중심으로 우파 하나 되는 길 모색”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좌)와 홍문종 대한애국당 의원(중),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우). ⓒ포토포커스DB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좌)와 홍문종 대한애국당 의원(중),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우).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정계개편론이 다시금 흘러나오고 있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내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바른미래당과 먼저”란 한국당 보수통합, 극우보단 중도?

한동안 잠잠했던 보수통합론이 지난 20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관훈클럽 토론회 중 발언으로 재점화되는 분위기인데, 나 원내대표는 “우파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은 통합이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우파가 하나 되는 길을 모색할 것”이라며 “지금 문재인 정권이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과 달리 가고 있어서 큰틀에서 유연한 우파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오랜만에 보수통합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히 나 원내대표는 보수통합 대상으로는 “개인적으로 바른미래당과 먼저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당의 형태라든지 인적 숫자도 바른미래당이 많다”며 통합 시점과 관련해선 “내년 총선은 대한민국이 더 이상 퇴보하는 것을 막아내는 선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작은 차이는 극복하지 않겠나”라고 밝혀 사실상 총선 이전까지 통합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빈 말이 아니라는 듯 “기회가 되면 유승민 의원하고도 논의해보겠다. 지향하는 바가 같다면 다소의 차이가 있다고 해서 극복하지 못할 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접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간 꾸준히 접촉해왔다. 바른정당 출신 뿐 아니라 국민의당 출신 의원님들 중에서도 굉장히 가까운 분들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나 원내대표는 통합 방식에 대해선 “바른미래당과 당대당 통합이냐는 부분에 대해선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지만 큰 틀에서 우파 가치에 동의한다면 저희는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적극 노력하고 싶다”며 토론회 직후에도 “바른미래당과의 소통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비단 나 원내대표 뿐 아니라 황교안 대표 역시 최근 들어 보수통합론을 역설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에 점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미 황 대표는 지난 13일 “우리가 총선에서 압승하려면 변화와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데 이어 20일 숙명여대 특강에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다 보수정당이라고 하고 있지 않느냐”고 발언하기도 했다.

여기에 같은 당 김용태 의원도 17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친박계 홍문종 의원이 한국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할 의사를 표한 점을 꼬집어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불확실성이 보수통합에 더 나쁜 영향을 줄 텐데 오히려 이번 일이 불확실성을 조기 분출했단 차원에서 보면 보수통합에는 오히려 순풍”이라고 주장해 바른미래당과 보수통합을 추진할 거란 관측에 한층 힘을 실었다.

이 때문에 여전히 당내 친박계가 상당수 남아 있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자칫 반발을 불사하고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을 시사하는 발언을 이 시점에 내놓는 것은 태극기부대를 위시한 극우세력 등 ‘집토끼’보다는 총선 승리에 필요한 외연 확장을 위해 중도보수 색채의 정당을 끌어안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일석이조’ 보수통합론, 한국당 지도부의 ‘친박’ 견제 수단 되나

강성 친박이던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강성 친박으로 꼽혔던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하지만 한편으로는 홍문종 의원이 탈당 의사를 표명한 시점을 전후로 한국당에서 갑자기 보수통합 추진의사를 천명했다는 점에 비추어 그저 연쇄 탈당 가능성을 일찌감치 차단하려는 차원에서 표명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은데, 혹여 총선 전 분당 사태가 발생할 경우 결과적으로 여당만 ‘어부지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홍 의원이 탈당 가능성을 내비치며 친박계 탈당을 종용하던 당시 황 대표도 14일 강성 친박인 김진태 의원과 만나 보수대통합을 의제로 단독 회동을 가졌으며 김 의원은 사흘 뒤인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파끼리 상호 비방 자제하자. 보수우파는 단결해야 하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입장을 내놨고, 탈당설이 제기됐던 정태옥 의원은 이미 11일 입장문을 통해 “사실무근은 물론 고려조차 한 적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미 거대정당을 벗어나 신당을 성공시킨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비박계가 탈당해 세웠던 바른정당 사례로 지켜봤었던 친박계 대다수는 이처럼 탈당보다 일단 잔류를 택하면서 실상 홍 의원 탈당 여파는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인데, 친박계 상당수가 탈당을 꺼려하고 내년 공천권은 사실상 현 지도부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바른미래당과의 보수통합론’이 흘러나온 건 이제 친박계보단 현 지도부에 이들을 견제할 힘이 있다는 반증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심지어 대한애국당으로 입당한 홍 의원조차 18일 “신당 창당은 보수 분열이 외연 확장”이라며 “비록 당을 떠나지만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한국당을 탈당하자마자 다시 통합할 의사를 드러낸 데 이어 20일 신당 창당 선언 회견에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진영에 있는 정당 소속의 여러 의원들로부터 입당 의사를 전달 받았다”면서 바른미래당과 각을 세웠던 친박 핵심이었음에도 이젠 중도보수와도 손잡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황 대표가 당선됐던 지난 전당대회를 통해서도 확인됐지만 소위 ‘태극기 세력’만으로는 ‘세 불리기’에 결국 한계가 있고 총선 승리를 위해 외연을 확장하려면 부득이 바른미래당과 통합하는 게 필연인 만큼 향후 당내에서 비박계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는 데 반해 친박계의 영향력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자신감을 보여주듯 이미 나 원내대표는 20일 대한애국당과의 통합에 대해선 “(박근혜 탄핵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대한애국당의 조건 때문에 된다, 안 된다고 말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유연하게 접근하겠으나 통합의 주체는 한국당”이라며 “바른미래당과 통합하는 게 맞다고 보고 대한애국당과는 자연스럽게 같이 하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후순위에 두는 모습을 보였으며 한국당 내 친박계 추가 탈당에 대해서도 “김진태 의원마저 탈당을 비판해 당내에서 더 없다고 본다. 모두 생각을 크게 한다면 분열보다 통합으로 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 통합대상 꼽힌 바른미래, 표면상 발끈하지만 속내는 ‘뒤숭숭’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런 가운데 한국당으로부터 적극 러브콜을 받게 된 바른미래당은 예상 못한 ‘흔들기’에 격한 반응으로 대응했는데, 당장 손학규 대표부터 20일 ‘김영삼-상도동 50주년 기념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촛불혁명 당시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한국당이 감히 어떻게 바른미래당과 통합 이야기를 하나. 한국당은 이미 정치사적으로 정통성을 잃은 정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최도자 수석대변인도 이날 당 공식 논평을 통해 “인적 숫자가 많기 때문에 먼저 통합하겠다는 답변에 실소가 나왔다. 한국당은 청산대상일 뿐 통합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은 꿈꾸지 말기 바란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은 한국당으로 인한 국회 마비, 폭력 행사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고 한국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심지어 보수성향인 바른정당 출신의 오신환 원내대표마저 같은 날 국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의 예방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의 보수통합 발언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로 바른미래당이 정상화되는 과정에 나 원내대표의 그 말씀은 좀 뜬금없다”며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통합 추진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같은 당 김관영 의원까지 2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바른미래당을 향한 한국당의 러브콜을 꼬집어 “바른미래당은 기본적으로 국민의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들이 모여 있고 평균적인 비율이 약 6:4 정도 된다. 자꾸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타당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바른미래당의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적어도 한국당과의 통합에 대해선 생각을 안 하고 있다”며 “한국당이 스스로 뭘 변신하거나 개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고 도리어 일침을 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른미래당 내부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듯 한국당의 한 마디에도 뒤숭숭해졌는데, 불과 얼마 전까지도 혁신위원장직을 놓고 안철수·유승민계가 내세운 정병국 의원으로 하느냐, 손학규계 당권파가 내세운 주대환 당무감사위원장으로 하느냐를 놓고 첨예하게 신경전을 벌였던 데다 비록 진통 끝에 지난 17일 주 위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만장일치 추대키로 합의했지만 혁신위 당헌·당규에 손 대표 사퇴 문제를 포함시킬지 여부가 갈등 소지로 남아 있어 당권파와 사퇴파 간 충돌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불안정한 당내 상황은 손 대표가 지난 19일 대구에서 참석한 당원 간담회에서도 드러났는데, 그간 유승민계와의 불화를 의식한 듯 손 대표는 “유 전 대표는 우리 당의 소중한 자원이며 정치에 새로운 획을 그은 분”이라며 “바른미래당이 중도세력으로 실용적인 실사구시를 해야 한다. 유 전 대표와 여러분이야말로 옳은 길을 가는 것”이라고 한껏 추켜세웠지만 정작 대구시당 위원장이자 이곳이 지역구인 유 의원은 당 대표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개인 일정을 이유로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더구나 앞으로 혁신위가 바른미래당의 실질적인 중심이 되더라도 구성원이 주 위원장을 제외하면 당권파 4명, 안철수·유승민계에서 4명으로 완전 양분되다 보니 지금처럼 양측 갈등이 잦아들기 어려워져 한국당의 보수통합 러브콜이란 외풍에 흔들릴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과연 보수통합의 키를 쥐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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