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대신 황교안 “공격하니 어처구니가 없다”…해명에 논란만 확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9일 내·외국인 노동자 임금을 차등 지급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동성애 반대 발언으로 성 소수자 차별 논란과 함께 이른 보수진영 대선주자로서 적절치 못한 혐오 정치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황 대표가 이에 대해 사과 대신 변명에 가까운 해명으로 일관하고 오히려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비판여론도 수그러들지 않는 양상이다.

◆황교안 ‘외국인 차별’ 논란

황 대표는 전날(19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 지역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외국인은 그동안 우리나라에 기여해 온 바가 없고 세금을 낸 것도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내·외국인)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 임금과 관련해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가치는 옳지만 그게 형평에 맞지 않는 차별 금지가 돼선 안된다”며 “법 개정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소득주도 성장을 ‘국가주도 사회주의 이념 정책’이라고 말하는 등 정부의 임금 결정을 ‘반시장’이라고 비판해왔던 황 대표가 시장에서 형성된 임금을 ‘법 개정’을 통해 조정한다는 발언 이 오히려 스스로 추구한다는 ‘자유시장주의’를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전 장관에게 ‘법알못’ 조롱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장현호 기자]

황 대표의 발언이 더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황 대표의 ‘내·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등’ 발상 자체가 현행 법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검사 출신이고 법무부장관까지 거쳤던 법률가인 황 대표를 두고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조롱받고 있다.

실제로 황 대표의 발언은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처우)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는 규정에 정면 위배된다. 또한 외국인근로자고용법 제22조 차별금지에 의해 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적 처우는 금지된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협약)의 제111호 고용 및 직업상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에도 고용이나 직업에 있어 내·외국인 간 차별을 금지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법 개정을 한다 해도 국제노동기준에 배치된다.

이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법률가 출신인 황 대표의 ‘법알못’ 주장에 대해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도 “무지의 소치다. 검사출신, 법무부 장관에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하신분이 우리나라 근로기준법도, 국제노동기구 협약도 모르셨다니 제가 다 부끄럽다”고 말했다.

채 정책위의장은 이날 바른미래당 원내정책회의에서 “외국인 차별이다, 현행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되자 황 대표는 ‘차별이 있어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이 ILO 규정이나 우리 근로기준법 기본 정신이다. 그리고 존중되어야 한다’라고 아무렇지 않게 또 말을 바꿨다”며 “황대표의 얼굴은 철면피인가? 황 대표님, 발언에 신중하시고, 정책에 대해서 공부를 더 하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는 “명백한 혐오와 차별발언”이라며 “그런 논리라면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전혀 기여한 바 없는 한국당 의원들의 세비부터 반납하라”고 꼬집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명백한 인종 차별적 혐오 발언이자 법도 상식도 모르는 한심한 발언”이라고 맹비난 했다.

같은당 윤소하 원내대표 역시 “세계 모든 나라들이 이렇게 다른 나라 국민들을 차별대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111조가 생겨난 것”이라며 “황 대표의 발언을 유럽연합 지도자들이 듣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장 한국을 무역협상 제재대상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교안은 ‘경알못’?

특히 황 대표 주장대로 내·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차등지급 할 경우 내국인 노동자의 고용 위축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와 경제를 잘 모른다는 뜻의 ‘경알못’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임금을 차등지급 할 경우 저임금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게 되고, 이는 우리 근로자의 일자리를 잠식할 뿐 아니라 근로 조건 역시 저하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조 정책위의장은 “임금차별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우리 근로자들이 지게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내국인 최저임금은 급격히 오르는데 황 대표 말대로 외국인 최저임금만 낮다면 외국인 노동자 숫자는 급상승할 것이고 한국인 노동자 숫자는 급 하락 할 것”이라며 “기업 사장님들은 싼 외국인 노동력 써서 좋겠지만 우리 국민은 취직이 더 어려워져 아우성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황 대표 발언을 지지하는 분들 중엔 외국인 노동자 너무 많다고 줄여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황 대표 말대로 외국인 최저임금 차별하면 외국인 노동자는 줄어드는 게 아니라 더 많아진다”고 비판했다.

◆‘외국인은 세금 안낸다는데’…與, “외국인이 신고한 소득세만 8407억원”

황 대표의 “외국인 노동자는 세금을 내지 않고 우리나라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도 나온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017년 외국인근로자가 신고한 소득세만 8407억원”이라며 “황 대표와 한국당에게 지급된 국고보조금에 외국인근로자들이 낸 세금 또한 포함되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외국인 노동자는 모두 근로소득세를 내고,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에도 임의 가입해 사회 보험의 재정건전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반론을 펼쳤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황 대표는 “문제를 풀겠다는데 오히려 공격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인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문제를 지적했더니 일부에서는 차별이니 혐오니 정말 터무니없는 비난을 하고 있다”며 “제 이야기의 본질은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바로 잡자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가 혐오정치를 조장하는 듯한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와서 최저임금 인상 반대 차원에서 한 발언이라는 변명이 더 나쁘다”며 “표만 계산하지 말고 국민을 바라보고 국회 정상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황 대표 발언에 대해 “제1야당 대표, 대권을 꿈꾸는 법조인의 발언으로는 무지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표만 의식하는 철저히 계산된 발언”이라며 “지나치게 표만 의식해 국정철학이 빈곤하다는 세평을 새겨들으시길 충언드린다”고 당부했다.

◆한국당의 자가당착

김학용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문제는 한국당 내에서는 이미 황 대표의 발언과 비슷한 법안들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학용 한국당 소속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8월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외국인 근로자가 단순 노무업무를 수행하거나 수습을 시작한 날부터 2년 이내인 경우에는 최저임금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같은 당 박대출·엄용수 의원 역시 외국인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를 보면 황 대표의 발언은 어느 정도 구축된 당내 여론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약 당내 여론을 따랐다면 황 대표 본인만의 국정 철학도 빈곤하다는 혹평이 잇따른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를 ‘국가주의’로 규정하고 반시장주의라고 공세를 이어나간 한국당과 황 대표기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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