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의원 40~50명, 신당 몰릴 것” 주장 불구 한국당 의원들 ‘손사래’

홍문종 의원이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 탈당을 공식 선언하고 있다. 사진 / 장현호 기자
홍문종 의원이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 탈당을 공식 선언하고 있다. 사진 / 장현호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한애국당에 입당한 뒤 18일 자유한국당 탈당을 공식 선언한 홍문종 의원이 일으킨 파문이 보수진영 분열의 단초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인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탈당’ 홍문종 “신당 창당, 보수 분열 아니라 외연 확장”

과거 보수정당에서의 탈당 사태가 비박계를 중심으로 이뤄진 면이 있다면 최근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는 홍문종 의원 탈당으로 봐도 알 수 있듯 이전과 달리 친박계에서 촉발됐다는 차이가 있다.

이미 지난 17일 대한애국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조원진 대표와 함께 신당의 공동대표로 만장일치 추대된 홍 의원은 하루 뒤인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처음엔 당내 투쟁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보수정권을 창출해야 하는 우리 당면과제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현실을 이제야 깨달았다”며 “더 이상 한국당 역할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 나라도 태극기 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정통 지지층을 결집하고 선명한 우파 정책으로 그들의 선택폭을 넓혀주자는 방식으로 보수정권 창출을 해야겠다”고 한국당 탈당을 선언했다.

다만 그는 일각에서 보수 분열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점을 의식했는지 이날 “신당 창당을 보수 분열로 몰아붙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보수정당의 외연 확장으로 평가되는 게 옳다”며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 했듯 지금 비록 당을 떠나지만 보수재건의 길에서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되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홍 의원은 17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선 “보수당은 한국당 하나밖에 없는데 지금 한국당 가지고 보수 전체를 포용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선 신공화당 같은 새로운 당이 필요하고 보수의 본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지지할 수 있는 원조 보수당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한국당은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들이 지금 당을 좌우하는 형국이고 황교안 대표도 그런 분들하고 같이 뭘 해볼까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수의 본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선택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역설했다.

이는 설령 보수통합의 방향으로 가더라도 정통성이나 주도권을 한국당이 아니라 소위 ‘태극기 신당’에서 쥐겠다는 의지인데, 이런 속내를 보여주듯 18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도 홍 의원은 ‘우파는 한국당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황 대표 발언에 대한 의견이 어떤지 묻는 질문에 “우파는 태극기 중심으로 모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국당이 보수우파를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중심 국민들로부터는 외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홍 의원은 같은 날 탈당 회견에선 자신의 탈당을 만류했던 일부 의원을 향해서도 “창당의 정치적 대의명분과 가치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는데, 태극기 신당 창당의 가치는 정통우파의 선명한 정치결사체의 구심점이 되어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고 3년 동안 태극기를 흔들어 온 정통우파 지지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우리의 대의명분이자 당면과제”라며 “저라도 먼저 나서지 않으면 보수재건이 요원하게 될 것 같은 압박감에 승복한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신공화당 규모, 2명부터 50명까지 ‘제각각’…누구 주장이 맞나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친박계임에도 불구하고 홍문종 의원을 따라 탈당할 의원은 많지 않을 거라 주장한 바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친박계임에도 불구하고 홍문종 의원을 따라 탈당할 의원은 많지 않을 거라 주장한 바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일단 홍 의원이 지난 17일 가칭이지만 “신공화당을 만들 것”이라고 밝힌 만큼 새로운 정당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홍 의원이 정치적 유·불리에 관계없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는 해도 만일 소수정당에 유리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끝내 관철될 경우 신공화당의 세 확장 역시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 보수정당에서 홍 의원 측 신당으로 어느 정도 당적을 옮겨오느냐가 양당의 우위를 가리는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해 그는 18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태극기 세력과 한국당에 양쪽으로 이중 당적자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분들 중심으로 해서 한국당에서도 많이 이적하고 있고 한국당 뿐만 아니라 재야세력도 있다. 심지어 지금 바른미래

당에서도 관심 갖고 있는 분들도 계셔서 제가 생각할 때는 내년 총선 전에 국회의원 40~50명 정도는 거느린 그런 당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 친박연대와 비교되는 데 대해선 “그 당시 공천 탈락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게 친박연대 아니겠나. 친박연대는 급조된 당”이라며 “우리가 말하는 공화당이란 이 상황은 지난 3년 동안 계속해서 9만명이 모여 태극기 집회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실체가 오랫동안 있었고 규모가 친박연대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차별화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여기에 같은 당 조원진 대표도 한국당 현역 의원 5명 정도는 섭외가 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조차 17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홍 의원이 40~50석은 가능할 것이라 했는데 거기까진 안 가도 최소한 20석, 원내교섭단체는 구성시킬 수 있는 그런 힘은 있다”며 “사실상 보수의 분열을 점칠 수 있고 반드시 (신당이) 성공할 것”이라고 어느 정도 낙관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당에선 이른바 ‘신공화당’에 대해 친·비박을 막론하고 대체로 실패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성일종 한국당 의원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공천이 자신 있었으면 나갔겠나? (홍 의원 따라갈 의원은) 1명도 없을 거라고 본다”고 밝혔으며 김용태 한국당 의원은 아예 같은 날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치적으로 옳지도 않고 당내 호응도 거의 없을 거 같고 영향도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듯 홍 의원이 러브콜을 보내던 ‘강성 친박’ 김진태 의원마저 일찍이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탈당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홍 의원이 대한애국당을 간다면 따라갈 의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고 과거 친박계로 꼽혔던 김태흠 의원도 17일 성명서를 통해 “당을 떠나려면 혼자 조용히 나가야지 추가 탈당을 언급해 당을 흔드는 건 사지로 함께 가자는 것으로 정치적 도의가 아니다”라고 홍 의원에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한국당 초재선 의원 혁신모임인 통합·전진도 17일 성명을 내고 “올 9월 최대 50명의 의원들이 한국당을 집단 탈당할 거라는 말도 안 되는 발언을 내뱉으며 당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지금은 분열할 때가 아니라 통합해야 한다”며 “개인의 영달이 우파 통합과 정권 심판이란 대의를 막아선 안 된다. 홍 의원은 분열 조장하는 언행을 삼가라”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비박계 황영철 의원도 홍문종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인물 중심의 정치세력이 만들어지는 것은 보수진영에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오훈 기자
비박계 황영철 의원도 홍문종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인물 중심의 정치세력이 만들어지는 것은 보수진영에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오훈 기자

아울러 친박신당이 성공할 거라는 박지원 평화당 의원의 관측에 대해서도 한국당에선 황영철 의원이 18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박 의원 전망은 지금 처한 상황을 부추기는 발언”이라며 “홍 의원의 탈당과 박근혜 대통령 인물 중심의 정치세력이 만들어지는 것은 앞으로 보수진영에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 이뤄질 거라 보고 있고 중도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한 노력을 더 가열차게 해내가야 되지 않을까”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 바른정당 학습효과? ‘한국당 탈당설’ 홍문종으로 그칠까

한편에선 지난 17일 ‘원조 친박’이라 불렸던 한선교 의원이 돌연 건강상 이유를 들어 당 사무총장직에서 사퇴해 홍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과 관련된 행보 아니냐는 일설도 잠시 돌았으나 지나친 확대해석이란 반박이 나오면서 수그러들었는데, 현재로선 계파를 떠나 대부분 한국당 탈당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탈당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데엔 단순히 당장 공천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란 이유도 있지만 과거 거대정당을 나간 뒤 새로 차린 정당들이 결국 주류로 올라서지 못하고 군소야당에 머물거나 결국 거대정당으로 다시 흡수·통합되어온 사례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최근의 사례만 봐도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던 의원들이 결국 군소정당에 머무르다 다시 한국당으로 복당하려는 과정에서 이들을 수용할지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던 만큼 정치적으로 명재경각의 지경이 아니라면 현역의원들이 벌써부터 거대정당을 섣불리 탈당하는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그런 면에서 홍 의원 역시 18일 탈당 회견에서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동지의 인연을 나눴던 몇몇 동료 의원들의 처세술도 상처를 줬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그들이 박 대통령 앞에서 어떤 처신을 했는지 기억이 생생한데 너무 달라진 표정으로 세상 인심을 전하고 있는 그들이 놀라웠다”며 자신의 러브콜을 친박계 의원들조차 거절했음을 사실상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17일만 해도 CPBC라디오 인터뷰에서 “5.18이 됐건 세월호 문제가 됐건 무슨 일 있을 때마다 맨날 사과만 하고. 우리당 징계만 하고 한국당처럼 해가지고 보수에 미래가 없다”며 황 대표를 직격했던 홍 의원은 18일 YTN라디오에선 “한국당이 망하라는 의미가 아니고 경쟁할 때는 경쟁하고 협력할 때는 협력해 보수우익이 대한민국을 바로잡을 때까지 같이 경쟁하고 노력하자는 말”이라면서 “지금 태극기 활동하고 있는 데 대해서 황 대표께서 이런저런 앞으로 같이 하자 정도의 이야기들을 주변 사람하고 제게 전달했다”고 온도차 있는 반응을 내놨다.

결국 이런 변화를 살펴볼 때, 홍 의원의 신당은 별 여파를 미치지 못할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향후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이나 총선 공천 발표 등 변수는 일부 남아 있어 실패할 거라 예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기에 과연 어느 쪽이 웃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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