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서 도전 받는 황교안과 바른미래당에게까지 압박 받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좌)와 나경원 원내대표(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좌)와 나경원 원내대표(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원내와 원외에서 각자 자유한국당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투톱 정치가 지도부에 대한 내부 반발과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국회 정상화 문제란 내우외환을 극복해낼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원외 출신의 정치 초년생인 황 대표와 보수정당 최초 여성 원내대표라는 나 원내대표가 그간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보여준 대여투쟁 행보는 일단 쉽지 않았던 보수 결집을 어느 정도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점차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그간 잠잠했던 당 내홍이 공천 문제 등으로 재발될 조짐을 보이는데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연일 거세지는 여당의 ‘한국당 책임론’ 압박 때문에 지도부 출범 이후 가장 큰 난관에 처해 있다.

◆ ‘대선후보냐, 당 대표냐’ 딜레마에 공격 받는 황교안 리더십

당내에서 황 대표가 취하는 태도에 반발하는 인사들의 목소리가 최근 들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지난 5일 “야당 대표는 풀어야 할 입까지 틀어막고 있으니 선거 결과가 걱정”이라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11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이 장외집회도 마감하고 말조심 징계까지 계속하니 아예 적막강산으로 바뀌어 버렸다. 황 대표의 자업자득”이라며 “야당 당수가 마땅하고 옳은 말하는 자당 싸움꾼만 골라 스스로 징계하는 경우를 저는 듣도 보도 못했다”고 재차 황 대표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황 대표가 최선봉에서 반문재인 투쟁을 진두지휘하다가 죽을 각오를 해야 나라도 살고, 자기도 살 것”이라고 황 대표를 압박했는데, 그래선지 황 대표는 같은 날 오후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자당 소속 민경욱 대변인의 이른바 ‘천렵질’ 논평을 막말이라고 비난하는 여당을 겨냥 “아무거나 막말이라고 하는 그 말이 바로 막말”이라며 “막말이라고 하는 막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뒤늦게 공세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일엔 김진태 의원까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저는 아무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도 지금 제명안까지 올라와 있다. 숨만 쉬어도 막말이다”라며 “앞으로 대표의 말에 대해 공격받으면 대표도 징계할 것이냐. 지금처럼 더불어민주당이 그어놓은 금 안에서만 놀면 결과는 뻔하다”고 황 대표의 태도를 비판했다.

아예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김원봉이 국군의 뿌리라고 했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야당 대표는 다 도둑놈이라고 했는데 그건 사과도 못받으면서 우리만 맨날 사과해야 되느냐”며 “우파들 사이에서 대표가 사과를 너무 자주한다는 우려가 많다. 확실한 중심을 잡아줘야 하고 좀 더 화끈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한층 강하게 황 대표에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정계개편 방향까지 “한국당과 대한애국당이나 태극기세력이 다 합쳐져서 그게 신당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유승민 의원이 있는 바른미래당에 대해선 “진정한 보수우파라 생각하지 않고 통합대상 자체가 안 된다. 오히려 우파 통합에 걸림돌”이라고 주장해 앞서 바른미래당과의 보수통합 필요성을 언급했었던 황 대표와 견해차를 분명히 했다.

이렇게 당내에서 황 대표를 겨냥해 입장을 확실히 하라는 지적은 대선주자로서 외연 확장이 꼭 필요한 황 대표를 적잖이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데, 보수층만 바라보는 목소리를 내자니 ‘강성 보수’ 프레임에 갇혀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고 중도층으로 확장하자니 바른미래당에 대해서조차 부정적인 당내 친박계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탈당설까지 불거졌던 홍문종 의원은 지난 1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오죽하면 황세모란 얘기를 하겠나. 굉장히 애매모호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정확한 보수의 가치, 우익의 가치, 그분들의 마음을 읽고 달래지 못하는 그런 한국당이라면 보수통합의 중심이 한국당에 있는 게 아니라 태극기(세력)에 있는 것 아닌가”라고 딜레마에 빠져 있는 황 대표를 꼬집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홍 의원은 13일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선 보다 노골적으로 황 대표를 꼬집어 “오직 대권 행보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보수우익의 가치를 확실하고 분명하게 천명하고 그걸 몸으로 실현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부족하다”며 “바깥에서 태극기 세력을 중심으로 한 텐트를 치는 것이 맞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10월에서 12월이 되면 많게는 40~50명까지 동조할 것”이라고 거세게 압박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물론 자칫 보수분열로 내비칠 수 있는 홍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선 김진태 의원이 12일 “홍 의원이 애국당으로 간다고 하면 동조할 의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친박계 내에서조차 아직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현재의 황 대표 리더십에 불만을 표한다는 점에 있어선 친박계 의원들 간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 黃, 당내 반발에 무대응하며 ‘인재영입’으로 물갈이 나설까

하지만 당내 반발에 일일이 대응하려다간 다시금 계파 내홍의 불씨가 지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황 대표는 여전히 직접적인 대응을 삼가며 인재영입이나 민생투쟁 대장정 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대선은 차치하고 당장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도 외연 확장은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결국 이런 입장을 취하게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황 대표는 외연 확장에 불리한 정치·이념적 사안보다는 지지층 폭을 넓히기 좋은 경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데, 이미 경제실정 징비록를 내놓은 데 이어 2020 경제대전환 프로젝트를 선언하고 경제대전환 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대선주자답게 이젠 맹목적 비판뿐인 장외투쟁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투쟁 쪽으로 무게추를 옮겨가고 있다.

또 원외 출신으로서 당내 입지가 약한 황 대표는 개별 의원들의 반발에 맞부딪히기보다 총선 공천을 앞두고 적극적인 인재 영입을 통해 해결하려는 속내도 내비치고 있는데, 황 대표는 11일 한국여성유권자 연맹 창립 50주년 기념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여성 30% 공천 선언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고 여성 친화정당을 만들겠다”고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13일엔 “변화와 통합을 완수하기 위해선 핵심과제가 인재영입이고 관심을 기울여야 할 영역은 청년과 여성”이라며 이명수 의원에게 인재영입위원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변화와 통합을 거론하면서 총선 승리를 위해 청년과 여성 영입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는 달리 말하면 현역 의원 물갈이를 시사하기도 하기에 황 대표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데, 14일에도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떻게 인재를 영입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당을 인재중심으로 이끌어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신규 인재들에 당의 미래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두언 전 의원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과거 이회창 같은 경우 보면 중진을 대거 자르고 총선을 치러서 승리한다. 그때 중진을 대거 잘라가지고 어마어마한 제3당이 생겼는데 결국 (그 당은) 성공을 못했다”며 “집토끼는 결국 어디 도망가지 않는다. 총선은 대선과 마찬가지로 중간층을 확보하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는데, 과연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지 벌써부터 황 대표의 향후 행보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안 풀리는 국회 정상화에 압박 받는 나경원 원내대표

국회 정상화 문제를 놓고 한국당 내에서도 박맹우 의원(좌)과 장제원 의원(우) 간 의견이 엇갈리는 등 일치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토포커스DB
국회 정상화 문제를 놓고 한국당 내에서도 박맹우 의원(좌)과 장제원 의원(우) 간 의견이 엇갈리는 등 일치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토포커스DB

이런 가운데 황 대표와 투톱을 이루며 지도부를 이끌고 있는 나 원내대표에도 국회 정상화 협상과 관련해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그 역시 다른 정당과의 이견은 차치하고 자당 내부에서마저 각기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황 대표 못지않게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21일 국회 정상화를 위해 3당 원내대표 호프미팅에 나섰던 나 원내대표를 겨냥해 “일하러 가는데 분위기까지 조성할 필요 없다. 조건 없이 등원하는 게 깔끔하다”고 작심 비판했었던 장제원 의원은 지난 12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 비판하면서 정작 우리는 제왕적 당 대표제, 원내대표제 운영하고 있다. 국회는 스톱 시켜놓고 지도부 스케줄은 온통 이미지 정치 뿐”이라며 “대체 누굴 위한 정치이고 누굴 위한 당이냐.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데도 당내엔 침묵의 카르텔만 흐르고 건강한 비판은 사라진지 오래”라고 재차 비판했다.

이렇듯 장 의원이 원내대표를 비판하면서까지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는 데 우려를 표한 반면 같은 당 박맹우 의원은 하루 뒤인 13일 ‘한국당 초·재선 혁신모임’에 참석해 “당내에서도 (국회) 정상화 주장을 일부에서 하는 것 같은데 패스트트랙 폐기에 대한 담보 없이 정상화에 동의해선 안 된다”며 “(패스트트랙 막고자) 투쟁까지 해놓고 민생이나 재난지역 지원이 급하다는 명분 때문에 흔들려선 안 된다. 당 문제를 떠나 국가 명운이 달렸다”고 장 의원과는 반대되는 목소리를 냈다.

급기야 지난 10일만 해도 지상욱 의원이 주최한 ‘보수와 진보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함께 하며 정부여당을 성토하고 12일에도 정부의 추경 요구에 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표했었던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조차 13일엔 “경제청문회든 특별위원회 기한 연장이든 국회를 열어야 진행하는 것이지 아무리 밖에서 목청 높여봐야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며 “합의가 안 되면 단독 소집을 포함해서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이번 주말이 마지노선”이라고 한국당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나 원내대표의 속을 더 타들어가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오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한국당을 겨냥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충분히 시간 드렸다. 본질을 벗어난 작은 사안은 뒤로 미루고 대승적 결단을 해야 한다”며 “다음 주엔 어떤 방식이 됐든 국회 열리게 하겠다. 거의 두 달 만에 열리는 국회니 국민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6월 임시국회에 만전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단독 개회 가능성을 피력했다.

여기에 나 원내대표가 13일 “청와대가 야당을 조롱하고 압박하면서 재를 뿌리는데 어떻게 국회를 열 수 있겠나. 강기정 정무수석과 노영민 비서실장은 국회 파행된 동안 제게 연락 한 번 제대로 했느냐”며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책임을 놓고 청와대로 화살을 돌렸으나 이마저 청와대에서 즉각 “나 원내대표가 국회 파행 이후 ‘청와대는 빠지라’고 언급했다. 그전까진 나 원내대표와 연락했었는데 빠지라고 해서 더 이상 연락할 수 없었다”고 반박 입장을 내놔 도리어 자충수가 돼버렸다.

이처럼 범여권은 차치하고 바른미래당마저 단독 국회 가능성을 열어놓은 데다 청와대까지 모두 한국당 압박에 나선 가운데 사면초가에 직면한 나 원내대표가 당내 일각의 반대 목소리를 무릅쓰고 과연 이번 주말까지 부득불 국회 정상화에 나서게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