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을 억압하는 나라는 쇠퇴하고 결국 망한다
'친기업-친시장'의 미국과 '반기업-반시장'의 한국의 차이점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놓은 투자 일자리 수출 소득 지표를 보라

천조국(千兆國)은 네티즌들이 즐겨 쓰는 미국의 별칭이다. (러시아는 불곰국이라고 부른다) 천조국이란 국방비에 1,000조원의 돈을 지출한다는 의미인데, 세계 주요 10개국의 국방비를 합쳐도 미국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다. 엄청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방비를 지출하니 세계 패권국으로서 위용이 대단하다.

미국은 어떻게 천조국이 되었을까. 신대륙을 먼저 발견했던 스페인과 포루투갈 사람들은 기후나 자원 측면에서 별로 매력이 없다며 미국 땅에 대해서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멕시코 브라질 페루 등 중남미에 주력했다. 그래서 미국 땅은 뒤늦게 신대륙을 찾은 영국과 프랑스의 차지가 되었다. (지금 미국은 1인당 소득이 5만 달러에 달하는 강국이지만, 중남미에는 포퓰리즘과 부정부패가 만연한 나라들이 즐비하다)

미국이 세계 패권국이 된 요인에 대해 저명한 경제학자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가 2017년 분석한 내용이 있다. 펠드스타인은 공화당 지지자이면서도 당파를 떠나 역대 대통령의 자문을 맡은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다. 30세에 하버드대 교수가 된 그는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2~1984년에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맡았고 공화당 소속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때도 자문역을 수행했다.

그는 ‘합리적인 조세 감면과 작은 정부’를 주장했으며, 재정 적자에 따른 정부 부채의 급증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을 금과옥조로 삼았다고 경제학 책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회고했다. 지난 11일 펠드스타인 교수가 세상을 떠났기에 고인을 기리면서 그의 분석과 통찰을 다시 음미해본다. 그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왜 미국은 다른 (비슷한 규모의) 나라보다 부유한가’라는 논문을 실었는데, 2017년 4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이를 요약한 기사를 실었다. 펠드스타인이 꼽은 요인은 10가지다.

첫째, 기업가 정신을 북돋는 문화다. 미국인들은 창업하고 이를 키우려는 욕망을 숨기지 않고 위험(risk)을 감수한다. 실패에 대한 벌칙이 거의 없는데 학생들도 이런 기업가적 꿈을 키운다. (한국에는 반기업 문화가 만연하고 학생들은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이 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둘째, 기업가 정신을 지원하는 금융 시스템이다. 창업을 지원하는 벤처 투자자도 많으며, 기업가들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소규모 은행들이 7천개가 넘는다. (한국에서 은행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 담보 대출에만 연연하고, 금융당국은 규제에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추궁 하느라 바쁘다)

셋째,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대학들이다. 미국 대학은 기초과학부터 실용 기술까지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이를 비즈니스에 접속하려고 노력한다. 세계 각국의 인재들을 영입한다. (한국 대학은 정부 지원금 타내기에 바쁘고, 교수들은 실력 쌓기는 뒷전인 채 정부 용역을 따거나 한 자리 차지하려고 정치권을 기웃거린다)

넷째, 유연한 노동시장이다. 미국 민간분야에서 노조 조직률은 7% 미만이며, 공기업도 거의 없다. 근무와 고용 조건이 유연하니 기업들은 인력 조절을 자유롭게 하면서 혁신하기 쉽고, 근로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기 쉽다. (한국에서 정부는 민노총 눈치 보기가 바쁘며, 성과연동보수제 문화의 정착을 정부가 오히려 막는 등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한 노동개혁이 실종된 상태다)

다섯째, 인구 증가다. ‘이민국가’인 미국은 젊은 인력들도 많고 실력과 꿈이 있는 다른 나라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관용성을 보인다. 미국은 가족 중심의 문화도 강하다. (한국은 극심한 개인주의에 따라 가족의 중요성을 상실한 상태이며, 대통령마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없다며 ‘초저출산 문제’를 거의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

여섯째,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권장하는 문화다. 미국에서 주당 근무시간은 1800시간 이상인데, 특히 두뇌를 쓰는 고연봉 사무직 근로자나 임원 등은 정해진 근무시간 자체가 없다. (한국은 실력도 쌓지 못하면서 어쭙잖게 워라밸을 외치는 젊은 직원도 많고, 이를 부추기는 대통령과 경제참모들이 있다.)

일곱째, 풍부하고 저렴한 에너지다. 미국은 풍부한 셰일 석유를 바탕으로 에너지 자립을 이뤘다. 외국으로 나갔던 미국 기업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이 ‘일자리 늘리기’에 몰두하는 트럼프 이전 오바마 정부시절부터 본격화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인 2010년부터 2016년1월까지 1600여 기업이 미국으로 복귀했으며, 미국에 제조업 일자리 약 80만 개와 간접고용 240만 명이 생긴 것으로 파악했다. ‘셰일 혁명’으로 상징되는 에너지 비용의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은 원전을 통해 값싼 전기를 사용했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탈원전’이라는 희대의 코미디극을 벌이면서 공정이 10% 진행된 원전 2기의 건설 작업을 중단시켰고, 계획된 원전 4기는 백지화했다. 원전 관련 기업들이 많은 부산과 창원 일대에 일자리가 사라지며 곡소리가 났고, 앞으로 전기료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여덟째, 유리한 규제환경이다. 미국 규제는 완전하지 않지만 그래도 유럽 등에 비하면 기업에 부담이 매우 적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완화가 곧 대기업 봐주기로 인식하는 듯하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타다’를 공격했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내년부터 정부가 강제로 기업에 특정 회계법인을 지정해주는 ‘지정감사제’를 도입하는데, 삼성전자 등 대기업 23곳이 먼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대기업을 믿지 못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인데 관료 출신인 최 위원장의 대통령 코드 맞추는 모습이 눈물겹다)

아홉째, 미국은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연방정부, 주정부, 지방정부의 지출을 모두 합쳐도 국내총생산(GDP)의 38% 수준으로 유럽보다 현저히 낮으며 민간에 대한 간섭이 적다. (한국에서 문재인 정부는 재정 지출 늘리기와 세금 더 걷기에 여념이 없다. 이렇게 걷은 돈을 정치인과 관료들이 마음대로 지출한다. 여기저기 세금을 퍼붓더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장과 동장 수당까지 높인다고 한다)

열 번째, 주 정부끼리 경쟁하게 하는 분권 정치다. 미국은 50개 주(state)가 있는 연방국가인데, 사실상 50개 주가 자체 입법부 행정부 사법을 지니고 있어 일개 국가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주끼리 경쟁하고, 소비세의 경우 주마다 다르다. 기업 규제의 강도도 주마다 달라 기업들이 자신들의 특성에 맞는 곳으로 기업을 이전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애틀에 있는 것은 빌 게이츠가 고향을 떠나기 싫어서인데, 아마존이 제프 베조스의 고향인 앨버커키(뉴멕시코주)를 떠나 시애틀로 간 것은 보잉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있어 정보통신 인프라가 훌륭하고 인재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지자체들은 겉으로는 기업 우대한다면서 속으로는 중앙권력 눈치만 보고 기업 뜯어먹기에 여념이 없다. 최근 지자체들이 대기오염을 유발한다며 제철소에 조업정지 처분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기업인들은 지방에서 사업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펠드스타인이 10가지 설명을 들면서 내린 결론은 ‘기업이 강한 나라가 경제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업가 정신을 억압하는 나라에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쇠퇴하고 결국 망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기업가 정신보다는 재벌 개혁을 얘기하고, 대기업은 갑이며 서민·개인주주·중소기업은 을이란 이분법적 관점을 작동시킨다. ‘반기업-친노동’을 한다며 근로 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차별 금지 특별법, 위험 외주화 방지법을 밀어붙였다. 펠드스타인은 “정부가 노동 조건과 채용에 간여하지 않아야 일자리의 진출입이 쉬워져 노동자들이 직장을 찾기 쉽고 회사들이 혁신을 이루기 쉽다”고 봤는데 이런 주장은 아예 무시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엉터리 정책을 ‘J노믹스’라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가 말도 안 되는 경제 미신을 믿으면서 ‘경제학’을 엉망으로 만들고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는데, 그걸 못 알아차리는 국민들이 너무 많다. 깨어 있어야할 할 관료와 학자들 대다수가 문재인 정부가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투자 일자리 수출 소득의 마이너스 지표’에 대해 분칠하고 위장하느라 바쁘다. 반면에 펠드스타인 같은 강단 있고 소신 있고 실력 있는 학자는 눈을 씻고 봐도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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