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론 중에 “죄수의 딜레마”라는 것이 있다. 공범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두 사람을 각기 따로 두고 협상을 한다. 둘 다 함구하면 며칠의 구류 뒤에 풀려나지만 어느 한 사람이 죄를 고백하면 그 사람만 적은 형을 받고 나머지 한 사람은 중형을 선고받는다. 이런 경우 서로의 행동을 고려하면 둘 다 함구해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서로의 행동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자백하는 것이 서로에게 득이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업체들에게 이 게임을 던졌다. 자진신고자감면제도를 통해 담합의 배신자들을 유인했다. 이번에는 카드 업체들이 대상이 되었다. VAN 수수료를 두고 담합한 이들 업체들의 내막을 알아본다.

자진신고자감면제도가 시행되고, 담합 업체들의 배신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자진신고자감면제도는 먼저 담합을 신고한 업체에게 과징금과 처벌을 경감시켜주는 제도이다. 2005년 자진신고자감면제도가 개정되어 시행된 이후 카르텔 적발 건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적발 건수는 2005년 전까지 연간 2건이었던 것이 시행 이후 연 7건에 달한다. 얼마 전 화학 업체의 담합 적발 시 호남석유화학은 최초 신고자로 정보를 제공하여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의 혜택으로 과징금과 검찰 고발을 모두 면제 받았다. 추가로 정보 제공에 협조한 삼성 토탈, 삼성종합화학은 검찰 고발을 면제받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담합 업체들이 자수에 나섰다.

중소기업체의 카드업체 역공

소비자의 카드 사용과 소비업체, 카드 업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VAN사업이다. VAN은 정보 전달과 축적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카드 결제 시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카드 업체들은 중간 역할을 하는 VAN업체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게 된다. 담합은 카드 업체들이 연합하여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2004년 11월부터 2005년 1분기까지 VAN 업체의 수수료를 인하했다. 기존 100원이던 수수료를 70원으로 인하하여 지금까지 같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H사와 같이 덩치 큰 업체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하지만 중소 VAN 사업체들은 수수료 인하로 경영이 어렵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카드사의 담합을 신고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실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과정에서 거의 모든 카드 업체들이 담합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LG 카드와 삼성 카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자진신고와 협조를 보여 과징금 등의 감면이 예상된다.

엇갈린 카드 업체의 반응

삼성 카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자진 신고는 아니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른 사실을 인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담합 여부는 공정위의 조사가 나와야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LG 카드 관계자는 담담한 모습을 보여 대조적이었다. 거의 모든 카드 업체가 담합을 하여 VAN 수수료를 인하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2004년 11월부터 2005년 1분기까지 VAN 사업체에 단체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영향력을 미쳤고 이 때 정해진 수수료는 지금까지 70원으로 인하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담합으로 인한 결과 금액이나 과징금 액수가 어떤 방향이 될지는 예측하지 못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가 5월 경 발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또 현재 LG 카드는 공정위의 조사 진행에 따라 지켜보는 입장이며 조사 결과에 순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한 경쟁으로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요즘 석유화학업체를 비롯하여 아이스크림 업체까지 담합하여 수익을 챙긴 것이 밝혀져 소비자들의 마음을 심난하게 하고 있다. 얼마 전 사상 3번째의 과징금을 부가받은 석유화학업체들의 담합으로 소비자들의 피해는 1조 5천억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피해는 금전적인 것만이 아니다. 소비자가 믿음을 사라지게 하고 멀리는 국가 경쟁력까지 위협하는 담합이 근절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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