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국당 패싱’ 망설이는 이유는?

국회 본회의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 동력도, 명분도 잃어 가는 분위기다. 국회 정상화를 놓고 여야간 협상이 장기화되자 당 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한국당 지도부가 코너에 몰리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절반 이상은 국회를 여는 데 합의하는 정당들이 먼저 6월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데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투쟁 동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 지도부는 연일 투쟁 강도를 높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이 애초 테이블 협상에 올린 요구 조건 외에 새로운 요구 조건을 제시하면서 국회 정상화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이 한국당에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당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등 돌리는 바른미래당, “더 못 기다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한국당을 배제한 여야 4당만의 국회 소집을 반대하던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까지도 이번 주말까지 합의가 안되면 한국당을 제외하고 국회를 소집하겠다고 데드라인을 못 박았다.

국회 장기 파행에 따른 피로감과 강원도 산불, 포항 지진 등 긴급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국회를 계속 공전시키는 데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 원내대표는 13일 “이번 주말이 마지노선”이라며 “민주당과 한국당 간 합의가 안되면 바른미래당 단독으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교섭단체 간 합의가 바람직하지만 너무 오래 돼서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국회 정상화 시한은 다음주로 또 밀리게 됐다.

바른미래당이 한국당을 배제한 국회 소집까지 언급하는 데에는 한국당이 새롭게 요구 사항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간 국회 정상화 최대 쟁점이었던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방향 문구를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 각각 ‘합의처리 원칙’과 ‘합의처리’ 입장을 고수하며 팽팽히 맞섰지만 민주당이 한발 물러서면서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법안을 다루는 정개·사개특위 활동 시한 연장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은 정개·사개특위 연장 여부는 당초 협상 의제가 아니기에 국회를 열고 추후 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국당은 특위를 폐기하고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을 심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한 한국당이 요구하는 ‘경제 실정 청문회’가 국회 정상화를 방해라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재해 및 건전재정 추가경정예산(추경) 긴급토론회를 열고 “집권여당이 추경에만 목매는 이유를 국민이 알아야 한다는 게 경제청문회를 하자는 이유”라며 “국회에서 대내·외 경제리스크에 대해 각 당이 함께 진단하면 국회가 정책을 주도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 원내대표는 이날 “일단 국회를 열어놓고 추후 별도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신속한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그간 국회 소집에 동의하는 정당들끼리 국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요구하며 이틀째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국회 정상화와 6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며 이틀째(1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사진 / 박고은 기자]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이 계속 새로운 조건을 내거는 것을 보면 국회 정상화에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정개특위 연장의 조건으로 심상정 위원장 사임을 주장하는 꼴을 보면 정치개혁을 저지할 생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난데없는 ‘경제실정 청문회’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며 “청문회를 주장하든 무엇을 하든 국회에 들어와서 해야 할 것 아닌가. 생떼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경제 실정 청문회도 국회가 정상화가 돼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는 것은 국회를 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국회 정상화에 대한 한국당 진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한 바 있다.

이처럼 국회 정상화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는 만큼 한국당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매우 좁아 보인다.

고심하는 민주당 ‘왜’

하지만 한국당이 물러서지 않는데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한국당이 국회 정상화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본회의도 추경 처리도 못하기 때문이다. 오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국회 단독소집, 한국당을 배제한 여야4당 국회 소집을 반대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야당이 보이콧으로 맞설 경우 대부분의 상임위는 아예 열지 못하거나 열자마자 산회할 가능성도 높다. 무엇보다 추경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민주당이 국회 단독 소집 강행하면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부의 추경안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의 위원장은 한국당 몫이기에 한국당의 협조가 없이는 예결위를 열수도 없는 상황이다.

법안 처리의 마지막 문턱인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도 한국당 여상규 의원이기에 민주당이 국회 단독소집을 한다 해도 실효성도 얻지 못하면서 자칫 정략적인 국회 소집이라는 비판도 배제할 수 없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한국당을 배제한 여야4당 국회 소집’에 대해 묻자 “우리가 여는 데에만 만족하지 않고 끝까지 합의를 이루려는 이유는 실질적으로 추경 심의가 되서 의결되길 원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국당 협조 없이 추경 심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대목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이 ‘오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국회를 정상화 시키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으로 보인다”며 “정상화를 위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본인 스스로의 결단이 반영된 발언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특위 연장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연장을 원하는 이유는 1년 동안 특위 이름으로 사실 많은 지식이 축적되고 경험도 쌓였는데 상임위로 복귀되서 넘어가면 그동안의 논의나 쟁점이 이어갈 수 없다보니 아쉽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장 여부하고 위원장 교체나 구성 교체는 지금 현재로선 어떤 방향으로 잡힐지 모른다”며 “오 원내대표는 분명히 연장 여부나 모든 것을 국회 정상화 해서 그 안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기에 한국당이 주장하는 모든 것은 국회 안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재차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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