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타워크레인 파업 철회, 노사 잠정합의안 서명
노조, 소형무인타워크레인 상대 '밥그릇챙기기'
임단협보다 정부 상대 소형크레인 규제만 요구
소형무인은 25m이하만 계약하기로 자체 합의

5일 타워크레인 노조는 파업을 철회했다. 임대업자협동조합 간 잠정합의서에 따르면 25m이상 높이에서는 소형타워크레인을 계약할 수 없도록하는 조항이 명시됐다. ⓒ 건설노조
5일 타워크레인 노조는 파업을 철회했다. 임대업자협동조합 간 잠정합의서에 따르면 25m이상 높이에서는 소형타워크레인을 계약할 수 없도록하는 조항이 명시됐다. ⓒ 건설노조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3t미만 소형무인크레인을 전면 폐기할 것을 주장하며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벌였던 고공 농성 파업이 사흘만에 철회됐다. <본지>가 입수한 잠정합의안에는 지상에서 25m 이상 되는 경우 소형크레인을 계약할 수 없는 것으로 나와, 사실상 이같은 조건아래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번 파업 이면에는 건설업계를 상대로 소형크레인 업계의 진입장벽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임대업협동조합과 노조지도부 간의 모종의 사전 약조가 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6일, <본지>는 전날 17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파업 중단이 발표되던 당시,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교섭 잠정합의안 중 ‘노동조건’을 입수했다

노동조건 잠정합의 안에 따르면 사용자 측인 한국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회사)는 소형타워(운전석이 없는) 크레인의 임대차 계약 시 지상에서 25m 이상 설치되는 소형타워크레인은 계약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이는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가 무인소형크레인 업계의 진입장벽을 높이겠다는 속내가 드러나 있다. 앞서 건설노조는 "(사측의 전향적인 임단협 체결과) 정부의 확실한 소형 타워크레인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전국 모든 타워크레인이 운행을 멈출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파업철회는 민주노총·한국노총의 ‘밥그릇 챙기기’가 성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노조는 파업을 단행하면서 임대업자조합에 임단협을 호소하기보다, 정부를 상대로 소형트레인을 폐기할 것만을 강조했다.

◇ 무인소형크레인 건설업계 '환영'…대형크레인 노조, '밥그릇 챙기기' 파업?

이번 파업의 배경으로는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무인소형타워크레인과 이를 사용하는 건설업체들을 상대로 한 ‘수주’ 밥그릇을 지켜야하는 대형타워크레인 노조와 크레인임대업자 간 서로 맞물린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돌고 있다.

일반적으로 타워크레인 업계의 발주과정은 건설업자와 임대업자가 계약을 하게되면, 조종사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크레인노조 등이 각각 나눠 인력을 파견한다. 임대업자도 보통 크레인 조종사출신인 경우가 많고, 직원이 있기도 해 노조에서 나온 인력과 함께 업체에 대형크레인 조종사로 파견을 나가는 경우가 많다.

갈등의 시작은 2014년에 등장한 소형 무인크레인이다. 작년기준 전체 크레인시장의 30%까지 기기숫자가 급증했고, 조종자격을 가진 이들은 대형은 2배에 불과하지만 소형은 4~5배에 달한다. 산업용은 대형크레인을 사용해야 하지만, 웬만한 시내외 주택이나 상가건물을 짓는 경우 소형크레인을 사용하는 경우 공기단축이나 비용 측면에서 훨씬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소형크레인은 20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운전할 수 있고 무엇보다 시공사입장에서 노조에 속해있지 않아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또 대형크레인 조종사에 300~700만원가량의 월례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소형조종사들에게 주는 급여도 기존 크레인 조종사의 50~60%에 불과하다.

비조합원인 일부 대형크레인과 대부분의 소형크레인 조종사들에게 점차 유리한 시장구조로 변하고 있던 차였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조에 속한 대형크레인 조종사들은 점차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

실제 노동자 측인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가 단체협상에서 요구사항은 △임금 7~9% 인상과 복리후생 강화 △무인 소형 타워크레인 퇴출 △비(非)노조원 조종사 채용 비율을 노조가 결정 등의 조항을 뒀다.

애초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가 단체협상에서 요구한 사항은 △임금 7~9% 인상과 복리후생 강화 △무인 소형 타워크레인 퇴출 △비(非)노조원 조종사 채용 비율을 노조가 결정 등의 조항이다. ⓒ 뉴시스
애초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가 단체협상에서 요구한 사항은 △임금 7~9% 인상과 복리후생 강화 △무인 소형 타워크레인 퇴출 △비(非)노조원 조종사 채용 비율을 노조가 결정 등의 조항이다. ⓒ 뉴시스

◇ "정부 상대로 규제바꿔라?"…한 노조원 '임대업자와 노사관계 이용'의혹제기

이번 합의안이 나오기까지 임대업자와 타워크레인 노조 파업 일련의 과정에서 일종의 밑그림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왜냐면 노사간 합의안이 사실상 임금인상 문제가 아닌 ‘건설사의 일정수준 이상의 소형크레인을 발주를 받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대외적인 입장 표명이었기 때문이다.

한 노조 고위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타워크레인 노조는 소형크레인 업계와의 밥그릇 싸움”이라며 “노조는 파업의 형식을 빌리기 위해 일부러 사용자인 임대업협동조합과 임단협 관련 중노위에 조정신청을 했고, 막상 파업을 시작하자 임단협과는 무관한 소형크레인 문제를 들고 나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다시말해 사측과의 파업은 노조가 목소리를 내기위한 일종의 장치였다는 해석이다.

그는 “지난 2월 타워크레인 내구연한을 20년으로 제한하는 건설기계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이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보류된 것 역시 노조와 임대업협동조합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이라며 “임대업자 크레인 연식을 늘려주기 위해 노조가 발벗고 나선 것으로 내구연한 연장은 사실상 노동자와 크게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조는 임금 7% 인상, 하계휴가의 탄력적 운영, 현장 휴게실 설치 조건 완화 등을 요구하는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했고, 이번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임금과 관련한 사항은 “임금, 연장근로수당, 토요일수당 4.5% 인상을 2020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와 자유휴가는 “8월 첫 번째 월요일부터 5일간 하계 휴가를 실시한다”로 조정됐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5일 17시까지 사흘동안 2500여대(민주노총 1500대, 한국노총 1000대)의 운행을 중지하는 파업을 진행했다. 이들은 안전문제를 제기하며 소형무인크레인 폐기를 주장했으나, 국토부는 안전사고의 원인이 소형크레인의 문제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한편, 5일 파업이 사실상 종료되면서 국토교통부 주도아래 노·사·민·정 협의체가 구성됐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 한국노총 연합노련 한국타워크레인 조종사 노동조합, 타워크레인 임대 사업자, 건설단체,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게 된다.

앞으로 이 협의체에서 소형 타워크레인 규격 제정, 면허 취득 및 안전장치 강화 등의 안전대책과 글로벌 인증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건설업체들이 영세한 타워크레인 대여업자에게 기계 대여료 지급보증을 떠넘기고 있는 계약이행보증 등 건설 현장의 불합리한 관행도 개선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제도 개선과 함께 불법 구조변경 및 설계결함 장비를 현장에서 퇴출시키고 제작 결함 장비에 대한 조사 및 리콜을 즉시 시행해 건설현장의 안전수준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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