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으로 치닫는 여야…靑 회동 놓고도 한국당 ‘신경전’ 팽팽

국회 본회의장 모습. ⓒ시사포커스DB
국회 본회의장 모습.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6월에는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국회가 오히려 여야 간 대치 국면이 점점 격화되는 양상으로 흐르면서 끝내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개회 시도에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우려한 야권 일각에선 석패율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하거나 청와대에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주장한 1대1 회동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발 물러서는 등 어떻게든 접점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없지 않은 상황이지만 좀처럼 국회 정상화 가능성은 보이지 않고 있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전 극적 타협이 이뤄질 거란 전망도 점점 어두워져 가고 있다.

◆ 취임 100일 황교안號, 자의 반 타의 반 ‘치킨 게임’ 돌입

국회 정상화를 위한 출구전략으로 한국당이 그동안 요구해온 부분은 장외로 나가게 됐던 원인인 선거법·공수처 설치 패스트트랙에 대한 철회와 민주당의 사과 및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고소·고발 철회 등이었는데, 패스트트랙 강행을 주도했던 홍영표 원내대표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민주당의 원내사령탑이 교체된 것은 물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 일부 야당들의 원내대표까지 줄줄이 교체됨에 따라 높아졌던 국회 정상화 가능성은 지난달 22일 민주당 의총에서 한국당의 원내복귀 조건이 과도하다며 선을 그으면서 다시금 요원해졌다.

그 이후부터 약 2주간 민주당은 민생 법안 처리의 시급함을, 한국당은 국정 책임이 있는 여당의 양보를 요구하는 기존 입장만 제각기 고수한 채 한 발짝도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렸는데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나 막말 논란 등 한국당에서 불거진 악재로 반사이익을 누리던 민주당에선 도리어 급할 게 없다는 자세를 취하며 사실상 ‘백기투항’ 압박을 가했고, 최소한의 명분 없이 이대로 복귀할 수 없는 한국당으로선 장외투쟁을 재차 감행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 속에 정책투쟁으로 일견 선회하면서도 집권당인 민주당이 양보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대선을 바라보고 있는 황 대표로서 반드시 승리해야 할 총선을 채 1년도 안 남긴 가운데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거법을 범여권이 한국당과 합의 없이 패스트트랙 지정했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부분도 부득불 배수진을 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 계파갈등은 잦아들고 전국 순회 대장정을 통해 보수 결집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외연 확장은 기대한 만큼 이뤄지지 않은데다 최근 들어선 지지율 상승세도 꺾여 여당의 압박에도 그저 물러설 순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래선지 황 대표는 5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당 지지율에 악재인 막말 논란과 관련해 “또 다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이 나온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내부 단속에 나서는 한편 국회 정상화 지연 책임은 당청에 있다는 듯 “대통령은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치 않고 국회를 빨리 열어 대책을 논의해달라고 하면서 순방 전 국회 정상화란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게다가 청와대는 우리 당과의 협상 과정을 언론에 흘렸고 심지어 제1야당을 배제한 채 4당 대표 회동만 추진하려는 꼼수를 벌이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진정 국회 정상화를 바란다면 국회 파행 원인인 불법 패스트트랙을 사과하고 철회하는 게 우선이며 그러고 나서 제1야당 대표와 일대일로 만나 대책을 마련하는 게 맞다”며 “대통령께서 결단만 내리면 우리 당은 즉각 국회에 들어가 국정 운영에 적극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문 대통령에 공을 넘겼다.

또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까지 “민주당은 국회정상화에 대한 진정성이 전혀 없다. 일요일 이후 저와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어떤 연락이 없다”며 “언론을 통해 명분쌓기, 여론전에만 급급한다. 민주당이 만들고자 하는 국회는 총선용 국회, 청와대를 위한 국회가 될 것”이라고 당청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 靑·與, 일부 양보에도 한국당 ‘요지부동’에 ‘단독국회’ 고심

하지만 전날 5당 대표 회동과 황 대표 단독 회동 동시 진행 방안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청와대 측에선 5당 대표 회동이 아니라 3당 대표 회동을 요구하는 한국당에 대해 “아직 오늘과 내일 시간이 더 있어 긍정적 답이 오길 기다린다”면서도 “야당 제안에 융통성을 계속 발휘해왔다. 우리가 여기서 뭘 더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밝혀 더는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뿐 아니라 불과 3일 전인 지난 2일만 해도 6월 국회 단독 소집에 대해 “지금은 꼭 필요한 얘기 같지는 않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던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조차 5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야 협상에 진척이 없는 이유와 관련 “황교안 가이드라인이 문제”라며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도 인내하는 시간이 있는데 야당은 그렇다 치고 여당이 언제까지 손 놓고 있을 거냐는 지적과 비판도 실제 있어 그 연장선에서 (단독 국회) 고민이 깊어가는 건 사실”이라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울러 같은 당 박찬대 원내대변인도 “이번 금요일 정도에 단독소집 결정하고 오는 10일 월요일 정도에 시정 연설하는 것이 예측되는 기대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만약 (단독 소집) 하게 되면 한국당의 협조가 궁극적으로 없어도 국회를 소집해 상임위 중심으로 필요한 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최소한 ‘플랜 B’로서라도 단독 소집 준비엔 착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이미 하루 전인 4일에도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원내대책회의에서 “조건 없이 국회로 복귀하라. 한국당이 계속 국정을 거부하면 민주당은 단독 국회 소집도 검토할 수 있다는 말씀드린다”고 엄포를 놨던 만큼 아무리 이 원내대표가 최후의 카드라고 강조한다 해도 9일부터 대통령 순방까지 예정되어 있어 이번 주를 넘기기 전 단독 개회를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특히 여당은 핵심 쟁점인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방향과 관련해 ‘합의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한다’고 지난 4일 수정된 입장을 제시했음에도 한국당에서 화답이 없는데다 청와대마저 황 대표의 1대1 회동 제안을 수용키로 했음에도 5당이 아니라 3당 대표 회동으로 바꾸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사실상 거부하고 있어 단독 국회 소집이란 최후의 카드를 뽑아들 것인지 진지하게 고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황 대표가 여당의 단독 개회를 감수할지언정 사실상 ‘백기투항’하는 형태로 국회 정상화에 협조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은데, 이미 홍준표 전 대표가 3일 유튜브 방송 ‘홍카레오’를 통해 “주전투수가 못하면 불펜에서 투수를 찾아야 한다”며 황 대표를 압박한 데 이어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막말에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황 대표의 5일 발언에 즉각 페이스북으로 “여당 대표는 하지 말아야 할 불법 선거운동도 총력 질주하는데 야당 대표는 입단속에 열중한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는 등 벌써부터 또 다른 대권잠룡들이 황 대표 리더십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같은 당 김세연 의원은 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종로 출마가 정공법”이라며 황 대표의 부담감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어 당내에서 일고 있는 자신에 대한 압박을 최소화하려면 적어도 여당과의 이번 대치에서 순순히 양보하기보다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할 수밖에 없다.

◆ 원내 상황은 한국당에 불리…여야 4당 ‘국회 소집’ 들어가나

그러나 현재 한국당 안팎의 상황은 결코 녹록치 않은데,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이뤄졌던 여야 4당의 공조를 흔들면서도 당세 확장도 이루는 ‘일석이조’를 노려 황 대표가 바른미래당과의 보수대통합을 거론했지만 바른정당 출신인 오신환 원내대표조차 “거론할 가치 없다”는 날선 반응을 내놓은 데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5일 5·18 폄훼한 한국당 의원 3명을 제명하라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도리어 한국당에 대한 압박 기류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 뿐 아니라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처음 열린 5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도 여야 4당 위원들이 “특위 활동 기한이 연장되지 않으면 이번 달 중으로 선거법 심의·의결을 마무리 하겠다”고 합의한 데 이어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한국당의 불참 방침에도 불구하고 채 오는 10일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내놔 ‘한국당 패싱’ 상태로 단독 국회 추진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아예 정의당에선 윤소하 원내대표가 4일 의원총회에서 “더 이상 기다리기만 할 수 없다. 오늘부터 모든 의원실에 친전을 돌리고 6월 임시회 집회요구서에 의원 연서명을 받겠다”라고 천명하는 등 국회 단독 소집을 부채질하고 있는데, 청와대에서의 당 대표 회동 참여대상 문제로 평화당마저 3당 회동을 고수하는 한국당 주장에 반발해 각을 세우면서 사실상 민주당 단독 국회 소집은 시간 문제 아니냐는 목소리가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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