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에 황교안 진화 나서도 이번엔 한선교 발언으로 파문

최근 일부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자유한국당의 정용기 정책위의장(좌)와 민경욱 대변인(중), 한선교 사무총장(우)의 모습. ⓒ포토포커스DB, 민경욱 의원 블로그
최근 일부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자유한국당의 정용기 정책위의장(좌)와 민경욱 대변인(중), 한선교 사무총장(우)의 모습. ⓒ포토포커스DB, 민경욱 의원 블로그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패스트트랙 문제로 여당과 대치하며 신경전을 이어오던 자유한국당이 지지층 확대를 위해 나섰던 그간의 장외투쟁 등이 무색하게 최근 당내에서 계속 불거지는 막말 파문으로 인해 점점 곤혹스러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에서 국회 정상화 압박이 나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한국당에 협상력 제고를 위한 기회보단 ‘자충수’식 악재만 줄줄이 터지면서 오히려 여당에 유리한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어 급기야 침묵하고 있던 황교안 대표까지 경고성 발언을 내놓기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 정용기에서 한선교까지 끊이지 않는 한국당 ‘설화’ 논란

강성 발언으로 지지층 결집에 성공했던 한국당에서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들이 연일 터져 나오면서 이제는 당 지지율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당장 지도부 내 정용기 정책위의장부터 지난달 31일 천안 우정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제4차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야만성과 불법성, 비인간성만 뺀다면 어떤 면에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발언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는데, 인사 문책 측면에서 현 정권을 비판하려는 취지로 나왔던 비유였다지만 자칫 김 위원장을 호평한 것으로도 비쳐질 수 있어 당시 정 의원의 발언을 들은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놀라 술렁였을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황교안 대표가 연석회의 도중 기자들에게 “정 의장의 발언은 부적절한 측면이 많다. 취지는 우리 정부가 잘못한 사람을 책임감 있게, 적절히 조치하라는 것인데 부적절하고 과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하면서 급히 수습에 나섰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즉각 정 의장의 발언을 꼬집어 황 대표의 사과와 정 의장의 사퇴·제명을 촉구하는 등 거센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정 의장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인사권자로서 대통령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한 얘기를 왜 왜곡하는지 모르겠다. 악의를 갖고 왜곡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반박한 데 이어 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당 대표의 뜻을 존중해 짧게 말한다. 악의적으로 왜곡하려고 하는 세력에게 빌미가 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고 입장을 내놓는 데 그쳤다.

여기에 같은 날 한국당 대변인인 민경욱 의원도 지난달 31일 헝가리 유람선 참사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이른바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란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구설에 오르자 1일 “문 대통령은 세월호 구조대를 지구 반바퀴 떨어진 헝가리로 보내면서 중요한 건 속도라고 했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등 지난달 30일 ‘무어보다 중요한 건 속도’라고 했었던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의 관계 장관회의 당시 발언을 지적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사고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다른 정당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민 대변인은 직접 “속도를 강조한 문 대통령의 대응을 비판하는 의견들을 대변했을 뿐이며 막말은 아니다”라고 항변했으며 3일 최고위 직후 기자들에게도 “제 글은 전반부와 후반부가 다 있는데 뒷부분에 대통령의 말씀에 진정성이 있느냐는 것을 갖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쇼가 된다”고 역설했다.

심지어 민 의원은 3일 MBC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골든타임 3분은 상식적 이야기”라고 거듭 주장하면서 페이스북에 올렸던 기존 내용도 그대로 뒀는데,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문 대통령 관련해선 내년 총선까지 집중적으로 공격해 일부가 반응하는 것만 보더라도 계속 누적시키자, 이런 계획을 짜지 않고선 이런 발언들이 안 나오고 또 실수라고 생각하면 얼른 수정하는데, 수정 안 하는 걸 보면 이건 본인들 진심이거나 정책 의도”라고 해석했다.

그래선지 정책위의장과 대변인에 이어 이번엔 사무총장도 설화 논란에 뛰어들었는데, 한선교 의원은 3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실 앞 복도에서 대기 중이던 일부 기자들이 백브리핑을 듣기 위해 앉은 채로 자리를 옮기자 “아주 걸레질을 한다”고 표현했다가 도마에 올랐다.

당초 “앞으로 가려고 엉덩이로 밀고 가니 보기 좋지 않아 그렇게 (말)했다”고 해명했던 한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취재활동 폄훼 논란으로 비화되자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기자들의 취재환경이 열악해 고생한다는 생각에서 한 말로 상대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앞으로 최고위원회의 후 회의장 안에서 취재할 수 있도록 검토하는 등 취재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더 이상 오해의 소지가 없길 부탁드린다”고 진화에 나섰다.

◆ 막말 파문, 지지율에도 영향…국회 정상화 협상에도 악재로

2019년 5월 5주차 정당 지지도 결과 ⓒ리얼미터
2019년 5월 5주차 정당 지지도 결과 ⓒ리얼미터

이처럼 계속되는 설화 논란은 한국당 지지율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성인 2511명에게 조사해 3일 공개한 5월 5주차 정당 지지도 주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0%대로 다시 올라간 반면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9%P 하락하며 30%선을 간신히 지켜내는 데 그쳤다.

물론 논란이 된 정 의장 발언이 나온 지난달 31일 보수층 지지율에 한해 일간 기준으로는 앞서 27~29일 동안의 주중집계(60.4%)보다 상승한 63.6%를 기록했다지만, 단지 보수 지지층 결집만 노리기엔 주간 집계상 지역별로는 대구·경북(37.2%)에서 12.1%가 하락하고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에서 5%P 하락하는 등 전반적으로 좋지 않게 나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뿐 아니라 국회 파행 장기화로 인한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아 어떻게든 여당의 양보를 얻어내 국회 복귀 계기를 마련해야 되는 상황에서 일부 설화 때문에 스스로를 옭아맬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여 여당에 반사이익을 주고 있는 점도 국회 정상화 협상에 있어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만들고 있다.

한국당의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국회 정상화 협상에 있어서도 여당에 좀 더 강경하게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막말 논란까지 가중되면서 오히려 국회 정상화가 절실해야 할 여당이 이젠 패스트트랙에 대한 사과를 비롯해 어느 것도 전혀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형국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도리어 한국당에선 잇따른 막말 여파의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 대표가 경고성 발언까지 내놓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황 대표는 3일 비공개 최고위 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민 의원의 ‘골든타임 3분’ 논란 등을 들어 “국민들이 염려하거나 우려하는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더 유념하도록 하겠다. 팩트에 근거해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혹시라도 사실을 말하면서 심려를 드리는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각별히 애쓰겠다. 한국당은 사실에 근거한 정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황 대표는 앞서 비공개 회의에선 “국민의 눈높이와 거리가 먼 발언을 하다보면 말실수나 막말로 이어질 수 있다. 심사일언이라는 사자성언처럼 발언에 주의해 달라”며 “여당이나 다른정당의 무례한 발언에도 일일이 맞대응하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엄중 경고에도 불구하고 회의 직후 한선교 의원의 ‘걸레질’ 발언이 나오면서 의미가 퇴색돼 버렸다.

◆ 黃, ‘경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징계 조치 단행할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렇듯 설화가 끊이지 않는 데에는 사실상 당에서 방치하거나 솜방망이 수준의 징계만 내려온 점도 한몫 하고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은데, 5·18 망언 논란을 일으켰던 김순례·김진태·이종명 의원에 대해선 황 대표 체제 하에서 지난 4월 김순례 의원에 당원권 정지 3개월, 김진태 의원에 경고로 징계를 마무리 짓고, 전임 지도부인 김병준 비대위 시절 나왔던 이종명 의원에 대한 제명 권고는 여전히 의총에서 다루지 않고 있으며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의원의 세월호 관련 망언 논란 역시 지난달 29일 각각 당원권 정지 3개월과 경고로 매듭지었기 때문이다.

또 이번 ‘걸레질’ 발언 논란의 당사자인 한 의원의 경우엔 지난달 7일 당무가 자신에게 보고되지 않고 추진됐다는 이유로 자당 소속 당 사무처 직원들에게 ‘X같은 XX야’ ‘꺼져’ 등의 폭언을 했다가 당 윤리위에 회부하려는 당 사무처 노조의 성명이 나오자 “특정 당직자를 향한 발언이 아니었다”며 사과문을 내놓는 등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이미 있었지만 당시에도 별 다른 징계 없이 수습됨에 따라 이번 설화 역시 시간문제였을 뿐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 의원의 ‘당직자 폭언’ 사건 이후에도 나흘 뒤인 11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대구에서 열린 ‘문재인 스톱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 대회 도중 이른바 ‘달창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데 이어 16일엔 김현아 원내대변인이 YTN에 출연해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한센병 환자를 빗대었다가 사과하는 등 이번 정용기 의장 실언 파문 이전까지도 각 의원마다 개별적으로 설화와 해명이 반복되는 상황이 한국당에선 지속돼 왔다.

이에 따라 황 대표가 이제 단순 경고에 그치지 않고 당내에서 실언이 다시 나올 경우 실질적 조치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데, 과연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한국당에 집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