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최소화하는 정치권…전반적으로 자중하는 ‘분위기’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 등이 탑승한 유람선 '하블레아니'가 침몰해 한 구조 보트가 다뉴강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뉴시스.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최근 현안마다 대치하던 여야가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에서 29일(현지시간) 우리 국민이 승선한 유람선이 침몰, 사망자가 발생하자 고인에 대한 애도와 함께 신속한 실종자 수색과 구조를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특히 정치권은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오찬 일정을 취소한다거나 연일 끊이지 않았던 정쟁을 잠시 멈추는 모습을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자중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실종자 구조 여부에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쟁에 몰두하거나 설화(舌禍)에 휘말렸다간 자칫 당도, 정치인 개인에게도 치명상을 입을 만한 사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애도·구조 ‘한목소리’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30일 “우선 실종된 분들을 구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신속한 실종자 구조를 주문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는 현지 당국과 긴밀하게 협조해서 실종된 우리 국민을 찾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주시기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가족들에게도 “갑작스럽게 황망한 소식을 전해 듣고 충격에 빠졌을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정부는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조치에도 만전을 기해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우리 국민을 무사히 구조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다”며 “현재 심한 폭우가 내리고 있다하는데 수색 작업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지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실종된 분들을 모두 구조할 수 있도록 외교당국은 만전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전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사고로 인해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께 조의를 표하고, 정부는 조속히 사고수습을 위해서 만전을 기해주시기를 당부 드린다”며 “이후에 진행되는 부분들을 저희도 보면서 당 차원에서 대응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는 헝가리 정부와 협력하여 나머지 실종자 수색에 총력을 기울여주시기 바란다”며 “향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정의당 상무위원회의에서 “정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실종자 구조에 나서고, 한국에 있는 탑승객 가족들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악천후인 상황에서 왜 유람선이 운항을 했는지,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정 최소화하는 정치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정치권은 사고 애도의 의미로 정치 일정을 모두 최소화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18개 부처 장관과 ‘릴레이 오찬’을 기획, 정책 현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었지만 사고 소식로 일정을 취소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에 범정부적 역량을 동원해야 하는 만큼 국무위원이 여의도에서 오찬을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판단했다”고 밝혔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만찬 회동과 관련해 한국당은 ‘국정원 관권선거 개입의혹 대책위원회’가 이날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려 했지만 연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관권선거 개입의혹 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청와대를 방문해 국정원장이기를 포기하고 여당 정보원장을 자처한 서훈 국정원장에 대한 감찰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의 이후 기자들을 만나 “헝가리에서 수습을 해야하기에 오늘 청와대 방문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추후 방문의 뜻을 밝혔다.

민주평화당은 이날 오후 5시 을지로 맥주집에서 현장최고위원회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관련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취소 공지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한편 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예정한 ‘국민에 힘이 되는 일 잘하는 공무원 초청 오찬’ 행사를 취소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날 행사는 세계무역기구(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우리 정부가 승소하는데 성과를 낸 공무원과, 강원도 산불 초기 진화에 기여한 공무원 등 22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하는 차원에서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헝가리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로 우리 국민 33명 중 7명이 구조, 7명 사망, 19명이 실종됐다는 보고를 받은 후 오찬 일정을 연기했다.

앞서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헝가리 유람선 침몰 관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사고 보고를 받은 후 헝가리 정부와 협력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한 구조활동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현지에 신속 대응팀을 급파할 것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중앙대책본부를 즉시 구성하게 하고 국내에 있는 피해자 가족과 연락체계 유지, 즉각적인 상황을 공유할 것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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