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과 민노총의 파트너십에 대통령과 정부는 침묵
영화 '기생충'의 백수가족을 만든 진짜 원인을 모르면 대한민국에 미래 없다

 

일 년 전인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울산을 찾았다.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서였다. 추 대표는 “노무현과 문재인의 친구 송철호를 지지해달라. 노무현 대통령이 하늘에서 지켜주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서 지켜본다. 문심(心)이 곧 송심이다. 청와대 핫라인이 돼서 울산시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번영의 중심 울산이 되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은 자유한국당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의 측근 비리 수사에 나섰다. 당연히 선거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러한 측근 수사는 결국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이 났다. 김기현 후보는 “선거 낙마용 기획수사이자 조작극”이라고 뒤늦게 반발했지만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현직 대통령의 친구로서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송철호 울산시장이 일 년 만에 뉴스 전면에 등장했다. 현대중공업 본사의 서울 이전을 막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삭발식도 가졌다. 송 시장은 “(정주영 회장은) 1971년 26만t 유조선 두 개를 공장도 없이 맨땅에서 배를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땀과 눈물, 생명을 바친 배가 울산시민들의 눈물 속에서 출항했었다. 정주영 회장이 살아계셨다면 현대중공업이 서울에 가는 건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 문제를 놓고 울산이 전쟁터가 됐다. 두 조선사의 합병은 위기에 놓인 우리 조선업의 경쟁력을 높여 생존가능성을 확보한다는 국가차원의 결정이다. 압도적 세계 1위가 되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기술과 가격경쟁력에서 세계 조선업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김이 센 국민연금(현대중공업 2대주주)도 찬성표를 던졌다.

현대중공업은 두 조선사를 합병하면서 지주사 본사를 서울에 두기로 했다. 지주사 본사는 연구개발 인력이 대부분인데, 이들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서울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중공업 본사는 울산에 남으므로 지방세도 그대로 내고 현장 인력의 구조조정도 전혀 없다는 게 현대중공업의 약속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친구라는 울산시장이 국가 경제와 조선업이라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한 채 투쟁에 나선 것이다.

민노총 소속의 현대중공업 노조의 언행은 많은 국민으로 하여금 혀를 차게 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본관 점거와 파업은 생존권 투쟁”이라며 맞서고 있는데 그들의 평균 연봉은 6560만 원에 달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2017년 임금근로자 연봉 분석’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평균 연봉은 총 근로자 중 상위 10%(연봉 6746만 원 이상)와 상위 20%(연봉 4901만 원 이상) 사이에 위치해 있으니 얼추 상위 12% 안에는 들어갈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연봉은 3475만 원이니 현대중공업 연봉은 평균치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데 ‘생존권’을 얘기하니 매우 어색하고 짜증이 난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상위조직인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이러한 상황을 무시한 채 “(현대중공업 주총장인 울산 문화시설에 텐트를 치고 농성에 돌입한 것은) 사전 점거라기보다는 항의 행동”이라는 식으로 희석시켰다. 그러면서도 현대중공업 노조는 시너와 쇠파이프 반입까지 시도하는 등 주총장을 폭력 난장판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내보였다.

경찰도 민노총의 횡포에 수수방관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의 친구가 민노총 편을 드니 그런 것일까. 지난주 현대중공업 노조 시위에서 경찰을 12명을 체포했지만 한 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그마저도 기각했다. 하기야 국회 담장을 무너뜨리고 경찰을 폭행해 연행된 민노총 시위대 25명도 전원 석방됐고, 전국 곳곳의 건설 현장을 무법지대로 만든 민노총 노조원에 대해 공권력이 제대로 발휘됐다는 뉴스도 없다.

민노총이 대한민국을 망친다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한마디도 없다. 노조원 100만 명을 거느린 민노총이 자신들의 충실한 우군이니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으로 여겨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노동개혁은 일자리’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이 아무리 외쳐도 이를 한사코 거부하면서 민노총 손을 들어줬다. 그러한 대통령의 생각에 경찰 검찰 법원도 알아서 거드는 형편이고. 특히 울산은 대통령의 친구인 송철호 시장까지 나서는 형국이니 권력 심장부의 의중에 민감한 권력기관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과 권력기관의 눈치 보기 결과는 어떠할까. 어제(2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분기 평균 성장률은 0.6%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은 1분기에 마이너스 0.3%다) OECD 회원국 가운데 3분의 2가 40여년 만에 최고의 일자리 붐을 구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청년체감실업률이 25.2%에 달하고 고용률도 낮다. 강성 귀족노조의 횡포와 정부의 노동개혁 실종으로 기업들이 투자 의욕을 잃고 아예 사업을 접거나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풍성하고 경제가 좋은 선진국 가운데 노동개혁을 하지 않은 나라가 있는지 찾아보라)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송강호 가족은 전원 백수인데, 그들을 백수로 만든 진정한 원인은 무엇일까. 재벌기업 대기업 부유층이 송강호 가족을 백수로 내몰았을까.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과 젊은이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대한민국에는 전혀 미래가 없다. 일자리를 없앤 진짜 원인은 노동개혁 공공개혁을 거부하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숫자가 많은 기득권집단인 민노총 손을 들어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제공하지 않았을까. 마침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대한민국이 28위로 말레이시아(22위) 태국(25위)보다 뒤떨어졌고, 정부 분야인 규제(50위)와 재정(24위)에서도 뒷걸음질 쳤다는 뉴스가 전해졌는데. (송강호 가족은 그 부메랑을 정통으로 맞았다는 게 옳은 판단이다)

울산시장과 민노총이 활개를 치면서 전쟁터로 변한 울산의 미래가 정말 궁금하다. 노무현 문재인의 친구 송철호가 지키는 울산 경제는 죽을까 살아날까. 송철호 시장의 삭발은 그동안 경제가 좋아서 정말 잘 살았던 울산 시민의 미래에 독이 될까 약이 될까. 산업도시였던 거제 창원 군산 구미 등의 현실을 보고,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국민이라면 정답을 쉽게 알 수 있고 올바른 정치적 선택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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