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기자 동석’ 논리로 공세 차단 시도…野, “동석 기자가 대북 담당 기자”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엄호'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당시 회동에 기자가 동석한 점을 들어 자유한국당의 ‘관권선거’ 주장 등 정치적 확대해석을 일축했다. 또한 이번 논란을 강효상 의원의 한미 정상회담 통화내용 유출 사건에 대한 ‘물타기’ 시도의 일환으로 보고 대야공세를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반면 한국당은 이번 회동에 대해 총선을 앞둔 '신 북풍(新 北風) 전략'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대여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가뜩이나 대립해오던 여야는 서로의 악재를 두고 정면충돌을 하고 있어 대치 국면을 풀 카드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했다.[사진 / 오훈 기자]

◆서훈-양정철 엄호하는 與…강효상 더욱 압박 공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자유한국당을 향해 “서훈, 양정철 원장의 사적 만남을 빌미로 황교안 대표의 군대 실언, 강효상 의원의 국가기밀 유출사건을 물타기 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기자가 있는 자리에서 선거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 있는 같은 언론인께서도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과연 기자가 있는 곳에서 선거 관련 얘기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거듭 물타기 하지 말 것”이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강 의원에 대해서도 “한미간 외교관례를 깬 책임을 지기 바란다”며 “한미동맹 훼손을 그토록 우려하던 한국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강 의원의 국기문란과 한국당의 비호는 실망을 넘어 자괴감마저 든다”고 맹비난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법대로, 원칙대로 이 사안을 엄정하게 대응하고 처리하겠다”며 “강 의원을 검찰에 고발한데 이어서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국정원법 개정을 꺼내들었다. 박 최고위원은 “한국당에서는 서훈 국정원장을 국정원법을 위반해 국내정치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고발하기까지 했다”며 “정말 그렇게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공감한다면 국정원법을 개정해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우리당과 함께 같이 대못을 박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정부와 당은 이미 국정원의 국내정치개입 차단에 대해 계속해 주장해왔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15일 국가권력기관 개혁과 관련된 회의에서 ‘법제도까지 개혁하지 않으면 당겨진 고무줄이 되돌아가버리게 되는 것이 두렵다’고 하면서, 법안들이 통과돼 권력기관 개혁이 확실하게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20대 국회는 14개의 국정원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며 “여야를 불문하고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크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확실히 개혁입법을 해서 국정원이 다시는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아까 말한 대로 대못을 박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만남을 지나치게 과도한 상상력과 음험한 상상력을 동원해 어마어마한 일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국민은 그렇게 무모한 상상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 자리에 기자가 있었는데 그런 일(총선전략 짜는 일)이 있으면 그 기자가 아무렇지 않게 기사를 안 썼다면 그 기자는 기자가 아닐 것이다. 여기 있는 기자 분들도 이점은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해 그러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참으로 이 정권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라며 “이 정권은 이미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차단 조치를 했고, 그간 있었던 원장의 대통령 주례보고도 다 없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의 당사자인 양 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 때문에 다들 고생이 많으시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양 원장은 야당의 지적에 대해 “이 원내대표와 박광온 최고위원이 말한 것처럼 여러분 다 언론인이고 기자인데 기자 있는 자리에서 무슨 총선 이야기가 오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동석한 언론인이 그런 일 있었으면 기사를 안썼겠는가”라고 민주당 지도부와 동일한 입장을 보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 오훈 기자]

◆신북풍 고리 삼아 與 때려

반면 한국당은 신 북풍(新 北風) 정치에 대한 의혹을 고리로 여당을 더욱 옥죄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의 회동에 대해 “국가정보원장과 최고실세 총선 전략가의 어두운 만남 속에 선거 공작의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원 관건선거 의혹 대책회의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가 요구되는 국정원장이 심대하게 의무를 위반했기에 물러나야 한다”며 “중차대한 시기에 민주당 총선 기획자와 만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한 동석한 기자에 대해 “대북 담당 기자”라며 “정권 지지율이 떨어져 위기가 닥치면 북한 이슈로 여론을 키우는 북풍정치가 내년 선거에서 반복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동석한 기자가 총선 이야기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여건상 독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북풍은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북한의 도발 행위가 선거에 변수로 작용된다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보통 보수정당에서 선거철에 안보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전략을 통해 보수층 결집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최근 한국당이 주장하는 ‘북풍’은 과거 안보불안을 자극하는 뜻이 아니다. 한국당은 여권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내외 빅이벤트를 ‘신(新)북풍’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당은 자신들의 전당대회와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겹친다며 ‘신북풍’ 주장을 펼쳤다.

또한 6·13 지방선거 전날 벌어진 6·12 북미정상회담을 지방선거 참패의 주 원인으로 꼽고 있기 때문에 일찌감치 내년 총선도 경계해왔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월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 정부는 지난번 지방선거 때 신북풍으로 재미를 봤다”며 “우리나라 지방선거 직전에 이뤄진 북미 정상회담은 쓰나미로 대한민국 지방선거를 덮쳤고 한국당으로선 지방선거 참패를 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전당대회 날짜와 (2차 북미정상회담이) 공교롭게 겹치게 된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이것이 의심이기를 바란다”며 “그런데 행여나 내년 총선에서 또 한 번 신북풍을 시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의 회동이 한국당이 주장하는 신북풍의 근거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한국당이 앞서 이러한 우려를 표한 상태에서 오해 받을 수 있는 만남이 진행됐기에 한국당은 국회 정상화 압박에서 벗어나 여권에 대한 대대적인 총공세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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