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비판 피한 이인영, 강경모드 전환(?)
민주-한국, 주고 받을 카드 없어…대치 장기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가 9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여야 간 극한 공방으로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 같은 정국이 좀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한미정상 전화통화 내용 유출 사건에 이어 황교안 대표의 전방지역 GP(감시초소) 발언 등이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하면서 정국 상황은 더욱 꼬이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강 의원의 제명과 한국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고 한국당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여야 간 대치 구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주 초 맥주회동을 계기로 정상화하는 듯 했던 정국이 다시 급속히 냉각되는 양상이다. 총선이 1년도 채 안남은 가운데 정치적 이슈만 부각되는 기형적인 정치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간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선 이후 낮은 자세로 한국당과 협상 재개를 시도해 왔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자극할 만한 비판은 최대한 피하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발언만 이어 나갔다.

실제로 이 원내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우선 협상을 해야 하는데 참 대답하기 난처하다”며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발언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은 한국당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이어가면서도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국회 정상화라는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 한국당을 어르고 달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쳤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한국당이 맥주회동 이후 패스트트랙 철회 및 사과 등을 요구하면서 민주당도 강경한 대처로 전략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이 원내대표는 27일 강 의원 기밀유출 사건에 대한 한국당의 조치를 촉구하고 황 대표의 GP 발언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표현으로 황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 만약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불법적 기밀 유출과 취득행위가 반복됐다면 그것은 범죄를 넘어 국가의 위기를 조장하는 아주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고위외교관 당사자의 정보제공도 분명히 문제지만, 만약 강 의원의 요구에 의한 정보제공이었다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식구 감싸기가 금도를 넘어선 아주 무책임한 일”이라며 “한국당의 변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고 명백히 허위”라고 말했다.

황 대표가 지난 23일 철원 GP 철거 현장에서 한 ‘정부와 군은 입장이 달라야한다’는 발언에 대해 “대놓고 항명을 하라는 것인가? 아니면 노골적으로 내란을 선동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지도부도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한국당은 외교기밀인 한미정상간 대화 내용을 국익에 반하여 불법적으로 수집하고 누설한 강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기밀 유출’을 ‘공익 제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도둑질’을 ‘선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맹비난 했다.

황 대표 발언에 대해서는 “참으로 위험하고 분별없는 얘기”라며 “과연 이 분이 국무총리를 지낸 분이 맞나 의심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박 최고위원은 “군 통수권을 부정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발언을 아무 거리낌 없이, 그 고생하는 군인들 앞에서 한다는 것이 과연 이 분이 공직을 담당할 인식과 자질을 갖고 있는가 하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며 “더 이상 이런 국민들의 뜻과 국민들의 인식과 상식에서 벗어난 막말을 멈추기 바란다”고 말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군이 항명하면 대한민국 어떻게 되나. 쿠데타라도 하란 말인가”라며 “대단히 위험한 말을 거리낌 없이 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설 최고위원은 “황 대표는 당장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해야한다”며 “ 엄청나게 무서운 결과를 만들 수 있는 무시무시한 말이기 때문에 황 대표는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하시라”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강 의원이 의정활동을 한 것이며 막힌 정국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청와대나 여권이 양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서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당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딩사에서 지난 18일간의 ‘민생투쟁대장정’의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먼저 황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 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외교무능, 국민의 알 권리를 숨기기 급급한 이런 행태를 지적하기 위해서 한 일”이라며 “청와대나 여권이 이에 대해 여러 이야기하는데 적반하장이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처음에는 사실 무근이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기밀 누설이라고 한다”며 “문재인 정권 들어 한미동맹과 대미외교가 크게 훼손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안 핵심인데 본질을 외면하고, 야당 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해 기밀 누설 운운하면서 고발하는 게 과연 온당한 여당의 모습인가”라고 반문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여당 행태를 보면 막힌 정국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고 프레임 씌우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궤멸시켜야 할 집단으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민주당이 강 의원의 제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한국당은 이에 맞 강 의원을 적극적으로 방어, 오히려 당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어 정국 경색은 당분간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회 정상화를 두고 원내대표 간 회동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크고 주고받을 카드도 마땅치 않아 정국 정상화의 돌파구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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