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뱅·카뱅과 다른 신개념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기대
네이버·인터파크 불참하며 흥행 실패 우려
사업방향·장점 판이하게 다른 키움뱅크·토스뱅크, 인터넷은행 도전했지만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추진이 지난해 12월 공식화되고 약 5개월 동안 관련 업체들의 도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26일 발표된 신규 예비인가 심사 결과 인가 가능성이 보였던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정부의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의지가 강력했던 만큼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예상 못한 심사 결과가 나와 매우 당혹스럽다”고 밝히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취지와 혁신성장의 정책 기조가 퇴색되지 않도록 신규 인가를 다시 추진함과 동시에 3분기 중 예비인가를 재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추가방안’을 발표하고 내년에 최대 2개사에 대한 신규인가를 받는다고 밝혔다. ⓒ시사포커스DB
금융위원회는 최대 2개사에 대한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를 받는다고 밝혔다. ⓒ시사포커스DB

◆ 금융위,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추가방안 발표

지난해 12월 24일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추가방안’을 발표하고 올해 최대 2개사에 대한 신규인가를 받는다고 밝혔다. 요건에 부합하는 업체가 2개 미만일 경우 최종 인가개수가 2개 미만이 될 수 있다는 조항도 삽입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3일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가 은행업 경쟁도평가 결과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한 데 따른 방침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혁신을 선도하거나 기존 은행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소형·전문화된 은행에 대한 신규인가 방안을 제시했고 단기적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중장기적으로는 은행업 인가단위의 세분화를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지난 1월 23일 개최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는 핀테크기업 13곳, 일반기업 7곳, 금융회사 21곳, 비금융지주 3곳, 법무법인 5곳, 회계법인 3곳, 시민단체 3곳 등 총 55곳이 참석했다.

이어 공개한 인터넷전문은행 평가 배점표는 총 1000점 만점으로 사업계획의 혁신성과 포용성, 안정성에 중점을 뒀다. 사업계획이 700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중 혁신성이 350점이다. 자본금 및 자금조달방안, 대주주 및 주주구성계획, 인력·영업시설·전산체계·물적설비가 각각 100점이 배정됐다.

 

◆ ‘최대어’ 네이버·인터파크 불참했지만…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 최대어로 꼽혔던 네이버와 인터파크가 각각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고사·보류하겠다고 밝히며 흥행에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를 앞두고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의사결정을 내렸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도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인터넷 뱅킹 환경이 아주 잘 마련돼 있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이미 서비스를 잘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이 사업을 하면 더 나은 가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네이버만의 경쟁력이 있느냐를 검토한 결과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본·동남아 등 외국은 금융 인프라가 아직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관련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파크는 지난 2015년 인터넷은행에 도전했던 만큼 참여 가능성을 높게 봤지만 인터넷은행 사업 진출을 보류한다고 전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인터넷 은행사업과 관련해 각종 상황이 개선된 건 맞지만 전자상거래 시장 경쟁이 심화된 상황”이라며 “급변하는 시장 상황 대처를 우선순위에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는 참석했지만 동향 파악을 위한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대어로 꼽혔던 양사의 불참 선언으로 흥행에 빨간불이 켜져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질 뻔했지만 금융지주들이 ICT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은행 참여를 타진했다는 소식이 들리며 금융당국은 한시름 덜게 됐다.

 

하나금융그룹과 키움증권, SK텔레콤은 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시사포커스DB
하나금융그룹과 키움증권, SK텔레콤은 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시사포커스DB

◆ 생활금융·자본력 내세운 키움뱅크 vs 챌린저뱅크·혁신성의 토스뱅크

금융위와 금감원은 지난 3월 26일부터 27일 오후 6시까지 이틀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았고 키움뱅크, 토스뱅크, 애니밴드스마트은행 등 3사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 중 애니밴드스마트은행은 신청서류가 미비해 신청이 반려됐다.

키움뱅크는 당초 공개된 키움증권, KEB하나은행, SK텔레콤, 11번가를 비롯해 세븐일레븐, 롯데멤버스, 메가존클라우드 등 생활밀착형 업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ICT를 중심으로 금융·유통 등 30여개 주주사가 보유한 사업역량을 기반으로 혁신과 포용성, 안정성을 겸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은행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키움뱅크는 ICT와 금융을 융합해 포용의 가치를 실현하는 ‘오픈 금융 플랫폼’을 지향한다. ‘오픈 금융 플랫폼’은 고객과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자가 자유롭게 참여해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플레이 그라운드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의 도전을 응원하고 소상공인과 상생하며 개인의 금융생활에 밀착된 인터넷전문은행이 되겠다는 포부다.

키움뱅크 컨소시엄 관계자는 “ICT 분야의 혁신기업을 필두로 금융, 통신, 유통 분야의 리딩기업이 참여하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의 확대 및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며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혁신·포용을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넷은행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비바리퍼블리카의 금융주력자 지위를 인정한 바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비바리퍼블리카의 금융주력자 지위를 인정한 바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반면 토스뱅크는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지분 60.8%를 보유해 최대주주가 되며 막판에 합류한 한화투자증권이 9.9%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된다. 이외 벤처캐피탈인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리빗캐피탈 등 글로벌 벤처캐피탈이 각각 9%, 한국전자인증 4%, 무신사 2% 등이다. 당초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했던 배달의민족과 직방은 주주로 참여하지 않는 대신 사업 제휴 형태로 협업하기로 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27일 “토스뱅크는 1세대 은행을 반복하려는 것이 아닌 국내 금융시장에 꼭 필요한 혁신의 2세대 챌린저뱅크”라고 강조했다.

접근성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소외계층은 기존 금융권이 커버하지 못했지만 이들을 확실하게 지원하고 삶에서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하겠다는 것이 토스뱅크의 모토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뱅크는 자본력에서, 토스뱅크는 금융혁신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며 “키움뱅크는 주주간 이해관계에 따라 향후 증자 과정에서 지분율 변화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 키움뱅크·토스뱅크, 예비인가 심사서 동반 탈락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에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모두 탈락했다. 금융당국은 연내 예비인가를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예비인가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외부평가위원회는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모두에 대해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업 인가심사와 관련해 사업계획의 타당성 등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각 분야별 민간전문가로 외부평가위를 구성해 지난 24일부터 2박3일의 일정으로 서류 심사 및 신청자별 사업계획 청취·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외부평가위는 평가의견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했으며 금감원은 평가의견을 포함한 심사결과를 금융위 전체회의에 보고했다.

외부평가위는 키움뱅크는 사업계획의 혁신성, 실현가능성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판단이었고 토스뱅크는 출자능력 등 지배주주 적합성과 자금조달능력 측면에서 미흡해 예비인가를 권고하지 않았다.

키움뱅크는 튼튼한 자본력을 갖춘 주주들로 구성돼있어 안정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대주주인 키움증권이 기존 은행권과 얼마나 차별화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만약 키움뱅크가 예비인가를 받을 경우 기존 금융사에 은행업을 추가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혁신’이라는 당초 사업취지가 색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계속돼왔다.

토스는 컨소시엄 구성 초기부터 끊임없이 자본조달능력 부족 논란에 시달려왔다. 토스 컨소시엄은 처음 신한금융그룹과 손잡고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해왔지만 신한금융이 불참을 선언한데 이어 현대해상, 카페24, 직방 등 주요 참여사들이 줄줄이 불참 선언을 하며 난항을 겪어왔다.

결국 이에 ‘토스’를 운영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는 ‘금융주력자’ 지위로 60.8%의 토스뱅크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제출했지만 지난해 영업손실 444억7000만원을 기록하며 수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주력자 지위에 대한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단 각 컨소시엄의 점수와 사업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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