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지키기’ 철통방어 나선 한국당, 언제까지 이어갈까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호프집에서 '맥주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화기애애 진행된 ‘맥주 회동’이 무색하리만큼 국회는 여전히 대치 정국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조속한 5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한국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정국은 급속도로 다시 얼어붙었다.

이러한 와중에 주미 한국대사관 외교관이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외교기밀을 유출한 의혹이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하면서 정국 상황은 더욱 꼬이는 모습이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사진 / 시사포커스 DB]

◆정치권 ‘강효상 논란’ 점화…여야4당 총공세

앞서 강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에서 7일 있었던 한미 정상간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25~28일 예정된 일본 방문 직후 방한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강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한국민들이 원하고 있으며, 대북 메시지 발신 차원에서도 방한이 필요하다”고 설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방한을 한다면 일본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가는 귀로(歸路)에 잠깐 들르는 방식으로 충분할 것 같다. 일정이 바빠서 즉시 떠나야 하겠지만 주한미군 앞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고 답했다고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고정민 청와대 대변인은 “보도된 내용 중 방한 형식, 내용, 기간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확정된 바 없다”며 “강 의원의 무책임함 뿐 아니라 외교 관례에도 어긋나는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 강 의원은 책임을 져야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과 청와대가 논박을 주고받고 난 후인 지난 22일에서야 청와대가 강 의원의 고교 후배인 외교관 K씨가 강 의원과 전화를 통해 한미 정상의 통화내용을 전해준 정황을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에 대해 여당 뿐 아니라 야3당 모두 강 의원에게 비판을 가하고 있다.

특히 여당인 민주당은 강 의원을 외교상기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거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매우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에서는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할 것”이라고 단호한 대응 방침을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통화 유출을 넘어 국익을 유출한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원내대표의 이러한 발언 이후 민주당은 이날 3시 강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강 의원이 지난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정상 간 비공개 통화내용을 공개함으로써 3급 기밀에 해당하는 외교상 기밀을 누설해 형법 제113조 제1항을 위반했다”며 “또한 피고발인의 고교 후배인 참사관으로부터 정상 간 통화내용을 전달받아 외교상기밀탐지, 수집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강 의원 사퇴를 요구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기밀 유출의 당사자인 강 의원은 법적 조치로 단죄되기 이전에 먼저 의원직을 사퇴함으로써 다시는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엄중히 책임을 묻기 바란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국가적 범죄의 당사자인 강효상 의원은 이번 사태 이전에도 기밀을 누설한 전력이 있어 그의 책임은 더욱 엄중하다”며 “강 의원은 국회 면책 특권 신분에 숨지 말고 이제라도 국민 앞에 사죄하고 모든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 외교관을 정부에서 조사 중인데 (유출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있었다”며 “그렇기에 강 의원과 이 외교관은 서로 공모 관계 또는 강 의원이 배후 조정한 것 아니냐는 정도까지 지금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은 의정 활동 내, 즉 의회 내에서 상임위나 본회의장에서의 발언에 대해서 면책 특권을 부여받는 것이지 이것은 면책 특권상 보호받을 수 없는 내용”이라고 처벌을 촉구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현직 외교관이 국가 기밀을 외부에 유출한 것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한미 간 정상 간에 오고간 내용은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이것을 외부에 유출한다는 것은 사실상 간첩행위”라고 맹비난 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임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교안보 문제만큼은 당리당략을 떠나 국익을 최우선의 가치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현직 외교관이 국가기밀을 외부에 유출한 것은 심각한 국익훼손으로 철저한 진상을 조사해서 관련자 전원에게 응당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강 의원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며 “강 의원의 이력을 볼 때 이 사건의 중대성을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국가기밀을 정략적으로 활용한 아주 죄질이 나쁜 사례”라며 “시시비비를 가려 엄중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국회의원으로서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엄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더 나아가 기밀을 자신의 인맥을 통해 취득하고 누설한 이유는 단 하나다. 정부를 공격하기 위함이다”라며 “국민의 알권리를 넘어서 국가를 공격하고 국격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국가 기밀 누설로 인한 피해와 불이익은 어떤 것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며 “강 의원과 해당 공무원은 절차에 따라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강효상 지키기’ 철통방어 나선 한국당

한국당은 ‘강효상 구하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당과 강 의원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정당한 의정활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청와대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청와대의 자가당착부터 먼저 해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처음에는 ‘사실이 아니다’라던 청와대가 이제는 기밀이었다고 한다. 기밀이라면 청와대가 거짓말한 게 맞는다”며 “청와대의 입장부터 명확히 해달라는 것이 한국당의 입장”이라고 강 의원에 대해 적극 엄호에 나섰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23일)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에는 “한미정상 간에 통화를 했다면, 국민들은 무슨 내용인지 알고 싶다”며 “야당 입장에서는 도대체 한미정상 간 어떤 내용이 통화되었고, 한미동맹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기 위해 최대한 정보수집을 한 것”이라고 강 의원을 두둔했다.

청와대가 기밀유출을 파악하기 위해 외교부 직원들을 상대로 휴대전화 감찰을 한 것에 대해 “공무원에 대한 기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도 “청와대의 공무원 감찰은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고 있는 공직 사회에 대해서 겁박을 하고 공무원과 야당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며 “미국 대통령의 방한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며 모든 정보를 숨기고 있는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야당 의원의 의정활동임에도 담당외교부 공무원의 휴대폰을 압수하는 것이 촛불정부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한국당과 강 의원의 주장대로 청와대가 사실무근이라고 하다가 기밀유출이라고 발표한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는 느낌이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지난 23일 기자들을 만나 “사실과 다르다는 부분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원래의 내용과 비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계속 낼텐데 그 원본 내용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국가기밀을 발설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 점을 소상히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도 “사실무근은 (강 의원) 주장에 일부의 사실이 있을 테고 일부의 거짓이 있을 테고, 여러 가지가 섞여있을 것”이라며 “그게 어떤 것인지, 통화내용 자체가 기밀로 분류돼 일일이 공개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청와대는 강 의원이 말한 부분이 사실도 있고 거짓도 있지만 사실인 부분을 ‘맞다’고 발표하는 것 자체가 국가 기밀이기 때문에 거짓인 부분에 대해서만 ‘사실무근’이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어떤 부분이 거짓인지 사실인지 구체적으로 밝히기 곤란한 상황이란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로서도 초기 대응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NCND,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태도로 차분히 대응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김영우 한국당 의원은 24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가 기밀과 관련해서는 정말 여와 야가 따로 있어서는 안 되고 정파적인 입장, 정쟁의 입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사실무근이라는 발표를 하지 말든가 아니면 이것을 NCND라든지 여러 가지 지혜로운 방법으로 대처를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소속 외교통일위원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강효상 지키기’ 언제까지 이어갈까

한국당 지도부가 ‘강효상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도 ‘국익’을 헤치는 일이라는 비판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 안보 수석은 강 의원의 ‘출당’을 촉구했다.

윤상현 한국당 소속 외교통일위원장은 지난 23일 “당파적 이익 때문에 국익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최우선 가치는 국익”이라며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외교기밀 누설 사태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때보다 한·미 관계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민감한 시기에 국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 모두 냉정을 되찾고 말을 아껴야 한다”며 “이 이슈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청와대를 비롯한 당사자 모두 책임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강 의원을 비판하면서도 이슈 확대를 막는 입장은 이번 사태가 진실공방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공방이 지속되는 것 자체가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던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은 24일 강 의원의 출당 검토를 주장했다.

천 이사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강 의원의 한미 정상통화 내용 공개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상종하지 말아야할 국가로 만드는 행위”라며 “국민의 알권리와 공익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당이 강 의원 폭로를 두둔한다면 공당으로서 자격을 의심받을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라며 “한국당 강 의원이 정부를 공격할 소재를 제공하는데 아무리 큰 공을 세웠어도 차기 집권을 꿈꾸는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출당을 선택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내부에서도 강 의원의 행위를 ‘국익을 헤치는 일’이라고 지적이 제기되고 있고 논란이 지속될 경우 지지율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최근 급격한 지지율 하락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당이 매우 곤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에 언제까지 강 의원 지키기를 이어갈지 미지수다.

 

국회 본회의장. [사진 / 시사포커스 DB]

◆돌고 돌아 또 다시 대치 정국

이처럼 여야 간 극한 공방으로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 같은 정국이 좀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위원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29일까지 얼마 안남은 상황이라 정부와 여당이 목표로 두었던 이달 말 정부 추경안 처리도 어려워진 상태이기에 여야 대치 정국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결위원들의 임기가 종료되면 새로운 위원 구성을 위해 시간이 지체되기에 민주당으로서도 다 지나간 5월 국회보다 6월 정기국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오는 27일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국무총리의 시정연설, 내달 12일까지 추경안 처리라는 목표를 두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24일 열린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도 빈손으로 끝나면서 27일에 잡혀 있던 시정연설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다음주 초 시정연설을 위해 오늘 합의해야 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대해 “그건 지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도한 요구가 협상의 걸림돌”이라며 “접점을 찾다가 과도한 요구가 장애가 됐다”고 전했다.

이 원내대표는 ‘극적인 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나아가 민주당이 강 의원을 고발하고 사퇴를 요구하는 등 논란을 확대함에 따라 정국 경색은 당분간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회 파행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강 의원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지는 만큼 이전보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유연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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