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한앤컴퍼니에서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변경
롯데, 오는 10월까지 금융계열사 매각해야 해
한앤컴퍼니 대표이사 검찰 고발 부담으로 작용한 듯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롯데지주가 롯데카드의 우선협상대상자를 기존 한앤컴퍼니에서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한앤컴퍼니의 대표이사가 최근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수사에 돌입하자 올해 10월까지 금융계열사를 매각해야 하는 롯데 입장에서는 매각 일정을 늦출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선정됐다. ⓒ롯데카드
롯데카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선정됐다. ⓒ롯데카드

▲ 지난해 11월 금융사 매각 공식화한 롯데지주

롯데지주는 지난해 11월말 카드·손보 등 금융계열사의 매각을 공식화했다. 롯데는 2017년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했으며 지주사 체제를 완전히 갖추기 위해서는 지주사 설립 2년 이내에 롯데손해보험·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들을 정리해야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정을 감안하면 올해 10월까지 금융계열사를 팔아야 한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을 93.78%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또 매각대상에는 롯데지주가 소유한 롯데캐피탈 지분 25.64%,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캐피탈 지분 11.81%, 롯데역사가 들고 있는 롯데손해보험 지분 7.10%, 롯데렌탈이 보유한 롯데오토리스 지분 100%가 있다.

매각 발표 당시 롯데는 “201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고 지배구조 개편 및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특히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대규모 계열사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진행하며 지배구조 개선작업 재개의 신호탄을 쐈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했고 계열사들 간의 지분거래를 통해 순환출자 문제와 행위제한요건을 해소했다.

 

▲ ‘인기매물’ 롯데카드 둘러싼 인수 경쟁

롯데카드는 롯데그룹이 유통계열사의 물량을 보장하는 등의 조건을 내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가치가 높게 평가받았다. 베트남 현지법인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 등의 높은 성장 가능성도 군침을 흘릴만한 조건이다. 또한 다른 금융사들에 비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편이다.

롯데카드 이용자 대부분이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을 이용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이라는 점과 그동안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온라인·모바일 시장으로의 사업확장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롯데카드는 당초 하나금융지주와 한화그룹의 2파전이 될 것처럼 보였다. 하나금융지주는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 하나카드의 점유율을 확장한다는 차원에서 롯데카드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업계 2위까지 넘볼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카드의 시장점유율은 8.25%로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19%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 하나금융지주와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홈쇼핑 등 롯데그룹이 원하는 시너지 효과도 크다.

한화그룹은 롯데카드 인수를 통해 보험업에 편중된 금융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자 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매각 본입찰 막바지에는 우리은행도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다. 컨소시엄은 MBK가 약 60%, 우리은행이 약 20%의 지분을 가져가며 나머지 지분은 롯데그룹이 계속 갖고 있는 구조로 구성됐다.

이후 지난 3일 롯데그룹의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롯데카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를, 롯데손해보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JKL파트너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앤컴퍼니는 롯데카드의 지분 80%를 약 1조4400억원에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은 롯데그룹이 보유하는 것을 조건으로 했다. 롯데카드는 당초 하나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도 관심을 보여 왔으나 롯데그룹이 입찰가격, 다양한 비가격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인수해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시사포커스DB
우리은행은 MBK파트너스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롯데카드에 대한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시사포커스DB

▲ 한앤컴퍼니 대표 검찰 조사와 우선협상대상자 변경

그러나 최근 한앤컴퍼니의 대표이사가 검찰에 고발돼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KT새노동조합은 지난 3월 황창규 KT 회장, 김인회 KT 사장,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등 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KT새노조는 지난 2016년 10월 한앤컴퍼니의 엔서치마케팅(현 플레이디)을 KT와 KT 종속회사 나스미디어가 600억원에 인수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시 자본금이 2억6000만원에에 불과했던 엔서치마케팅을 한앤컴퍼니가 공정가액보다 424억원 이상 비싸게 팔았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황 회장은 KT에 손해를 끼쳤고 한앤컴퍼니는 초과 이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8일 고발인 조사를 실시하며 수사에 돌입했다.

문제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한앤컴퍼니의 롯데카드 인수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대표이사와 최대주주가 최근 5년 이내에 금융관계법령, 공정거래법 등으로 금고형 이상의 처벌을 받았다면 금융회사의 지분을 사들여 대주주가 될 수 없다.

롯데카드가 우선협상대상자를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전격 교체했다. 기존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한앤컴퍼니는 대표이사가 검찰에 고발되는 등 롯데카드 인수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이에 롯데지주는 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의 지분 93.78% 중 경영권을 포함한 투자지분 매각과 관련해 지난 3일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지난 13일에 배타적 우선협상기간이 만료돼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통보했다고 전했다.

롯데 관계자는 “한앤컴퍼니와 협상을 진행하던 중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가 고발돼 대주주 변경 심사에 대한 중단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10월 중순으로 예정된 지주회사 행위 제한 만료 기간 내에 거래종결이 가능한 MBK-우리금융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