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추락 뒤 호프 회동하며 與에 공 넘긴 한국당…민주당, 野 포용력이 관건

5월 3주차 정당 지지도 ⓒ리얼미터
5월 3주차 정당 지지도 ⓒ리얼미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달 29일 이래 국회 파행이 한 달 가까이로 장기화되면서 제각각 부담을 느낀 여야가 점차 접점을 찾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민생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국회에서 추경 처리 등이 당장 급한 여당에선 원내대표 교체를 계기로 국회 정상화를 위해 적극 나선 상황이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역시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대정부 투쟁을 이어왔지만 최근 몇몇 설화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함에 따라 원내로 돌아갈 타이밍을 모색하면서 ‘호프 미팅’을 비롯한 상호 접촉이 재개돼 그 어느 때보다 국회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與 지지율 추격하던 한국당, 격차 벌어지자 복귀 저울질

여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에 반발해 장외로까지 나갔던 한국당은 지지층 결집에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지지율을 상당히 끌어올렸는데, 이로 인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7~10일 전국 성인 2020명에게 조사해 13일 발표한 5월 2주차 정당 지지도 주간집계 결과(95%신뢰수준±2.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선 34.3%로 상승하며 1위인 민주당과의 격차를 4.4%P로 바짝 좁혔다.

이에 한국당은 크게 고무돼 ‘달창’ 발언 등으로 이미 논란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일 강성 발언을 이어갔는데, 반면 민주당은 40%선 아래로 떨어진데다 그간 줄곧 지켜온 정당 지지율 1위 자리까지 위협받기에 이르자 바로 다음 날인 14일 정례간담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 2주년을 기념해 여러 여론조사 기관 등이 조사했는데 1곳만 이상한 결과를 보도했다. 대개 10∼15%포인트 차이가 난다”며 당 공보실 관계자에게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기자들에게 배포하라”고 지시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장외투쟁하면 지지층은 결집하지만 다수의 국민이 역사적, 시대적 착오인 뒤떨어진 방법에 대해선 뭉치지 않는다. 한국당은 30~35% 이상은 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가 그대로 적중한 것인지 불과 3일 뒤인 16일 동 기관이 TBS 의뢰로 13~15일 전국 성인 1502명에게 조사해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선 민주당은 43.3%로 크게 치솟은 반면 한국당은 끝내 35%선을 넘지 못하고 갑자기 30.2%로 4.1%P나 급락해 급기야 일각에서 조사방식 왜곡 가능성 등 의혹까지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한국당에선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 대표가 엊그제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한마디 하니까 갑자기 민주당 지지율이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의문을 제기한 데 이어 당 차원에서도 김정재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불리한 여론조사를 ‘이상한 것’으로 매도하는 집권당 대표나 집권당 대표 말 한 마디에 뒤바뀌는 조사 결과나 모두 정상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등 크게 반발했지만 리얼미터 측은 나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 논란과 황교안 대표의 5·18 관련 논란, 계속되는 장외투쟁과 여당의 국회정상화 주장이 대립한 가운데 민생·경제의 어려움 보도가 증가하면서 중도층이 민주당으로 쏠린 탓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서 지난 14~16일 전국 성인 1002명 상대로 조사해 17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 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도 민주당이 38%, 한국당이 24%로 지지율 격차가 14%P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된 데다 조사를 의심하는 데 대해 법적 대응까지 경고한 리얼미터에서 YTN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 2512명에게 조사해 20일 발표한 5월 3주차 정당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도 양당 격차가 11.2%P로 재확인되면서 일단 여론의 변화를 어느 정도 감지하게 됐다.

◆ 여야 3당 ‘호프 미팅’, 정치권 평가 제각각이나 만남엔 유의미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0일 저녁 호프 미팅을 하고 있는 모습. ⓒ시사포커스DB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0일 저녁 호프 미팅을 하고 있는 모습. ⓒ시사포커스DB

이에 따라 한국당에서도 국회 정상화로 선회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동안 자존심을 걸고 대치해온 판국에 갑자기 여당과 국회 정상화를 논의하기엔 딱히 마땅한 구실이 없던 차에 때마침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사령탑에 오른 오신환 원내대표가 16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상견례에서 맥주 회동을 약속 받고 같은 날 나 원내대표에게도 여기에 함께 할 것을 제안하면서 여야 3자 호프미팅이란 돌파구가 마련됐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원천무효를 전제로 민주당이 사과해야 국회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었는데, 이런 주장 때문인지 20일 저녁 국회 인근에서 있었던 호프 미팅은 서로 환담을 나눴던 초반과 달리 회동을 마친 뒤엔 각자 자리를 떠나면서 일단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정도로 그쳤지만 일단 향후 다시 만날 의사를 분명히 내비쳤다는 점에서 국회 정상화에 대한 모두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이 원내대표가 “다음에 또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으며 나 원내대표도 “민생과 경제가 어려운 부분을 한국당이 느끼고 있어 국회를 열어 필요한 부분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내일이든 모레든 계속 만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는데, 양당을 중재해 사실상 이 자리를 마련한 오 원내대표도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었고 결론을 내기엔 아직 좀 역부족”이라면서도 “조만간 빨리 보자고 했다”고 추가 회동 추진 의사를 확실히 표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오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호프 미팅 당시 오간 내용을 전하며 “두 당이 격렬한 대치 속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라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조속한 시일 내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에 모두가 인식을 같이 했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국회 정상화 방안이 가시권 안에 들어올 것”이라고 밝혀 국회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일부 보도에선 이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추진으로 인한 국회 파행 사태에 대해 전날 회동에서 나 원내대표와 오 원내대표에게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이원욱 수석부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오보다, 유감 표명을 전혀 안 했다”고 진화에 나서면서도 “그 정도는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고 나 원내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민주당이 국회 정상화에 대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여당에 공을 넘겼다.

이처럼 민주당에 국회 정상화의 공을 넘긴 한국당에선 패스트트랙 사태에 대한 사과 외에도 국회 정상화를 위한 또 다른 전제조건 중 하나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기능 폐지 요구도 내걸었는데,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는 합의를 위반한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등의 여야 합의 처리(가 필요하다)”며 “합의 정신을 다하지 못한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는 이미 수명을 다했으니 국회 정상화를 위해 기능 폐지 문제를 검토해 달라”고 민주당에 촉구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열릴 의원총회에서 국회 정상화에 대한 한국당의 전제조건 등을 놓고 의견수렴에 나설 방침이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열릴 의원총회에서 국회 정상화에 대한 한국당의 전제조건 등을 놓고 의견수렴에 나설 방침이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밖에 한국당은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위원장 자리도 이 원내대표에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일단 여당에선 예정에도 없던 비공개 최고위까지 진행하며 전날 호프 회동 결과를 최고위원들에게 보고했던 이 원내대표는 “(특위 활동 기한이) 6월 말 아니냐. 좀 더 뒤에 얘기해도 되지 않을까”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추경과 민생입법이 시급한 만큼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당부와 내일 의원총회를 통해 관련 의견을 수렴하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최고위 결과를 전해 야당의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지는 결국 의총에서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야당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더라도 한국당 역시 이를 구실로 무작정 국회 파행을 지속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미 한국당 내에서도 장제원 의원의 경우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에 돌아가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면 조건 없이 등원하는 게 훨씬 더 깔끔하다. 조건 없이 등원해서 추경도 심의하고, 법안도 논의하면서 묵은 감정은 일하면서 풀어가는 것이 훨씬 진지한 정치”라고 입장을 내놓는 등 국회 정상화 의지를 적극 드러내고 있는 만큼 의외로 양당 간 빠르게 타협점을 찾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오는 29일로 국회 파행이 1달째를 맞게 된다는 점에서 현재 지지율 상승세도 꺾인 한국당이 6월까지 이런 기조를 지속하기엔 정치적 부담도 없지 않아 바른미래당의 중재 하에 1주 이내 국회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평화당·정의당, 교섭단체로 뛰어들 가능성은 또 다른 변수

한편 아직 불확실하지만 판을 뒤흔들 만한 일부 변수가 있다면 이번 3당 호프 회동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비교섭단체 군소정당들의 행보인데, 당장 정의당에선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가진 3당끼리만 호프집에서 모여 국회 정상화 문제를 논의한 데 대해 21일 윤소하 원내대표가 “국민을 우롱하고 국회를 농단하는 세력과 호프집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그들에게 오히려 러브콜 하는 민주당은 반성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무엇보다 한국당이 국회의장과의 5당 원내대표 회동엔 불참했으면서 호프 회동엔 응한 점을 꼬집어 “본말 전도된 지금 모습은 한국당에 대한 정치적 면죄부를 주는 것을 넘어서서 국민 뜻과 배치되는 정치기술을 부리는 구태정치”라고 민주당을 재차 비판했는데, 여기에 같은 날 민주평화당의 유성엽 원내대표도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 “맥주잔을 한두 잔 더 놓는 게 그렇게 어렵나. 이 원내대표가 5당 모두 같이 회동하자고 했어야했다”며 “3당만 해야 하면 평화당·정의당은 그 전에 따로 모여 얘기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여당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한 발 더 나아가 유 원내대표는 21일 의총에선 비교섭단체가 배제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는지 “정의당과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논의하겠다”며 이전과는 상반된 입장을 표명했는데, 비록 당장 추진된다든지 성사될지 여부는 별개더라도 국회 정상화를 놓고 교섭단체 3당이 조정 중인 과정에서 또 다른 변수로 부상할 수 있기에 이 역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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