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파동'으로 일대 타격 입은 CJ그룹의 명암

'쓰레기 만두' 파동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먹거리 문제에 유난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게 인지상정이긴 하지만, '불량만두 제조업체' 리스트에 CJ그룹(구 제일제당)의 계열사가 포함되어 있어 더욱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CJ는 최근까지 별다른 말썽 없이 생활유통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내실을 자랑하는 탄탄대로를 걸어왔기에 '시련'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다시다, 햇반, 백설설탕, 백설식용유, 스팸, 햇찬, 쁘띠첼, 팻다운, 컨디션, 비트, 식물나라, 뚜레쥬르...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CJ그룹 제품들이다. CJ는 신세계·한솔·새한 등 삼성과 관련되었거나 독립한 기업 중 가장 성공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설탕·식용유·조미료 분야에서 쌓아온 안정적이고 탄탄한 위치는 물론, 최근에는 CJ엔터테인먼트와 CGV 등 영화관련 사업에서도 최정상에 올라 재계의 부러움을 받아온 상황. 하지만 기쁨 끝에 고난이 온다고 했던가? 돌연 찾아온 만두 파동은 비교적 깔끔한 이미지로 일관되어온 CJ그룹에게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제일제당 최초의 시련 '3분 폭리사건' CJ그룹의 전신인 제일제당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모체. 삼성의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은 1953년 8월 제일제당공업(주)을 설립, 제당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1958년 4월에는 제분사업을 시작했고, 1963년 원형산업을 인수하여 미풍산업(주)으로 상호를 변경, 1968년 흡수합병 했다. 이 시기 제일제당과 관련한 일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3분 폭리사건'과 '미원-미풍 대격돌'. 3분 폭리사건이란 밀가루ㆍ설탕ㆍ시멘트 등 이른바 '3분 산업'과 관계된 기업들이 가격조작과 세금포탈을 통해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대신, 이를 묵인해 주는 대가로 당시 집권당이던 공화당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1960년대 초반 당시 제당사업을 하던 업체는 둘 뿐이었고, 그 중 제일제당이 60% 이상을 점유했다. 그런데 가격통제와 생필품 등으로 규제를 받지 않아 한창 수요가 급증하던 설탕은 1962년 9월부터 12월 사이 도매값 기준으로 근당 35원 55전에서 98원까지 올랐고, 1963년 초에는 포당 1천2백원에도 살 수 없는 품절상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제당업체는 엄청난 폭리를 취했고, 특히 제일제당은 15억원 이상의 부당 폭리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폭리' 중 상당수는 공화당의 정치자금 명목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것. '미원'과 펼친 '조미료 전쟁'도 오늘날까지 널리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 1960년대 재계에서 미원과 미풍의 경쟁을 '재계 백년전쟁'이라 했을 만큼, 양사의 경쟁은 매우 격렬했다. 이들 간의 싸움이 어찌나 치열했는지, 급기야 1969년 3월 제일제당의 미풍 측이 "일본의 이노신산 소다를 수입하겠다"고 발표를 한 직후, 광고 싸움을 벌이다 결국은 법정에 서게되었다. 미원 측은 "이노신산 소다 수입이 외화를 낭비하고 국내기술 개발을 저해한다"고 주장한 반면 미풍은 "새로운 조미료 개발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맞서는 등, 계속되는 성명서와 신문광고를 중심으로 격렬한 맞불작전을 펼친 것. 결국 법정공방은 3년 후 미원의 승리로 일단락 지어졌고, 결국 제일제당의 미풍은 제조 중단이라는 최후를 맞았다. 미풍의 패배는 TBC방송국 매각과 더불어, 고 이병철 회장 평생의 한이 되었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삼성이 성공 못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뤄 CJ그룹의 전환과 도약은 모 기업인 삼성그룹의 품을 벗어난 후 맞이했다는 게 정설로 자리를 굳혔다. CJ그룹이 독립경영을 선언하며 삼성그룹에서 분리한 때는 1993년 7월. 분리 과정에서 CJ는 삼성과 극도의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측이 이재현 현 CJ그룹 회장 자택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것이 발각, 양 그룹간의 앙금이 깊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4월, 이재현 회장은 삼성과의 지분 정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어, CJ그룹은 본격적인 홀로서기 가동에 나서게 된다. CJ가 세인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끌게된 것은 1995년 2월 할리우드의 거물 스티븐 스필버그·제프리 카젠버그 등과 '드림윅스 SKG'를 공동설립,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본격 진출하면서부터.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재계에서 CJ가 구축한 독보적인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즉 1990년대 중반, 삼성이나 대우 등 경쟁기업들이 영화 관련 사업에 의욕을 갖고 뛰어들었지만 모두 실패를 거듭, 결국 사업 부문을 철수하고 말았으나, 유독 CJ만이 대성공을 거둔 것. '해외자본 제휴(드림웍스, 골든빌리지)'와 '극장 확보(멀티플렉스 체인 CGV)'를 기본 충족 요건으로 마련한 뒤 영화산업을 성공으로 이끈 CJ의 전략은, 현재 이 분야에서 '양대산맥'으로 꼽히고 있는 동양(오리온)그룹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는 게 정설. 즉 CJ와 오리온은 다함께 '먹는 사업'으로 출발, 현재 엔터테인먼트와 케이블 방송 사업 분야로 영역을 확고히 구축했다는 공통점을 갖고있다. "사실 은폐 오해 일으켜 죄송" 이렇듯 모 그룹 삼성이 부럽지 않은 튼실한 행로를 걷던 CJ그룹. 돌연 들이닥친 '쓰레기 만두 파동'은 60년대 이후 커다란 시련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6월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제일냉동식품, 도투락물산 등 6개 업체가 지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불량 단무지 자투리 또는 무말랭이를 재료로 만두제품을 생산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제일냉동식품은 지난 2000년 7월 사명이 '모닝웰'로 변경된 기업으로, CJ의 계열사 중 하나. 증권가에 따르면 CJ는 모닝웰의 냉동제품을 매입, 판매하고 있으며, 2003년 냉동만두 매출액은 모닝웰을 기준으로 365억원, CJ 기준 420억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CJ는 모닝웰의 지분 63%를 갖고 있어 지분법평가 대상기업이며, 지난해 지분법평가이익 47억원이 반영됐다. 현재 CJ그룹은 쓰레기 만두 후유증을 톡톡히 치르는 중. 6월 11일 현재 주식시장에서 CJ는 3.17%(1900원) 하락한 5만8000원에 마감했다. 또한 '쓰레기 만두'와 관련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 9일 이후 3일간 주가는 6.0%나 하락. 이미지로 보나 실질적으로나 '안정'이 대세를 이루던 CJ그룹임을 감안하면, 낙폭은 상당히 큰 셈. 파동 발생 초기 "우리는 쓰레기 만두와 무관하다"고 했던 CJ는, 결국 6월 10일 그룹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현재 CJ(주)와 모닝웰(주)가 판매하고 있는 만두제품은 불량 만두소를 사용하지 않는 안전한 제품"이라는 것. 다만 "과거 기록까지 검증하지 못한 잘못을 범했으며, 결과적으로 사실을 은폐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는 '쓰레기 만두'가 CJ에게 끼치는 악영향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히려 "CJ 관련주식이 만두파동으로 급락할 경우 오히려 매수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추세. 더욱이 지난해 CJ가 올린 전체 매출액 2조4055억원 중, 포장만두가 관련된 냉동식품의 매출비중은 고작 2.9% 수준이다. 이 정도면 그룹 차원의 '펀더멘털'에는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번 파동이 무엇보다도 민감한 '먹거리'와 관련하여 발생하였다는 점, 그리고 그동안 소비자들로부터 비교적 호감을 받아온 CJ그룹이 겪는 거의 최초의 '비리' 사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CJ가 후유증을 완전히 털어버리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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