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 당장 불확실한 ‘대권’보다 가능성 있는 ‘당권’ 공략 가능성 높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정은 수석대변인’, ‘반문특위’, ‘달창’, ‘문노스’ 등 원내사령탑 취임 이후 세간의 이목을 끄는 발언으로 여러 의미에서 이슈의 중심에 섰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향후 정치행로에 대해 최근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 원내대표를 당시 경찰이 평가한 문건에서 나왔던 ‘귀족적 이미지가 강해 서민층으로의 표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무색할 만큼 얼마 전 패스트트랙 국면 내내 여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불사해 세간에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과거 ‘얼음공주’란 별칭에서 벗어나 ‘나다르크’란 칭호를 얻게 된 데 이어 지난 11일 대구에서 나왔던 ‘달창’ 발언 논란 이전까진 대체로 당 지지율 상승에 적잖은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또 포기하지 않고 3차례에 걸친 도전 끝에 결국 보수정당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란 타이틀을 거머쥘 정도로 정치적 야심도 만만치 않아 그의 다음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나경원, 黃과의 ‘대권 경쟁설’에 “대선 출마 생각 없어”

그래선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패스트트랙 당시 나 원내대표의 강경한 태도를 꼬집어 “한국당 지지율이 오른 것을 자기 덕이라고 흥분해 있다”며 “원내대표가 된 목적이 존재감을 드러내서 다음 단계로 가려는 일종의 징검다리용”이라고 일찍이 의혹 어린 시선을 보낸 바 있다.

심지어 나 원내대표를 전국 순회 대정부투쟁 중인 황 대표와 비교하며 ‘대권 경쟁’ 구도로 보는 시각도 없진 않았는데,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황교안·나경원) 두 분이 경쟁적으로 차기 대권을 향해 자기 위상을 제고하려고 하는 것이란 비판이 있지 않나”라며 “원내에서 한국당표 정책 가지고 경쟁해야 되는데 경부선과 호남선에 올라타 차기 대권을 향해 경쟁하는 듯한 모양새”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정두언 전 의원 역시 지난 3월 29일 ‘시사끝짱’에 출연해 “정치권에선 아군도, 적군도 없고 모두 다 라이벌인데 지금 황 대표가 잘못되길 기다리는 사람 중에 나 원내대표가 한 사람일 수 있다”고까지 주장했는데, 실제로 나 원내대표는 이미 2016년 7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권과 대권을 놓고 본다면 당연히 대권에 대한 기회를 택할 것이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내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가장 쉽다는 점”이라며 대권욕을 내비친 적이 있다.

여기에 그동안 대선주자로 꼽히는 황교안 대표만 계속 표적 삼았던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마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장외투쟁하면서 무심결에 내뱉은 달창이란 그 말이 지금 보수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장외투쟁이란 큰 목표를 달창 시비 하나로 희석시킬 수 있다”며 나 원내대표를 직격해 ‘나경원 대권 도전설’에 더욱 불을 붙였다.

이런 시선을 의식해선지 나 원내대표는 16일 유튜브 채널 ‘김광일의 입’에 나와 ‘총선 승리 결과에 따라 황 대표와 대선주자로 겨뤄볼 생각 없느냐’는 질문을 받게 되자 “생각 없다. 황 대표가 잘하게 열심히 서포트하고 있다”며 대선 출마설을 부인한 데 이어 “황 대표를 중심으로 한국당이 똘똘 뭉쳐야 하고 그 기반으로 해서 저희 당 중심으로 우파 전체가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羅, 일단 대권 아니라 당권으로? 대선주자 오세훈 의식했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그러면서 그는 “그 길을 가는데 제가 앞장서겠다. 안티 나경원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하나로 갈 수 있다”고 역설했는데, 이런 발언으로 미루어 대권보다는 원내 보수통합을 계기로 당권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황 대표에 대해 “당 대표로 같이 일한지 얼마 안 돼 아직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사명감과 애국심이 강하신 분”이라면서도 “사명감과 애국심이 강하다 보니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뼈 있는’ 평을 내려 ‘라이벌 구도’란 시선에 일부 여운을 남기기도 했는데, 분명한 점은 나 원내대표가 구설에 오른 ‘달창’ 발언을 내놓은 지 사흘 뒤인 14일에도 문 정권을 ‘문노스’로 지칭하는 등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행보를 여전히 지속하고 있단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 내 비박계인 김학용 의원은 지난 1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황교안·나경원 라이벌론엔 “그렇지 않다고 생각된다”면서도 “다만 나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자리를 이용해서 좀 더 뭔가 국민들에게 각인하고 싶은 그런 욕심이 있으리라 생각된다”며 “제가 됐어도 그런 욕심이 없진 않으리라 생각되지만 무조건 강하게 싸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나 원내대표에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사실 김 의원은 비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대표의 지지 하에 지난해 12월 11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 원내대표와 맞붙었으나 친박계 의원들이 비박계 내 입지가 약한 나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주면서 끝내 고배를 마시게 됐는데, 당시 친박과 비박의 첨예한 대치 속에 당내 비주류인 신비박계가 그 틈새를 노린 결과란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후 나 원내대표의 영향력이 원대 경선 승리를 계기로 이전에 비해 급격히 높아지면서 일부에선 신비박계가 당내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높아졌는데, 이 과정에서 대권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당권은 나 원내대표, 서울시장은 김용태 의원이 차지하려 들 거란 구상이 잠시 돌기도 했다.

실제로 이들 중 김 의원은 이미 ‘셀프 청산’으로 3선 지역구를 포기하면서 서울시장 도전 외엔 돌파구가 없어진데다 오 전 시장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3월 25~29일 전국 성인 2516명에게 조사해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95% 신뢰 수준 ±2.0%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황 대표에 이어 보수진영 후보 2위를 기록한 바 있고, 2·27전당대회에선 당 대표 선출에 30% 반영되는 일반국민여론조사는 황 대표를 제치고 50.2%를 얻었을 정도로 잠재력 있는 대선주자로 평가 받아왔던 만큼 이 같은 일설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나 원내대표가 16일 유튜브 방송에 나와 본인의 대선 출마설에 굳이 선을 그은 데에는 자칫 신비박계의 좌장 오 전 시장의 반발을 초래해 신비박 간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8일 오 전 시장이 개최한 ‘문 정권 2년 평가 및 대한민국 미래’를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에 나 원내대표가 찾아와 “우리 당에 다양한 스피커가 있어야 하는데 오 전 시장이 힘 있는 스피커가 될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던 데 비추어 현재로선 자신의 정치행로를 닦기 위해서도 ‘신비박계’의 결속을 우선한 것으로 풀이된다.

◆ 당권은 ‘총선’ 전후 黃 퇴장 가능성에 대권보단 공략 쉬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비단 이외에도 그간 나 원내대표는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거의 후보군으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 대권을 노리려면 먼저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부분 등도 대권보다 당권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게 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내년 총선 공천에서 신친박계를 늘리려면 여전히 보수 대권주자 1위에 당권까지 쥔 황 대표와 충돌해봐야 좋을 게 없다는 판단도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발 더 나아가 총선을 전후로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황 대표를 앞세운 채 관망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오는 12월10일까지인 원내대표 임기를 의총에서 추인 받아 내년 총선 때까지 유지하다가 총선 결과가 좋게 나오면 대권 준비에 들어가느라 대표직을 사퇴한 황 대표의 후임 선출에 있어 자신이 유력 당권주자로 올라설 수 있게 되고, 설령 총선 결과가 안 좋아도 정치적 타격은 자신보단 대표이자 대선후보인 황 대표가 더 받기 때문이다.

아울러 총선이 다가오면서 황 대표가 ‘친황계’를 대거 배치하는 등 공천 파동을 일으켜 당 내홍이 일어날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당내 주류인 친·비박계 양측 모두의 반대가 적은 비주류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보니 여기서도 당내 소수파(신비박)에 속하는 나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경선때처럼 틈새를 공략해볼 수 있기에 어느 쪽으로든 정치적 위험부담은 최소화하면서 대선 전에 당권을 노려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선 정두언 전 의원이 지난 3월 29일 시사끝짱에서 “대표가 문제 생기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수 있고, 비대위 하면 일단 원내대표가 대행을 하다가 제3의 인물을 뽑든지, 계속 가든지 하는데 선거 기간이 얼마 안 남으면 제3의 인물 영입하기 힘들고, 또 지금 제3의 인물이 없어 본인(나 원내대표)이 맡을 가능성 있단 생각을 안 하면 이상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는데, 이렇게 판이 돌아갈 경우 나 원내대표가 사실상 당권을 쥐고 대권은 황 대표 퇴장에 따라 2위인 오 전 시장을 내세우는 신비박에 유리한 구도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장차 다양한 변수가 상존하면서도 그나마 리스크는 줄이면서 가까운 시기 내에 가장 노려볼 만한 건 나 원내대표에게 있어 대권보다 당권 쪽인 만큼 최근 들어 존재감을 높여온 그가 황 대표 이후 과연 차기 당권 도전을 공식화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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