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당 유성엽·바른미래 오신환 당선에 패스트트랙 정국 ‘시계 제로’

지난 13일 의총에서 선출된 유성엽 평화당 신임 원내대표(좌)와 15일 의총에서 당선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지난 13일 의총에서 선출된 유성엽 평화당 신임 원내대표(좌)와 15일 의총에서 당선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 개편 때문에 패스트트랙 정국에 적극적이었던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에서 협상 당사자인 원내대표가 모두 교체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이미 패스트트랙 지정이 단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협상 과정에서 파열음이 커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선거제 개편·공수처 설치·검경수사권 조정 등 처리 가능성이 한층 불확실해지고 있다.

◆ 평화당·바른미래 새 원내대표의 野性 강조…곤혹스러워진 與

지난 13일에 평화당에서 유성엽 원내대표, 15일엔 바른미래당에서 오신환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등 불과 단 한 주 동안 야권 원내사령탑도 2명이나 바뀌었는데, 이들이 이전과는 온도차가 있다 보니 그동안 이들 정당과 손잡아왔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선 향후 패스트트랙 정국에 있어 일단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장 유성엽 평화당 신임 원내대표만 해도 13일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직후 “오늘부터 민주당 2중대 소리를 듣던 평화당은 없다. 치열한 원내투쟁을 통해 강한 존재감을 확보할 것”이라며 “평화당의 목소리를 분명히 찾겠다. 선거제 개혁과 공수처도 거대양당 주장에 합리적 의사를 담은 대안을 내놓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15일 의총에서 당선된 바른미래당의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마저 “끌려가는 야당이 아니라 힘 있는 강한 야당,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이 돼서 국회를 주도할 수 있는 바른미래당을 만들어내겠다”며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여당과 대체로 발을 맞췄던 전임 김관영 원내대표 때와는 달라질 것임을 내비쳤다.

이런 공언을 확인해주듯 유 신임 원내대표는 14일 취임 인사차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상태로는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선거제 안을 절대로 처리할 수 없다”고 패스트트랙 지정되어 있는 기존 선거제 안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고, 나 원내대표도 “평화당도 내심 이번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호남 의석이 7석 정도 줄어들기 때문에 (유 원내대표도) 당선되자마자 취임 일성으로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고 화답해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 앞서 기껏 선거제 개편안을 내놨었던 여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에서도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공수처 설치·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신속처리안건 지정 강행하려는 민주당 등을 향해 한국당과 함께 거세게 항의하던 오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됨에 따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15일 “무리하게 패스트트랙을 추진한 데 대한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심판”이라며 “여야 4당이 추진한 선거제와 공수처법 날치기 패스트트랙에 대해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두 당이 사실상 무효 선언을 한 것”이라고 주장해 민주당의 속내를 한층 초조하게 만들었다.

◆ 선거제조차 동상이몽에 ‘의원정수’ 놓고도 이견 분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손학규 당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손 대표는 앞서 열린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했지만 새로 선출된 오신환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이런 주장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사진 / 오훈 기자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손학규 당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손 대표는 앞서 열린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했지만 새로 선출된 오신환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이런 주장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사진 / 오훈 기자

문제는 이 두 당의 새 원내대표들이 단순히 독자적 목소리를 내겠다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정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패스트트랙 지정됐던 법안들에 대한 수정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는 건데, 우선 선거제를 놓고도 두 당이 각자 셈법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이전과 같은 패스트트랙 공조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당초 군소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거대 양당에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입장을 선회하고 적극 나서면서 현 의원정수 300명 선은 그대로 두는 가운데 지역구 225석과 비례대표 75석이라는 ‘부분 연동형’이란 방향으로 잠정 선거제 합의했었지만 평화당에선 호남 지역구 축소에 반발해 의원정수를 기존보다 늘려야 한다고 벌써부터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유 원내대표는 13일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의회비를 동결하더라도 의석수를 늘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반쪽짜리 연동형 비례제를 처리해선 안 된다. (300석인 현재) 의석수를 316~317석으로 늘려서 지역구 축소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역설한 데 이어 정견발표에선 “우리 지역 기반이 호남인데 호남에서 7석의 지역구 축소가 불가피해 절대 반대한다. 한국당을 끌어들여 원포인트 분권형 개헌과 함께 완벽한 연동형 비례제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바른미래당에서도 손학규 대표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정수 늘릴 수 없다’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주장을 수용한 고육지책이었다”며 “지역구 수를 그대로 두고 의원정수 확대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유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줬는데, 비록 민주당 일각에서도 지역구 축소에 반발하는 의원들이 의원정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지만 문제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여론이 부정적이다 보니 총선을 1년도 채 안 남긴 상황에서 이런 내용의 개편안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15일 새로이 당선된 오 원내대표는 이처럼 평화당과 비슷한 목소리를 낸 손 대표를 겨냥해 즉각 퇴진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다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서도 이날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의원정수 확대 문제를 또 들고 나오는 것은 법안 통과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일이고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고 반대 의사를 표명해 군소야당 간 이해가 일치할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서도 이미 합의가 쉽지 않을 만큼 제각기 사분오열된 양상이다.

신임 원내대표들로 인해 그간의 패스트트랙 공조부터 흔들리는 이 틈을 노리고 15일 한국당에선 김정재 원내대변인이 바른미래당을 겨냥 “그동안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 모두가 친정부, 범여권 행세로 일관하며 민주당 1당 독재를 방조해왔다. 오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한국당과 함께 진정한 야당으로 거듭나 문 정권 폭주 견제와 민생 회복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한 데 이어 황교안 대표까지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정치세력들이 하나 돼 잘못된 (정부) 정책을 막아내는 일에 힘을 모으겠다”며 바른미래당에 보수대통합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하지만 일단 바른미래당은 현재 자강에 방점을 두고 있는데다 오 원내대표도 이날 정견 발표에서 공수처 설치나 선거법 자체를 패스트트랙 지정하는 데 반대하는 한국당을 겨냥 “한국당 입장에서 가만히 있으면 패스트트랙안이 본회의장으로 갈 텐데 방치할까”라고 한 데 이어 “이미 패스트트랙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태워졌다. 누가 원내대표가 되더라도 거스를 수는 없다”고 발언한 데 비추어 기존 합의안을 완전히 뒤집고 한국당과 발을 맞추진 않을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유성엽·오신환, 한국당 끌어들이려는 ‘개헌 논의’ 놓고도 온도차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5대 의혹 관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5대 의혹 관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선거법에 있어서도 의원정수 확대를 놓고 이견을 드러낸 데 이어 패스트트랙 논의에 한국당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의 새 원내대표는 각자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는데, 유 원내대표는 14일 “패스트트랙으로 인한 파행을 발전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분권형 개헌과 선거제 개혁을 세트로 논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얘기”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한국당이 수용하게 하려면 개헌도 동시에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다만 유 원내대표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14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개헌 관련해서는 저희 당내 어떤 이야기도 없기 때문에 즉답을 못 한다”며 말을 아꼈고, 당사자인 한국당에서도 나경원 원내대표가 “여러 가지 다 열어놓고 볼 수 있지만 (연동형 비례제는) 워낙 기형적인 선거법”이라며 개헌은커녕 연동형 비례제 자체에 논의를 일축하고 있어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급기야 15일 바른미래당 오 원내대표마저 “권력 분점화는 이뤄져야 하지만 현 집권여당과 청와대가 반응해야 할 수 있는 문제”라며 “개헌 논의는 지금 꼭 같이해서 효율적으로 된다면 고려하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조차 반응하지 않는 개헌 논의를 쉽게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다”고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는데, 앞서 같은 날 최고위에서 손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와 함께 권력구조를 바꿀 개헌 논의도 시작돼야 한다”고 했었음에도 이런 입장을 내놓은 데 비쳐 향후 패스트트랙 진행 중 평화당 등과 계속 엇박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듯 평화당의 유 원내대표가 당선 일성에서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가능성엔 선을 그은 데 반해 바른미래당에 대해선 제3지대 구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반면 오 원내대표는 15일 당선되자마자 “평화당과의 당 통합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단호히 거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패스트트랙 정국 도중 김관영 원내대표에 의해 사보임 조치되기 전까지 사개특위 위원이었던 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안을 일부 양보하면서도 처리하려고 야당에 손을 내밀었던 공수처 설치 문제와 관련해서도 “제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지 않는 기형적인 공수처를 반대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공수처의 처장, 차장, 검사, 수사관 모두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백혜련 의원(민주당)의 안은 통과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향후 여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 때와는 결이 다를 정도의 충돌을 예고했다.

이렇듯 변화된 당내 기류를 의식했는지 앞서 김 원내대표에 의해 사개특위 위원으로 임명됐었던 채이배·임재훈 의원은 이날 위원직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 손 대표 체제가 사실상 붕괴되고 오 원내대표에 힘이 실리면서 민주당에서도 이날 이인영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 과정을 통해 패스트트랙 진행 과정에서 있었던 갈등이나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지 함께 논의해보자”고 먼저 새 원내대표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과연 민주당이 가장 중시하는 백혜련 공수처안까지 오 원내대표가 반대하는 판국에 바른미래당과 순탄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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