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말은 한국당의 말로 반박할 수 있다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제가 가는 민생 현장마다 상가들은 텅텅 비어있고, 문을 닫은 기업들이 부지기수며 일자리를 잃은 가장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취업 못한 청년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최근 '민생투쟁대장정'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2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만나는 분마다 ‘살려달라’는 말뿐인 애타는 울부짖음에 저도 함께 울었고, 극심한 탄식에 제 억장도 함께 무너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들어보면 참 공감되는 말이다. 맛집으로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집이 아니고서야 일반 식당들은 가장 바쁜 점심시간 대에도 눈에 띄게 한가해 보인다.

식당가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목소리 높여 비판하는 모습은 이젠 흔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장바구니 물가는 점점 높아만 가고 내야하는 세금도 점점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를 하는 지인 몇 명은 여전히 집에서 막막하고 불안한 현재를 살고 있고 또 몇 명은 아예 취업 준비를 접고 이민 갈 생각을 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당이 현 정부를 비판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황 대표의 발언을 들으면 결국 헛웃음이 나온다. 자꾸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지난 7일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민생투쟁대장정 출정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에게 급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생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워도 모자랄 판에 오로지 자신들의 정권연장을 위해 선거법·공수처법 등 악법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급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 ‘민생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워도 모자랄 판에...’ 황 대표의 발언이 묘하게 ‘한국당의 말은 한국당의 말로 반박할 수 있다’는 말이 떠오르게 한다.

또한 황 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는 폭망 상태”라며 “소득주도성장이라고 하는 자신들만의 도그마에 매달려서 다른 의견들은 모두 외면하고 무시해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 총체적 경제 파탄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싸워도 국회에서 싸우고 싶지만 더 이상 국회에서의 투쟁만으로는 문재인 정권의 좌파독재를 막아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며 “자유민주주의와 민생을 지키기 위해 국민 속으로 뛰어들어서 여러분과 함께 이 정부 좌파 폭정을 막아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즉 경제가 어렵지만 좌파독재를 막기 위해 장외투쟁을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이를 두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방’을 날렸다. 이 총리는 지난 12일 “야당이 유감스럽게도 민생이 어렵다면서 국회를 외면하고 산업현장이 어렵다면서 국회를 외면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같은 인식은 민생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국회에서 각종 민생 법안이 표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개편한 최저임금결정체계와 주 52시간 근무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하기로 한 탄력근로제 법안, 경기 하방 리스크 선제적 대응을 위한 민생 추경 등 민생법안은 산적하게 쌓여 있다.

황 대표도 인식하듯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도 민생법안은 내버려 둔 채 언제까지 ‘좌파독재 저지’ 타령만 할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6명은 한국당의 장외투쟁에 대하여 공감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말 뿐인 ‘민생’에 공감하는 국민은 없다. 현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현장의 어려움을 법안으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민생’은 국회에 있다. 국회투쟁과 장외투쟁이라는 투트랙이 아니라 ‘민생현장과 민생입법 처리하는 국회’ 이 투트랙이 먼저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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