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위기설 놓인 르노삼성차의 불투명 미래

르노삼성차의 위기는 이미 낯선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르노삼성차는 '존폐의 위기'까지 거론되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극심한 내수부진, 수출활로의 좌절, 더구나 모기업인 닛산과의 갈등이 르노삼성차의 앞날을 더욱 암담하게 만든다. 르노삼성차가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치며 독자생존이 어렵지 않느냐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삼성자동차'로 탄생할 때부터 곤욕을 치르다, 그 어려움이 쉬 가시지 않는 모양. 르노삼성차가 어려운 주된 이유는 무엇보다 부진을 면치 못하는 내수 판매를 만회해 보고자 수출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모기업인 르노닛산그룹의 글로벌 전략 수정에 따라 발목이 잡히고 있는 것. 러시아 진출, 닛산 측 반대로 무산 이 같은 수출 상황은 최근 르노삼성차가 추진하고 있던 러시아 수출이 무산되며 알려졌다. 최근 르노삼성차는 국내 경쟁사들이 수출로 내수 부진을 만회하고 있는 상황처럼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해 보고자 러시아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닛산측의 반대에 부딪쳐 계약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을 수출로 만회하는 다른 국내 업체들과 달리 판매실적 대부분을 내수에 의존하고 있어 돌파구가 필요했다"면서 "이를 위해 러시아 수출을 추진했으나 닛산 측 반대로 막바지에 계약이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기에는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즉 그동안 닛산을 담당해오던 카를로스 곤이 그룹 전체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닛산이 아시아 전략의 핵심 업체로 떠오른 것. 99년 당시 르노가 삼성차를 인수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거점이자 생산, 수출의 허브로 삼겠다고 발표했던 전략이 수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최근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르노삼성차와 닛산간의 기술협약 파기설이나 르노삼성차의 조립기지 전락 가능성 등은 이러한 이유 때문. 러시아 수출이 무산된 것이 아니냐는 소식에 르노삼성차는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무산된 것이 아니라 내년 초 러시아 수출을 위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오히려 르노닛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당장 러시아가 고유가로 경제 활황을 누리고 있는 시점에서 조속히 수출을 하여 시장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 수출이 이루어진다 해도 이미 닛산이 진출한 곳에서 르노삼성차가 판로를 개척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 르노삼성차가 현재 수출하는 지역은 칠레 요르단 우크라이나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회사측이 밝힌 올해 수출실적은 3월 80대, 4월 171대에 이어 지난달은 263대다. 수치상으로는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완성차업체들과 비교해 판매 비중은 매우 미미한 수치. '삼성' 브랜드 사용도 '시한부' 또한 르노삼성차는 올 1월부터 5월까지 내수 실적이 3만2758대 밖에 되지 않는다. 연간 목표치인 12만대 중 27.3%에 해당하는 수치. 매월 1만대씩은 팔아야 하나 6000~7000대밖에 못 판 것. 특히 5월 판매량은 6036대에 그쳐 전년 동월에 비해 무려 36.8%나 줄었다. 수출은 고작 263대를 기록했다. 물론 내수 부진은 다른 자동차 업체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들은 수출로 부진을 메우고 있는 실정. GM대우차는 5월 내수 판매가 전월(9366대)보다 7.5% 감소했으나 대신 수출이 114.7%나 늘어난 5만9674대에 달했다. 그 결과 지난달 총 판매실적은 6만8337대로 전년 동기 대비하여 73%나 증가한 상황. 현대차나 기아차도 수출 증가에 힘입어 각각 전년대비 12.3%, 13.7% 판매가 증가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르노삼성차가 제대로 된 신차 계획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업체와 벤츠 등 수입차 회사는 하루가 멀다하고 다양한 신차를 선보이고 있는데 비해, 르노삼성차는 2006년 경 대형 세단인 'SM7'을 내놓을 계획 밖에 없다.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생산도 계획만 있을 뿐 실행되고 있지 못한 상황. 닛산이 올해 최고급 차종인 '인피니티'를 국내에 선보이기로 한 것도 커다란 문제다. 르노삼성차가 고급 차종을 개발하기 힘들어지기 때문. 그동안 지속 사용해오던 삼성 브랜드 역시 7년이라는 기한에 묶여 얼마 남지 않은 점도 문제다. 상황이 이러하니 업계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차가 조립기지 정도로 전락하거나 그 자체로 독자생존은 어려운 게 아니냐고 말하는 것이다. 심지어 "르노삼성차의 독자 생존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비관론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르노삼성차는 안팎의 위기를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돌파해 나가겠다는 전략. 르노삼성차는 호국 보훈의 달 6월을 맞아 특별 사은 행사를 펼친다. 즉 SM시리즈를 구입하는 현역 직업군인과 군무원, 경찰 공무원, 국가 유공자 및 그 가족들에게 특별히 5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재구매 고객에게는 30만원, 텔레매틱스(INS-300) 사양을 선택하는 고객들에게는 50만원의 추가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신할부방식을 도입, 선수율이 25% 이상이고 최소 월 할부금이 15만원을 넘을 경우, 처음 12개월에 대해서는 무이자할부를 해준다. 또한 르노삼성차는 6월 2일, 국립극장과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공식 후원하는 업무협약을 1년 기한으로 맺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차는 국립극장 전속 단체인 국립 무용단 및 국립 국악관현악단 등 4개 단체의 40여 작품 등 전통 문화행사를 특별 후원하게 된다. 아울러 최근 새롭게 단장한 문화 광장과 해오름 극장에서 펼쳐지는 4개 공연에 대해 타이틀 협찬을 진행한다. 제롬 스톨 사장은 "각종 문화 예술 후원 활동을 통해 이익의 사회 환원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속적으로 수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2005년 정부의 디젤(경유) 승용차 판매 허용 방침에 따라, 르노삼성차는 내년 하반기 준중형급인 'SM3'에 유로-4 기준의 1500㏄ 커먼레일 디젤엔진을 얹어 내놓을 계획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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