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년 앞두고 ‘내우외환’에 궁지 몰린 靑과 기세 오른 한국당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2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특별 대담을 하면서 정치권을 향해 대통령과의 여야 대표 회동을 제안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2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특별 대담을 하면서 정치권을 향해 대통령과의 여야 대표 회동을 제안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정권이 3년차로 접어들면서 벌써 일각에선 레임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지난 10일 민생현안회의 도중 노출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 김수현 대통령 정책실장의 밀담 내용을 계기로 이 같은 해석이 한층 힘을 얻고 있다.

물론 버스 파업 사태를 놓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왔기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정권이 아니라 공무원의 ‘복지부동’ 탓으로 돌리기 위해 레임덕 논란을 감수하고 감행한 ‘의도된 연출’이었다는 의혹도 일부 없진 않지만 내년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현재 여당과 제1야당 간 지지율 격차가 나날이 좁혀지고 있는데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도 긍·부정 격차가 크지 않아 근래 일고 있는 레임덕 논란이 마냥 루머만은 아니란 평가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 총선 1년 앞두고 내우외환에 속 타는 靑…자신감 얻은 野

불과 몇 주 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항의도 일축한 채 끝내 일부 야당들과 패스트트랙을 강행했던 청와대와 여당이 이제는 민생 문제 처리를 위해 국회로 돌아오라고 한국당에 호소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 등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일단 지정해놨으니 이제는 당장 시급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집중하려는 모양새인데,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경제전망이 순탄치 않은데다 미중무역전쟁 장기화 등으로 대외경제여건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여당도 원내대표 교체를 명분 삼아 한국당을 향해 국회로 돌아오라고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고, 반대로 국회 공전이 장기화될 경우 부담을 느꼈을 한국당도 이제는 ‘민생투쟁 대장정’이라며 오히려 장외투쟁을 지속할 의지까지 내비치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정권심판론을 내년 총선으로 보여주려면 자당 시각에선 ‘총선용 선심성’인 추경 처리에 협조할 이유가 없다 보니 여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을 이유로 국회 복귀에 적극적이진 않은 상황인데, 대신 정쟁에 매몰된 ‘민생 외면’이란 지적이 나올 수 있어 당 대표의 민생투어 형태로 문 정권 압박에 나서고 있다.

더구나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7~10일 전국 성인 2020명에게 조사해 13일 발표한 5월 2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한 반면 한국당 지지율은 당명 개정 이후 최고치인 34.3%를 기록하며 여당과의 격차를 4.4%P로 바짝 좁혀 한국당으로선 장기투쟁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이 뿐 아니라 여당이 정권 중간평가 성격이었던 지난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경제상황이 좋아지지 않고 있어 총선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정권의 위기의식을 부채질하고 있는데, 급기야 패스트트랙 정국 직후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로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의를 제기하는 등 내부에서 항명 파문이 불거진 데다 버스 파업처럼 민생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안까지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 사면초가로 몰린 형국이다.

그래선지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친문 핵심인 김태년 의원이 아니라 이인영 의원이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난 데 이어 지난 10일 이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눈 대화에선 ‘잠깐 틈 주면 (관료들이) 엉뚱한 짓한다’, ‘(집권) 2주년이 아니고 4주년 같다’는 푸념마저 나왔는데, 당장 한국당에선 13일 전희경 대변인 논평을 통해 “자신들의 무능을 탓하며 변해야 할 정권이 전 정부 탓하다 이제 공무원 탓”이라며 “레임덕은 이렇게 온다. 실패가 뻔한 길을 강요하는 정권을 공무원 뿐 아니라 국민도 따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여당과 발을 맞췄던 김관영 원내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 회의에서 “취임 2주년 만에 레임덕에 빠진 것을 스스로 밝히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으며 평화당에서까지 박지원 의원이 CP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2년 넘어가는데 4년 된 것 같다, 이건 레임덕을 인정한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 레임덕 논란에 불을 붙였다.

◆ 靑, 영수회담 제안했지만 유·불리 계산으로 신경전만 팽팽

자유한국당은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정 협의체에 이전과 같은 5당이 아니라 원내교섭단체 정당만 참여하게 할 것을 청와대에 재차 요구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은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정 협의체에 이전과 같은 5당이 아니라 원내교섭단체 정당만 참여하게 할 것을 청와대에 재차 요구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고 야당을 회유하고자 청와대에선 앞서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공약이 2020년까지 1만원이었다고 해서 무조건 급속도로 인상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기존 경제기조 수정 가능성을 내비친 데 이어 야권을 향해선 “패스트트랙 같은 당장 풀기 어려운 주제로 하기 곤란하다면 식량지원 문제, 안보 문제에 국한해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먼저 정치권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한국당에선 황 대표가 10일 “북한에 식량 나눠주는 문제만 얘기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패스트트랙 등 잘못된 문제 전반에 대해 논의하면 얼마든지 응하겠다”면서 “1대1회담을 열면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문 대통령과 제1야당 간 협의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내놨는데, 청와대에선 포괄적 의제를 다루는 데 대해선 수용할 뜻을 내비쳤으나 한국당의 1대1 단독 회담 요구에 대해선 13일 오전 고민정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5당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재가동을 간곡히 요청한다”면서 사실상 거절했다.

한국당 역시 같은 날 국회 사랑재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5당 대표 정례회동 ‘초월회’에도 황 대표만 불참하는 등 배수진을 쳤는데, 오후 들어 청와대에서 강기정 정무수석이 한국당의 1대1 별도 회담 가능성에 대해 “5당 대표 회동 수용 시 1대1 회담 열려 있다”며 한 발 양보했지만 이번엔 한국당이 ‘선 1대1 회담, 후 5당 대표 회동’을 주장해 결국 무산됐다.

이 같은 기 싸움에는 양측 간 유·불리 계산 역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는데, 한국당과의 단독회담을 통해 결과가 나올 경우 5당 대표 회동 때와 달리 청와대에서 받아들인 야당 주장에 대해선 온전히 한국당이 자신들의 성과로 내세울 수 있어 청와대엔 불리한 반면 5당 대표 회동 이후에 단독 회담을 하게 되면 앞서 열린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에 대해선 크게 뒤바꾸기 어렵다는 점은 한국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여야정 협의체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첫 회의 때처럼 민주평화당과 정의당까지 포함한 여야 5당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 중이지만 한국당은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가진 바른미래당까지 3당만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물론 여당의 이인영 원내대표는 13일 “(5당 참여·3당 참여) 두 주장이 병립하거나 통합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좋겠다”며 타협 여지를 열어두긴 했으나 그렇게 될 경우 배제되는 평화당이나 정의당에서 격하게 반발하고 있어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군소야당의 한 표도 아쉬운 정부여당으로선 여전히 풀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함께 했던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의 원내사령탑도 최근 새로이 바뀌면서 “야당 역할을 확실하게 하겠다”고 저마다 공언하다 보니 변화되는 원내 구도 역시 이전보다 여당에 불리하다는 점도 청와대의 고민을 한층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 靑, 복심 양정철까지 투입하며 일단 총선 채비 돌입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9회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가 대립하더라도 국가적 문제 해결하기 위해선 협력할 건 협력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청와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9회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가 대립하더라도 국가적 문제 해결하기 위해선 협력할 건 협력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청와대

이처럼 정국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선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기에 문 대통령의 속내도 점점 초조해지는 모양새인데, 이를 보여주듯 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국당을 겨냥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가 하루 뒤인 14일 국무회의에선 “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회 협력도 절실하다. 정치가 때론 대립하더라도 국민의 삶과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등 연일 압박과 읍소를 오가고 있다.

하지만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야당 역시 총선 때문에 물러설 기미가 안 보이는 만큼 청와대도 일단 승부처가 될 내년 총선 준비에 돌입하고 있는데, 이미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14일 “정권교체의 완성은 총선 승리”라며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민주당에서도 같은 날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정은 추경 관련 민생현장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한국당의 민생투어에도 맞불을 놨다.

실제로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추경 민생투어가 한국당에 대한 맞불 전략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지만 정작 “한국당은 민생투어가 아니라 정치투쟁”이라고 강조해 한국당의 장외투쟁을 의식하고 있었단 점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이에 한국당에서도 같은 날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이미 문 정부는 레임덕이 아니라 데드덕이 돼버렸다”며 “남은 3년을 분초로 쪼개 뼈를 갈아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참모들이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자리를 비우니 이것이 망국의 길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레임덕을 걱정하며 집권 4년차 같다고 하소연하기 전에 자신들의 마음가짐부터 돌아볼 일”이라고 청와대에 견제구를 던졌는데, 과연 야당의 경고대로 집권 중반부터 데드덕이 될 것인지, 아니면 꼬여있는 외교·경제 문제 중 어느 쪽에서라도 총선 전 돌파구를 마련할지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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