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중심 靑에서 黨…변화의 바람 부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 / 장현호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 / 장현호 기자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문재인 정부 3년 차 여권 권력구도가 재편되면서, 당·청 관계도 변화를 몰고 올지 관심이다.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인영 원내대표는 수차례 ‘당의 주도적 역할’을 주장해 온 만큼 당청 관계에서 당의 발언권이 한층 강화되는 변화가 전망되고 있다.

◆‘당 주도’ 이인영…변화의 바람 ‘예고’

청와대와의 관계 재정립이 어떻게 이뤄질지 초미의 관심사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집권 3년차를 맞아 민생입법과 개혁과제 실현을 위해 당의 주도성을 지금까지보다 더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당정은 물론 아주 훌륭한 하모니를 만들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소통과 조율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정부도 당정협의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주고 그 가운데 당의 능동적, 주도적 역할을 경우에 따라서는 뒷받침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당청 관계의 변화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지난 8일 경선 정견 발표에서도 “당정청 회의와 소통협력의 첫 출발은 상임위가 될 것”이라며 “주요정책의 결정은 상임위가 해당 부처를 주도하고, 이견이 생기면 청와대와 빈틈없이 조율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도록 당정청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당 주도의 정책 결정을 시사했다.

현 정부 출범 직후 당청관계는 각종 정책에 대해 청와대가 리드하고 당이 지원하는 수직적인 면모를 보여준 상황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고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입법에 힘을 실어왔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당청관계의 무게중심이 청와대로 쏠렸다는 비판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당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태년 의원도 지난 8일 경선 정견 발표에서 “당이 중심이 돼 당정청 사전조율을 더 확대하겠다”며 “내부논의는 더 치열하게 하되,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원팀이 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내 당청 관계의 불만 내지 비판 의식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이대로는 안된다’ 이해찬

이해찬 대표도 4·3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당선자가 나오지 않자 ‘지금 체제로는 내년 총선도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달 5일 보궐선거 이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으로 3년간 정부와 당을 어떻게 운영할지 평가하는 기회를 갖겠다”고 말 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선거 현장 분위기로 보면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과 호소가 많았다”며 “이 상황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고 경제·민생 문제에 좀 더 전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청와대가 이끌어 온 경제 정책 등에 대해서도 앞으로 ‘할 말은 하겠다’는 기조를 보인 것이다.

특히 이 대표는 같은날 의원총회에서도 “그동안 주로 임금 인상에만 초점을 맞췄는데 임금만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게 아니다”라고 당청간 이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현재 집권 여당 투톱인 대표와 원내대표 모두 당청관계를 ‘수평적’, ‘당 주도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데는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이 1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독 될 수 있는 당정청 관계 변화…어떻게 풀어낼까

여당 투톱이 당청 관계 재정립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청와대와 긴밀한 친노·친문 좌장인 이해찬 대표의 역할론도 거론된다. 이 대표가 청와대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민심을 전달하는 ‘투 트랙’ 당청관계를 정립할 수 있다.

또한 당이 선거 이슈를 선점하고 정책 현안에서도 정부에 비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당장 집권 3년차 국정동력 회복을 위해 청와대에 협력하면서도 사안별로 쓴소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이 대표와 이 원내대표가 얼마만큼 완급조절을 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이 대표와 이 원내대표가 민심을 읽고 문제의식을 통해 당·청 관계를 재설정 하겠다는 것은 당연한 방향 전환이다.

하지만 여당이 대통령과 거리를 두게 될 경우 ‘레임덕’은 급속화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행여나 당정청 불협화음·엇박자가 표면화 될 경우 민심 이반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즉 청와대와 여권 전체에 독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당청간 관계 설정과 이에 대한 완급 조절 능력 등 이 원내대표의 정치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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