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성행위, "나는 동성애자 인가요?"

전문가들이 말하는 동성애는, 성욕이 충만한 젊은이들의 일탈적인 행동이나 이성간의 성행위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의 변태적 출구가 아니다. 또 동성애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존재해 왔으며 현대 사회에 들어 새롭게 생겨난 현상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동성애자 역시 정신질환자나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 중의 일부인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인기 사이트의 카페나 클럽 검색창에 ‘동성애’를 검색해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동성애와 동성애자의 정의에 부합하는 활동(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자신들의 성정체성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카페나 클럽도 물론 있다. 그러나 기자의 눈에 들어온 카페, 클럽의 대부분은 문제가 있어 보였다.

▲ 영화 <후회하지 않아>의 한장면

최근 TV 방송을 보고 있으면 동성애 코드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시트콤, 오락 프로그램, 드라마에도 동성애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사람들은 아직도 7년 전, 탤런트 홍석천(39)의 커밍아웃을 기억한다. 당시 홍 씨는 극심한 악플에 시달리며 방송계를 떠나야했다. 사회적 비난은 계속됐고 어느 방송국에서도 그에게 일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홍 씨의 용기 있는 선언으로 성적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조금씩 달라졌다.
그 후, 동성애 코드는 비교적 표현이 자유로운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왕의 남자>와 <후회하지 않아>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처럼 TV나 영화에서 보여 지는 동성애는 예전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지 않아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체는 TV나 영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모든 정보의 집결지. ‘인터넷’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 하고 있었다. TV나 영화가 양지에서 동성애의 이해를 돕고, 사회적 편견을 거두는데 일조했다면, ‘인터넷’은 조금 더 어둡고, 조금 더 은밀한 곳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이런 ‘흑색 유혹’에 가장 먼저 빠지는 사람은 물론 10대.

각종 포털 사이트의 동성애 카페 수백 개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동성애’ 관련 카페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실제 ‘A 사이트’ 카페에서는 24건, ‘B 사이트’ 카페에서는 700건이 검색됐으며, 이들 카페는 연령별, 지역별, 취향별로 나누어 활동하고 있고, 그 중 ‘10대 동성애’ 카페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유명한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C 동성애 카페’는 15세에서 26세까지로 가입 조건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원수가 43만 명이 넘는다.
물론 동성에 호감을 갖는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여학교 내에서 보이시한 학생이 인기를 끄는 사례나, 근육질의 멋진 남학생이 교내에서 우상처럼 여겨지는 경우는 이색적이지 않다.
다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하고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모여 건전하고 긍정적인 커뮤니티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동성애 카페가 원래 의도와는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마디로 동성애 카페에 가입한 청소년들이 카페를 ‘즉석 만남’이나 ‘애인 찾기’의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실제 카페를 둘러보니, “백 만 불짜리 입술이랑 연애해요.”, “해 달라는 거 다 해주면 그럼 넌 뭐줄래?”, “애인구해요. 에로틱한거 좋아해요.” 등의 자극적인 제목이 눈에 띄었다.
글을 읽어보면 자신의 사진과 함께, ‘키스를 잘한다.’, ‘애무에 자신 있다.’ 등의 자신의 성향을 밝히고 ‘형이나 동생, 동갑을 찾는다.’는 식의 조건을 비롯해 ‘근육질이었으면 좋겠다.’, ‘검은 피부가 좋다.’, ‘털이 많은 남성을 찾는다.’는 노골적으로 원하는 상대의 조건을 덧붙이기도 한다.
거의 모든 카페에서는 ‘고민상담’과 같은 게시판을 만들어 운영 중이었는데, 성관계와 관련된 질문이 대부분이었으며 이는 이미 성정체성 고민상담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동성애 카페를 이용하는 네티즌들의 대부분은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 인터넷 카페를 이용하게 된다고 말한다. 동성애 카페에 오면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많아 힘과 위안이 되고 애인까지 구할 수 있어 여러모로 좋다는 말이다.
하지만 기자는 잠시 후 채팅을 통해, 이들이 말하는 ‘애인’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18세라고 자신을 소개한 학생은 “데이트 비용을 지불할 테니 관심 있으면 애인이 돼 달라.”고 제안했다. 이들이 찾고 있는 ‘애인’은 비슷한 성정체성을 가진 친구가 아니라 비슷한 성적성향을 가진 섹스 파트너였던 것.

무분별한 성관계 에이즈 우려

문제는 이런 10대 학생들이 동성애에 관심을 갖고 성관계까지 맺었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 성 상담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에이즈’이다.
실제 '동성애자 에이즈 예방홍보교육사업센터(iSHAP)' 홈페이지에 올라온 상담내용을 살펴보면 10대 청소년들의 상담사례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사례1. “16세구요. 중학생이에요. 친구가 제 성기를 애무했는데요. 한 4~5달 정도 지난 것 같아요. 저는 하지 않고 친구가 성기를 입으로 애무했는데 에이즈 걸리나요? 며칠 전에 빨간 점이 조금 생겼기에 병원에 가보니 샤워를 많이 하면 생긴다고 했지만 많이 신경 쓰여서요.”
사례2. “18세 학생입니다. 오늘 학교에서 특별강의를 했습니다. 동성애자끼리 성관계를 하면 에이즈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제가 사귀고 있는 20세 형이 있는데 처음으로 성관계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온 몸이 쑤셨습니다. 처음에는 심한 감기인줄 알았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서 에이즈인지 걱정 되서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에이즈에 걸리면 초기에 감기증상을 보이다가 나중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고 10년 후에 증세가 심해져서 죽는다더군요. 저는 그 형과 성관계를 하고 감기증상을 보였는데 이거 에이즈인가요?”
사례3. “안녕하세요. 저는 16살 이구요. 음. 동성애자는 아닙니다. 분명히……. 이성을 좋아 하구요. 성인사이트에서 항문자위를 알게 되어서 중1때부터 가끔씩 해왔는데요. 작년 12월에 메신저를 통해서 29살 남자와 관계를 맺었습니다. 자신은 이반들과 관계를 맺은 지 오래됐다고 하더군요. 차에서 20분정도 항문섹스를 했습니다. 처음이었구요. 젤과 콘돔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잠시 멈췄던 적이 있거든요. 제가 뭐 때문에 그러냐고 일어나려고 하니까 그냥 그대로 있으래요. 그 다음 바로 계속 하고 사정을 했거든요. 그분이 혹시 중간에 콘돔을 빼버리지는 않았나 걱정입니다. 어두워서 뭐가 보이지도 않았구요. 이제 고등학교에 올라가는데 검사를 받으려면 3개월 후에 받아야 하잖아요. 그 사이 공부도 해야 하는데 도저히 집중이 안 되고 죄책감, 불안감, 강박감, 좌절감에 빠져 삽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청소년기에 자신의 성적 성향 결정짓기 어려워

의 3가지 사례 중, 흥미로운 점은 마지막 사례이다. 마지막 사례의 주인공인 16살 남학생은 글의 서두에 자신이 동성을 좋아하는 동성애자는 아니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동성을 감성적으로 사랑하는 것과 육체적 관계를 좋아하는 것의 용어적 차이는 현재 로서는 없는 상태이다. 현재 성적소수자를 규정짓는 사전을 참고 하면, 이 두 가지 경우 모두를 동성애자로 보고 있는 것.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는 “이 두 가지 경우를 굳이 구분하자면 ‘동성애자(감성적 사랑)’와 ‘동성간성행위자(육체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물론 각종 매체를 통해 무분별하게 관계가 맺어지고 있는 것은 문제일 수 있겠지만 개인의 성적 취향은 타인이 탓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개인의 성적 취향을 타인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대상이 10대의 청소년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아직 성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청소년기에 자신의 성적 성향을 미리 결정짓고 육체적 관계까지 갖는 것은 에이즈와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라며 정부와 관련 기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청소년기는 양성애적인 성격이 남아있어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시기로 동성 친구에 대해 애정을 느끼기 쉽다. 또 청소년기에는 워낙 성욕이 왕성한 시기라 이성 뿐 아니라 동성의 손길에도 쾌감을 느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동성애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정립이 필요
과거와는 달리 최근 인터넷이 보편화 되면서 동성에 호감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로 활성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의 진정한 성정체성과는 아무 상관없이 ‘이색적인 성관계’에만 관심을 보임으로써 좋은 의도로 시작된 동성애 카페가 변질되어 더 큰 문제를 야기한 꼴이 됐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 받고 사회에서 격리 당했던 과거와는 달리 사회적으로 이해되어가는 시점에, ‘동성애 카페’는 동성을 사랑하는 이들의 순수하고 건전한 대화창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 성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10대의 경우, 왜곡된 성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수단으로 동성애를 악용할 경우 실제 에이즈 감염 등의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숙지하고 10대의 어린 남성들과 성관계를 갖는 성인 남성의 경우, 동성애라고 보기보다는 ‘성착취’ 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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