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마치 정부가 4주년 같아”…이인영, “잠깐만 틈 주면 엉뚱한 짓 하고”
박지원, “스스로 레임덕 인정하는 꼴”…바른미래당, “왜 여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차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차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3년차가 시작된 지난 10일 당청의 무기력증이 그대로 노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와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은 지난 10일 당정청 첫 모임에서 4년차 증후군 중 하나인 관료들의 복무기강 해이가 나타나고 있음을 한탄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

당시 이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 참석, 회의 직전 이같은 내용의 대화를 나눴고 대화 내용은 이들 바로 앞에 놓여 있는 언론사 마이크에 녹음됐다.

SBS 뉴스에 따르면, 이 원내대표가 먼저 “정부 관료가 말 덜 듣는 것, 이런 건 제가 다 해야...”라고 말하자, 김 실장은 “그건 해주세요. 진짜 저도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아요, 정부가”라고 말했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국토교통부를 콕 집어 “단적으로 김현미 장관 그 한 달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해...”라고 말하자, 김 실장이 “지금 버스 사태가 벌어진 것도...”라고 했다.

이 원내대표가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들을 하고...”라고 토로했다.

뒤늦게 이들은 마이크가 켜 있는 것을 알아채고 대화는 중단됐다. 김 실장이 “이거 (녹음) 될 것 같은데, 들릴 것 같은데...”라고 마무리 했다.

이러한 한탄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전국 버스 노조가 잇따라 총파업을 선언, 버스대란이 현실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토부와 지자체가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관료집단의 복지부동과 공직기강 해이는 역대 정부 집권 말기에는 매번 반복돼 왔다.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는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는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고 레임덕을 더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 집권 3년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에서 벌써부터 정부 관료사회가 따라주지 않고 있고 책임질 만한 결정을 미루는 복지부동 조짐을 보인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조기 레임덕에 빠진 상태로 보여진다.

이에 대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11일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직자들이 2기가 아니라 4기 같다'고 말한 것은 스스로 레임덕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집권 2년이건만 4년 같게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도 “전 부처에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어 말단공무원들까지 다 들쑤시고 잡도리했는데 어떤 공무원이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관료사회의 복지부동 책임을 현 정부에 있음을 지적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금 공무원들 사이에는 상사의 지시를 녹음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고 한다”며 “‘정권 바뀌면 감옥 가는데’ 누가 제대로 일을 하겠는가. 공직 사회를 불신과 복지부동의 ‘지옥’으로 몰아간 당사자들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관료들을 장관이 움직여야지 여당 원대대표가 왜 움직이는지도 의문”이라며 “청와대 정책실장이 왜 여당 원내대표에게 관료들 말 잘 듣게 하는 걸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지도 의아하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관료사회와 전문가집단을 무시하는 ‘무식한 운동권 정부’라는 비판이 이래서 나오는 건가 싶다”며 “관료들을 협력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마치 ‘부리는’ 대상으로 삼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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