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나경원과 훈훈해도 국회 정상화는 ‘아직’…바른미래·평화당 새 원대 선출도 변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우)가 상견례 차원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좌)를 찾아가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우)가 상견례 차원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좌)를 찾아가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에서 최근 원내대표가 줄줄이 교체되고 있어 패스트트랙 이후 계속되어오던 극단적 대치 국면이 어느 정도 풀릴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與 비주류 이인영 당선, 한국당 국회 복귀 이끌까

한국당과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공수처 설치 등 패스트트랙을 주도한 홍영표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원내사령탑에서 물러나고 지난 8일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가 꼬여버린 정국을 풀 해결사로 전면에 나서게 됐다.

125명의 민주당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의총에서의 1차 투표에선 비록 과반 득표자가 없어 결선투표까지 갔지만 당초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국정자문위 부위원장까지 지냈고 이해찬 대표와 가까운데다 정책위의장도 역임했던 ‘친문 핵심’ 김태년 의원과의 박빙 대결이 벌어질 거란 예상을 깨며 결선투표에서도 76대 49표란 상당한 표 차이로 이 원내대표가 당선됨에 따라 친문 일색이던 여당에 변화의 기류가 부는 신호로 풀이됐기에 팽팽하게 각을 세워온 한국당의 변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졌다.

이미 이 신임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표 경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을 향해 “창구를 열어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생긴 갈등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진지하고 정성껏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 내일이라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바로 연락드리고 찾아뵙겠다”고 먼저 손을 내민 데 이어 9일에도 첫 정책조정회의에서 “나 원내대표를 만나면 한국당의 입장을 경청하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겠다”고 적극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면서 그는 “낙인찍고 막말하는 정치를 저부터 삼가고 품격있는 정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민생을 살릴 수 있다면 경우에 따라 야당이 (정국을) 주도하는 것도 좋다는 마음으로 절박하게 임하겠다”고 취임 직후부터 전임 원내대표와 달리 한껏 자세를 낮추기도 했다.

그래선지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처음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는 한국당의 나 원내대표는 9일 오후 이 원내대표와의 첫 상견례에서 밝은 얼굴로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 “제가 함부로 얘기하면 당선 유불리에 문제 있을까 말씀 안 드렸는데 (여당 원내대표 후보) 세 분 중에선 그래도 가장 가깝다고 느껴진 부분이 있다”고 친분을 과시하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하고 역지사지도 해보고 케미도 맞춰보려고 민주당 색깔하고 비슷한 재킷 신경 써서 입고 왔다”며 “말 잘 듣는 원내대표 되시겠다, 이런 말씀하셨는데 ‘설마 청와대 말 잘 듣는 건 아니시겠지’ 이런 생각하면서 아마 국민 말씀 잘 듣고 하시면 앞으로 우리가 같이할 수 있는 면적과 폭이 넓어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조건부로 협력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야당 원내대표 중 이날 나 원내대표를 가장 먼저 찾아와 인사한 이 원내대표도 “굉장히 합리적인 보수의 길을 가실 수 있는 분이고 개혁적 보수의 길을 가실 수 있는 분”이라며 “말씀하신대로 국민 말씀을 잘 듣고 또 그만큼 야당의 목소리 이런 것들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경청하겠다. 경청의 협치부터 시작할 거고 그런 과정에서 이 정국을 풀 수 있는 지혜를 주시면 아주 심사숙고하고 최대한 존중할 수 있는 이런 길을 찾아보겠다”고 즉각 화답했다.

다만 이 원내대표는 “찾아뵙자마자 국회 정상화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 드리게 돼 좀 죄송하다. 약간 과제를 갖고 왔다”며 국회 정상화를 위한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 경청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우리가 5월 임시국회라도 열어서 빠르게 민생을 챙기는 국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상견례 자리에서부터 국회 정상화를 에둘러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도 “오늘 한번 만나고 다 해결하려고 하지 말라. 저희가 해야 될 일이 참 많은데 지금 어려워진 이런 상황에선 이게 어떻게 돼서 이렇게 됐는지 잘 아실 것이고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선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며 “패스트트랙 태운 두 가지 제도에 대해서도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냐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또 우리가 해야 될 일 많이 있지만 방법론에 있어선 또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선을 그어 갑작스러운 이 원내대표의 제안을 노련하게 넘겼다.

이처럼 나 원내대표에 막히자 이 원내대표는 정양석 수석부대표를 향해 “외통위에서 같이 활동하면서 늘 출장을 같이 다녔기 때문에 케미가 많이 통할 수 있는 그런 협상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식적인 자리 말고도 비공식적으로 언제든 서로 전화하자”며 우회로를 공략했으나 결국 회동 직후엔 ‘국회 정상화에 대해 얘기했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이라고 답해 당장 야당으로부터 확답은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됐다.

전날만 해도 이 원내대표는 “정치 복원에 민생보다 더 좋은 명분은 없다. 추경에 플러스 알파가 있으면 좋겠고 그러면 협상할 접점이 생길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한국당에선 이 새로운 여당 원내대표에 대해 아직 탐색 단계인 만큼 일단 인선 교체만으로 쉽사리 손을 잡진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 지지율 격차가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최소로 좁혀진 2019년 5월 2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 지지율 격차가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최소로 좁혀진 2019년 5월 2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이 때문에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의 경우 9일 상무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 더 기다릴 필요 없이 다음 주 각 정당의 새 원내지도부 선출이 마무리되는 대로 5월 국회를 열자”고 촉구하기도 했는데, TBS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7~8일 전국 성인 1008명에 조사한 5월 2주차 정당 지지도(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36.4%)은 전주 대비 지지율이 급락한 반면 한국당(34.8%)은 4주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급기야 양당 사이 격차가 문 정부 출범 후 최소이자 오차범위 이내인 1.6%P로 좁혀져 여당이 불리한 판국에 상승세인 한국당을 무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지만 한국당도 여당 외에 다른 야당의 원내대표까지 모두 새로 교체되는 다음 주를 넘어서면 무기한 장외투쟁만 지속하기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우선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한국당 의원들이 무더기 고발된 부분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 출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를 취하하는 것도 여당에서 하나의 타협안으로 제시할 수 있어 “좀 더 검토해보겠다”던 이 원내대표가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유도할 만한 제안을 내놓을 것인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포스트 김관영 체제 모색 중인 바른미래…원내구도 새 변수로?

이런 가운데 김관영 원내대표가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표명하며 극적으로 당 내홍이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든 바른미래당에선 다음 주 수요일에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되는 만큼 이미 차기 원내대표로 누가 적합한지를 놓고 각 세력 간 눈치작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그간 바른미래당은 현 손학규 체제을 놓고 지지하는 의원들과 반대하는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극렬하게 충돌했던 만큼 양측 중 어느 쪽이 새 원내사령탑에 오르느냐에 따라 그동안 여당과 진행해온 패스트트랙 법안 관련 협상이나 원내 구도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바른정당계는 벌써 ‘정체성’ 문제를 강조하면서 중도·보수의 창당정신 복원을 내세우고 있어 이들 중 원내대표로 선출된다면 자칫 지금까지 김 원내대표가 이어왔던 패스트트랙 협상안도 한국당과 같은 입장을 취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뒤집혀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는 15일 예정된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김성식 의원과 오신환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오는 15일 예정된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김성식 의원과 오신환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이런 분위기는 벌써 표출되고 있는데, 사개특위 위원이었으나 공수처·검경수사권 패스트트랙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김 원내대표에 의해 강제 사보임 됐었던 오신환 의원의 경우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김 원내대표는 9일 CBS라디오에서 “추대 대상이 오 의원인 것에 관해선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주승용 부의장께서 오 의원을 단일 후보로 추대하겠다고 제안한 것은 아니고 본인도 덕담이라고 말했다”고 의미를 축소한 반면 바른정당 출신인 이혜훈 의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에서 “얘기가 있는 사람 중 하나”라고 후보군임을 강조했다.

바른정당계인 오 의원 외엔 국민의당계에서 김성식 의원의 출마가 점쳐지고 있는데 정개특위 위원으로 패스트트랙에 찬성했을 뿐 아니라 안철수계로부터도 호응을 얻을 수 있어 바른정당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온 현 지도부로선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를 갈라놓기 위해 김 의원 쪽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

이렇듯 내달 수요일 있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거는 현재로선 손학규 체제와 반대파 간 2라운드가 될 것으로 관측되지만 일단 계파를 막론하고 국회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당내에서 상당부분 공감하고 있어 누가 되든 민생법안 등 처리를 위해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차원에서 김 원내대표는 9일 오전 원내정책회의에서 “여당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편 등이 합의에 따라 처리될 수 있도록 한국당을 설득해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며 “한국당이 주장했던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개헌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고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자는 제안을 여당에 내놓기도 했는데, 한국당은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연동형 비례제로 선거제를 개편하면 야권은 분열되고 여당만 강해질 수 있다고 반대해온 만큼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등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외에 민주평화당까지 천정배 의원의 고사로 차기 원내대표를 합의추대가 아니라 오는 13일 경선을 통해 선출키로 하면서 원내구도는 한층 복잡해지고 있는데, 현재 황주홍 의원 외에 연동형 비례제로 지역구 의원 수가 축소되는 데 반감을 표해온 유성엽 의원도 출마 의사를 표하고 있어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선거제 개편 문제에 있어서도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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