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히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SK하이닉스가 120조를 투자하는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반도체를 비롯해 이차전지, 수소차, 5G, AI 등 4차산업 혁명시대에서 도약하려 기업들의 움직임이 발빠르다. 조선업도 거대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은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대우조선해양을 산업은행을 통해 인수하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도약을 위한 부산한 이면엔 변하지 않는 기업의 그늘도 남겨져 있다.

5월초 거제도에서는 근로자들의 사망사고가 잦다. 근로자의 날이 얼마 지나지 않은 3일, 4일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이틀 연속으로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확히 2년전 5월 근로자날에는 조선소 타워크레인이 하부 휴게소를 덮쳐 삼성중공업 비정규직 하청업체 근로자 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를 통해 삼성중공업은 노동계에서 ‘최악의 살인기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달 29일 삼성중공업 노동조합과 거제지역 시민단체 등 9개 단체는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2주기를 맞아 “하청노동자 죽음을 방치하는 변하지 않는 현실에 분노한다”며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기초적인 안전조치만 있어도 예방 가능한 재래형 산재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대기업의 경우 충분히 예방에 투자할 자원이 있다는 점에서 ‘살인’과 같다”고 주장했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당시 회사를 책임지는 최고경영자에는 법적인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사건을 배정받은 검찰은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애꿎은 당시 거제조선소장에게 2년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당시 ‘꼬리자르기’라며 노동계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일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렇다고 정부가 기업에게 벌금이라는 면죄부를 줘서는 안될 일이다. 기업에게 벌금은 푼돈에 불과하다. 열쇠는 안전관리자를 고용한 이들이자, 기업의 이윤을 책임지는 이들에게 찾아야 한다. 실적이 이들의 명운이듯, 근로자의 죽음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산업의 고질적 병폐인 하도급간 문제해결과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은 기업의 최고경영자의 의사가 바뀌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규제샌드박스를 시행하고 이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의 도심 내 수소충전소 설치가 승인되는 등 성과도 나오고 있다. 4차산업 혁명시대에 불필요한 규제는 산업성장을 저해한다는 사실은 산업 곳곳에서 공감하고 있는 바다. 동시에 시장경제에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특히 신산업을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사람을 위한 규제는 더욱 절실하다. 신산업을 안전장치없이 풀어줬다가 문제가 터져 처음부터 다시 복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OECD 산재사망 1위국가다. 일본·독일의 4배 영국의 14배다. 새로운 것을 추진하려면 뿌리산업부터 단단해야 한다. 4차산업의 기반이 되는 제조업과 건설업을 건강하게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안전에 대한 강력한 규제다. 사람에 대한 단단한 안전장치가 없는 4차산업 혁명은 자칫 ‘옥상옥’과 같은 산업구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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