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1800억대 공사 저가입찰
하도급 업체, 요청받고 견적서 수차례 수정
특허 기술 공유한 뒤 약속파기
청문건설, '견적서 부풀리기는 삼성물산의 요구'

가거도 방파제 공사 설계변경 과정에서 견적서가 부풀려졌다.수신인은 설계처로 돼 있었다는 이유로 삼성물산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시사포커스DB
가거도 방파제 공사 설계변경 과정에서 견적서가 부풀려졌다.수신인은 설계처로 돼 있었다는 이유로 삼성물산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국내 1위 건설업체 삼성물산이 전남도 가거도 관급공사를 최저가로 낙찰받고,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하도급업체를 기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에 추가 공사비용을 받아낸 삼성물산은 관련 기술을 가진 하도급업체에 계약을 할 듯 견적을 부풀리도록 시켰다는 것이 한 측의 주장.

시공사는 견적서 작성에 간여할 여지가 없고, 하청업체와 설계업체 간의 업무라는 것이 삼성물산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하도급업체는 특허기술 관련 정보만 내주고 계약을 하지 못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KBS는 청문건설 전 대표의 제보를 근거로 삼성물산이 100억원 이상의 국민의 세금을 하청업체를 이용해 착복했다는 의혹을 지난달 30일 제기했다.

◇ 삼성물산, 관급공사 최저가로 수주…추가공사비 434억

현재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위치한 전남도 신안군 가거도항에서는 최대 국책사업인 방파제공사가 한창인데 삼성물산이 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태풍의 중심권에서 방파제가 계속 무너지고, 배들이 피난가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에 정부는 2013년 1월 대형방파제를 세우기로 했다. 발주금액만 1843억원에 달하는 가거도 방파제 공사 입찰에서 삼성물산은 최저가 1189억원(예정가 66.3%)을 써내 공사를 낙찰받았다. 최고가를 써낸 한라건설(1596억원)에 비해 407억원이나 낮은 입찰액이었다.

가거도항 태풍피해 복구공사 조감도 @KDI 설계변경사전타당성검토 보고서
가거도항 태풍피해 복구공사 조감도 ⓒ KDI 설계변경사전타당성검토 보고서

공사는 방파제 아래 연약지반이 과제였다. 삼성물산은 지반을 다져야 한다는 이유로 추가공사비 600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고,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전타당성검토을 거쳐 434억원의 예산을 시공사인 삼성물산에 배정했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설계와 연약지반 공사 등을 오랫동안 가거도 방파제 토목공사를 맡았던 혜인이앤씨라는 업체에 설계변경을 맡겼다.

청문건설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시공과정에서 청문건설의 기술을 사용하는 제안을 받아들였다.청운건설은 항만 방파제 특화된 설비(MAS)를 보유한 업체로 일반 천공장비로 어려운 전석 및 사석층 등의 보강작업에 특화된 특허장비의 전용실시권을 가진 업체였다.

◇ ‘190억원 견적 315억원으로 불려라’,견적불리기

이 때부터 하도급업체를 이용한 견적 부풀리기가 시작된다. 청문건설이 시공에 앞서 견적서를 제시하자 삼성물산은 금액을 깎으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견적금액을 높여 제출하라는 요구를 했다. 이미 확보한 정부 예산에 모두 사용한 것처럼 견적을 맞춰서 부풀리는 방식이었다.

청문건설이 처음 제시한 견적금액은 190억원이었다. 2차에서 258억원, 3차에서 344억까지 올라갔다. 2차와 3차 보고서를 비교해 본 결과 천공수량은 줄었는데 금액은 증가했다. 재료운반비와 해상장비 비용은 2배 가까운 수십억원 이상이 인상됐다.

@ 청운건설 전 대표 김모씨가 KBS에 제출한 이메일 화면 캡쳐본
청운건설 전 대표 김모씨가 제출한 이메일 화면 캡쳐본 ⓒ KBS

견적액 끝이 ‘0’이어서 조작한 티가난다며 다른 숫자로 바꾸도록 하는 이메일이 오가는 등 헤프닝이 벌어지면서 청문건설은 주문에 따라 최종 315억원으로 계약금액을 맞췄다. 간접비를 감안하면 부풀린 315억원은 국가의 연약지반 추가 공사비용 434억원 예산과 거의 맞먹는다.

청운건설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요구에 따라 견적서 액수를 맞췄다"며 "삼성물산과의 공모를 인정하지만 계약을 따기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 장비, 업체 관계 특허기술자 찾아 3억원에 조달

그렇지만 삼성물산은 결국 청문건설과 계약하지 않는다. 삼성물산은 다른업체와 74억원에 최종 하도급 계약했다. 공사에 필요한 장비는 특허를 가진 기술자를 통해 단 3억원의 비용을 들여 만들어 낸다. 견적서를 부풀리라고 압박한 뒤 특허기술에 대한 정보까지 다 받은 삼성물산은 청문건설이 애초 견적서에 제시한 금액 190억원에 비해 새로 맺은 계약(74억원)을 통해 116억원을 절약한 셈이다.

당시 목포해양청에 따르면 청문건설이 삼성물산에 설계를 해줬다고 주장한 2016년 1월은 삼성물산이 연약지반개량공사 설계를 마친 시기다. 이 두회사가 설계논의가 이뤄진 것이 2월이고 삼성물산이 장비를 구입한 것이 3월이며 공사는 4월 착공했다.

김민수 공정거래연구소 전문위원은 “하청업체의 노하우를 가져가기 위한 사실상 기술탈취한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히 높다”며 “소송을 통해서도 자기들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버틸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법과 제도를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중소기업에서는 기술하나로 먹고사는 기업이 많다”며 “기술때문에 자신들이 유일하게 큰 회사들과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을 탐을 내고 빼앗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청문건설 견적서가 담긴 이메일 폴더명에는 삼성물산이 적시돼 있다. @ KBS
청문건설 견적서가 담긴 이메일 폴더명에는 삼성물산이 적시돼 있다. ⓒ KBS

삼성물산 측의 사건 일체를 부인했다. 관계자는 “이 사건은 이미 법원에서 삼성이 승소한 사건이다”라며 “계약을 따내지 못한 하청업체 측이 악의를 가지고 이곳저곳에 정보를 흘리고 다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의 내용에 대해서는 “설계사와 시공사의 프로세스 상 삼성물산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문건설과 계약서를 주고 받은 것은 설계를 맡은 혜인이앤씨와의 업무이지,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주장이다.

기술탈취와 관련해서도 “청문건설이 실시권만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물산 측은 설계업체가 청문건설에 견적서를 부풀린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라며 추가적인 설명이 없었다.

김남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는 “세금이라는 국고손실죄와 공문서 위조라고 할 수 있다”며 “상대를 기망해서 공사계약을 했기 때문에 사기죄도 성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애초 삼성물산의 저가입찰이 이번 사건을 일으킨 또 하나의 배경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사건이 최저가로 입찰을 따내고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다는 주장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