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법원에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효력정지 신청…원외 인사 132명, 孫 체제 사퇴 촉구

지난달 30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지난달 30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최대변수로 작용했었던 바른미래당이 여전히 그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와 별개로 이미 4·3 보궐선거 직후부터 당권투쟁의 연장선상에서 이어져 온 내홍인 만큼 현 지도부인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물러나기 전까진 매듭짓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손 대표가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의결을 계기로 지난 1일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등 한층 강공으로 나오면서 바야흐로 사태는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 孫,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 법적 대응한 하태경…루비콘 강 건너나

앞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단식투쟁까지 불사했던 손학규 대표가 당내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야 4당의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이 완료된 이후엔 이를 현 지도부 재신임의 근거로 인식했는지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 중인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명직 최고위원 2명까지 전격 임명 강행했다.

이미 손 대표는 지난달 30일 김관영 원내대표와 함께 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일견 “우리는 그동안 많은 당의 분열과 내홍을 겪었으나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 지도부가 더 소통하겠다”면서도 “최근 당을 진보와 보수, 한쪽 이념으로 몰아가려는 일부 세력의 움직임이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말의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고 당을 한쪽의 이념으로 몰고 가려는 책동에 대해선 강력 경고한다”고 밝히면서 자신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일각에 맞설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래선지 손 대표는 이전과 달리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최고위에 불참 중인 최고위원 3명을 겨냥 “당 화합을 방해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결코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압박하는 등 연일 강경일변도로 나오고 있는데, 김관영 원내대표가 “이번 당내 갈등 상황에서 유승민계나 안철수계 둘 다 당을 깰 생각은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은 매우 큰 수확”이라고 밝힌 점으로 미루어 현 지도부와 대치하고 있는 의원들이 그간 밝혀왔듯 어차피 탈당하진 않을 거란 판단도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7명인 최고위원 중 과반인 4명 이상 참석해야 최고위원회의를 열 수 있는데 선출직 최고위원 3명 모두 한 달 가까이 보이콧을 이어와 나머지 인원 중 단 한 명만 빠져도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데다 급기야 권은희 정책위의장마저 지난달 24일 이후 최고위에 불참하면서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임명하지 않고선 최고위 정족수 미달이 불가피해졌다는 상황 변화 역시 부득불 임명 강행이란 초강수를 두게 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선출직 전국청년위원장으로 최고위 성원 중 한 명인 김수민 의원마저 앞선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현 지도부의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조치에 반발해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하는 이상 조짐을 보인 데 이어 손 대표의 지명직 최고임명 임명이 있었던 1일엔 하태경, 이준석, 권은희 최고위원과 공동입장문을 통해 확실하게 반대편에 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손 대표는 더욱 고립되는 모양새다.

특히 하 최고위원은 1일 “이날 최고위는 정족수조차 미달한 상황에서 열렸기 때문에 최고위원 임명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며 “지명직 최고위원 지명 시 최고위에 협의하게 돼 있는 당헌 제23조4항을 위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는데, 지도부에선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은 대표 권한이고 협의의 장소와 시간이 최고위 회의일 필요가 없다”고 맞받아쳤으나 하 최고위원은 즉각 “당대표 비서실장인 채이배 의원이 최고위원들에 전화한 것은 최고위 규정 5조 3항에 따른 안건통보지 협의가 아니고 당헌상 협의 주체는 비서실장이 아닌 당 대표”라고 추가 반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하 최고위원은 당초 예고했던 대로 2일 손 대표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이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무효 확인 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는데, “최고위원들이 협의를 거부했기에 최고위원을 새로 지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스스로 당헌당규에 의거해 당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는 고백이자 궤변”이라며 “법원이 조속히 심사에 착수해 잘못을 바로잡아줄 것을 기대한다”고 본격 법적 공방 국면으로 돌입했다.

◆ “당권 욕심” 역공에 反손학규계 ‘勢 결집’으로 압박 나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지도부 총 사퇴 촉구를 위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전·현직 지역위원장과 정무직 당직자들의 연속회의에서 김철근 구로구갑 지역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지도부 총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지도부 총 사퇴 촉구를 위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전·현직 지역위원장과 정무직 당직자들의 연속회의에서 김철근 구로구갑 지역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지도부 총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공세에 손 대표와 한 배를 타고 있는 김관영 원내대표는 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하 최고위원을 겨냥 “당을 단합해서 하나로 가야 하는데 하 최고위원이 당권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보이면서 손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동반 퇴진을 요구했다. (당권 욕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은 데 이어 같은 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선 “하 최고위원이 처음에는 한국당과 당대당 통합 주장하다가 당내 반발이 너무 세니 그건 후퇴하고 지금은 연대 내지는 후보단일화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하 최고위원이 남부지법에 최고위원 지명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한 2일엔 김 원내대표는 원내정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법조인 한 사람으로 아무리 검토해도 그게 기각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가 절하했으며 이날 원내정책회의에 권은희·김수민 등이 불참한 데 대해서도 “아마 개인사정으로 못 나온 것 같다”며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뿐 아니라 그는 당 지도부 사퇴 촉구 연석회의가 열리는 데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다양한 생각이 있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사퇴 요구 받을 어떠한 이유도 없다고 본다”며 전날에 이어 거듭 사퇴 의사가 없음을 확실하게 못 박았다.

여기에 주승용 국회 부의장과 함께 전날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던 문병호 최고위원까지 같은 날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나와 “당 지지도가 하락하고 어려움에 처한 것은 손 대표 책임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안철수, 유승민 전 대표의 책임이 크다. 창당 초기에 당 운영이 잘못됐기 때문에 지난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지 않았나”라며 “지금 안철수, 유승민 지지하는 분들이 손 대표 사퇴하라고 그러는데 저는 유승민, 안철수 두 분에 대한 책임 묻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다. 손 대표 사퇴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역공에 동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의 전·현직 지역위원장과 정무직 당직자 등 원외인사 132명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수명을 다한 지도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당후사의 방법은 총사퇴 뿐”이라며 “총사퇴 후 일정기간 동안 당을 안정시키기 위해 한시적 비대위 체제를 가동시킬 것을 촉구한다. 비대위 체제가 종료되면 창당 정신에 입각해 ‘안철수-유승민 공동체제’를 출범해 당의 간판으로 전면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안철수·유승민 등판론’을 공개 요구했다.

일단 유승민 의원은 이런 목소리에 화답하듯 같은 날 오후 경희대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이 다시 일어서길 바라는 분들의 뜻을 다 모아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나가는 게 당연한 타이밍”이라며 “당이 진짜 국민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과정에서 제가 할 일을 뭐든지 하겠다”고 ‘역할론’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드러냈다.

아울러 유 의원의 최측근인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개혁적인 중도보수정당으로 만들어진 야당이란 창당정신을 다시 살려서 그런 분들을 모셔 가지고 당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면 이 당은 살아날 수 있다”며 “지금 당장 귀국할 계획은 없다고 말하지만 지난번 유승민 전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하고 힘을 합쳐 당을 살리겠다는 얘기를 한 적 있었으니 그걸 지켜봐주시는 게 좋겠다. (안 전 대표도) 당연히 함께 만든 정당이니 그러지 않을까”라고 ‘안철수-유승민 등판론’에 한 목소리로 힘을 실었다.

이런 기류를 의식했는지 김관영 원내대표는 1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하도 안철수 파는 사람들이 많아 지난 주말에 정확한 의중을 여쭤보려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가 안 되기에 문자를 남겼다”면서도 “(끝내) 전화가 오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답신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선 먼저 자신이 ‘안철수계의 오른팔’이라고 자칭한 뒤 “입장이 곤란하니 피했을 수 있고,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소위 안철수 핑계대면서 안심팔이하는 게 불편해 피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 당권 투쟁으로 ‘자강론’ 대두…야권발 정계개편론 물 건너갔나?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오는 8~9월쯤 정치판을 갈아엎자는 새 정치개혁 세력들이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시사포커스DB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오는 8~9월쯤 정치판을 갈아엎자는 새 정치개혁 세력들이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시사포커스DB

이렇듯 양측이 사실상 당권 쟁탈전에 들어가면서 그간 내홍 탓에 한동안 돌았던 정계개편론은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수그러드는 분위기인데, 실제로 이날 현 지도부 퇴진을 촉구하며 결의문을 발표한 원외 인사들도 한국당이나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은 물론 제3지대 신당론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유승민 의원조차 “바른미래당 일각에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보고 한국당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변화와 혁신이 없는 한국당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제까지 봐온 한국당 모습은 개혁보수와 거리 먼 게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현 지도부도 평화당 등과의 정계개편에 선을 긋고 있는데,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당내 호남 중진 의원들의 평화당과 통합 논의와 관련해 기자들로부터 질문 받게 되자 “창당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 자강하는 노력이 우선”이라고 역설한 데 이어 1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정면승부’에서도 “지금은 자강하고 화합해서 당의 창당정신을 실천하는 노력을 해봐야 한다. 이 당에 뼈를 묻겠다는 자세로 지금 국회의원들이 전부 결의하고 하나로 모여 자강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면 가능성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손 대표까지 지난달 22일 “자칫 호남당으로 의심받을만한 제3지대 통합을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지금은 우리가 중심 잡고 바른미래당이 제3의 길로 나가서 새로운 정치의 중심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입장을 내놨던 데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도 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오더라도 우리 평화당과 합쳐봐야 원내교섭단체가 되지 않는다. 지금 현재 상태로는 제3지내나 호남신당 이런 것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다만 손 대표가 지지율 10% 회복을 조건으로 자진사퇴 여부를 걸고 공언했던 데드라인이 추석이고 김 원내대표의 임기도 오는 6월까지란 점에서 갑작스러운 정계개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일부 있는데, 당장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모두 호남 출신으로 채웠다는 부분 역시 향후 정계개편을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해석이 없진 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문 최고위원은 2일 CBP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서 “호남 중심의 제3지대라는 건 말도 안 된다”면서도 “전국 정당화된 제3의 대안정당, 빅텐트가 나와야 되고 그렇게 되면 내년 총선에서 승산 있다”고 ‘빅텐트론’을 역설했고, 주승용 최고위원마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패스트트랙 겪으면서 중재자는 3당이란 진리를 깨달았다.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제 3지대의 날개를 펼치기 위해서라도 당이 제대로 서야 한다”면서 정계개편 가능성을 내비쳤다.

더구나 정동영 평화당 대표가 2일 ‘선거제도개혁 패스트트랙 이후 전망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아마 8~9월 언저리쯤부터는 각 분야에서 새로운 정치개혁 세력들이 비온 뒤 죽순 솟아나듯 등장할 것”이라며 “정치판을 갈아엎자는 새 세력이 등장하리라고 본다. 그 새로운 세력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판 깔아주는 일에 평화당이 앞장설 것”이라고 했던 발언과 관련해서도 정계개편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는데, 과연 현 지도부가 발언을 번복하는 무리수를 감행하면서도 총선 전 합종연횡에 돌입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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