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군’날짜 정해진 한국당, 느긋하게 ‘장외투쟁’

자유한국당 김태흠 좌파독재저지특위 위원장을 비롯해 윤영석·이장우·성일종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4월 국회마저 사실상 빈손으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이번 임시국회는 오는 7일까지 5일 남겨두고 있다.

이에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지난 1일 추가경정예산 심사와 민생입법 처리 등 산적한 현안 처리를 위해 국회 정상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예고대로 2일 삭발투쟁과 함께 전국을 도는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추가경정예산안과 탄력근로제 등 민생 법안 처리도 줄줄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5월 국회가 열린다고 해도 여야가 사실상 총선 체제로 대치구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정국에 험로가 예상된다.

◆‘강경모드’ 한국당 vs 어르고 달래는 여야4당

선거제 개편 및 사법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해 반대한 한국당이 장외 투쟁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싸움에 들어섰다. 한국당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시작으로 서울역·대전역·대구역·부산역 등을 돌며 ‘패스트트랙 강행’ 부당함에 대해 대국민 홍보전을 강화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은 악법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야 한다”며 “지금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은 마이너스로 추락한 경제 살려내고 고통받는 민생을 보살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지금이라도 패스트트랙 지정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정개특위·사개특위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여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없이는 대화가 어렵다”고 장외투쟁을 장기화 할 수 있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이 임명한 현직 검찰총장마저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를 비판하고 나섰다”며 “얼마나 반민주적인지 보여주는 대목이자 문 정권과 여당의 강행 처리가 얼마나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았을지 입증한다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시간대 국회에서는 한국당 김태흠·윤영석·이장우·성일종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이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산적한 현안 해결을 주문하며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먼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대화와 협상을 끝까지 거부하는 것은 제1야당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한국당 속내는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당을 향한 국민의 요구는 ‘국회로 돌아와서 국민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을 하라’는 것”이라며 “민생을 챙기는 길은 장외가 아니라 국회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당장 국회 정상화에 응해주기 바란다”며 “추경안 심사와 노동관계법 등 시급한 민생경제 법안이 너무나 많다. 더 이상 국민의 뜻을 외면하지 말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이번 추경은 미세먼지와 산불 등의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키고 민생경제에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당의 추경 발목잡기가 길어질수록 미세먼지 해결과 강원산불, 그리고 포항지진 복구 대책 수립은 물론 경제 활력 제고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됨을 한국당은 명심해야한다”고 경고했다.

조 정책위의장은 “백해무익한 장외투쟁과 민생 발목잡기는 국민의 지탄을 받을 뿐”이라며 “국회정상화가 민생이다. 한국당이 추경 심사와 민생입법 처리에 동참해줄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한국당이 복귀하기 까지 끝까지 대화할 것을 못 박았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이 국회로 돌아와서 개혁 논의에 함께할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설득하겠다”며 “어제 여야4당 원내대표가 함께 발표한 성명서, 바른미래당이 단독으로 제안한 원내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 제안 이런 것들이 바로 그 연장선상”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한국당 해산과 관련한 청와대 청원을 언급, ‘민심의 경고’를 받아들이고 국회로 복귀할 것을 요청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민심은 한국당의 주장과 반대”라며 “한국당 해산 청원이 160만 명을 넘겼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들은 참다 참다 못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항의를 전달하기 위해, 한국당 해산 청원이라는 ‘랜선 촛불’을 든 것”이라며 “그런데도 한국당 정용기 정책위 의장은 청와대 청원이 베트남 트래픽 유입으로 조작됐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북한에서 시킨 일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탄핵 정국에서 태블릿 pc 조작과 다를 바 없는 망상”이라며 “이대로 가면 청와대 참모진에 둘러싸여서 끝까지 사태 파악을 못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살 길은 국회로 돌아오는 일 밖에 없다”며 “평소 한국당의 주장대로 민생 경제 살리기 위해서라도,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회군’날짜 정해진 한국당, 느긋하게 ‘장외투쟁’

황교안 자유한국당 당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서울시민이 심판합니다! 국민보고대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 오훈 기자]

패스트트랙 저지에 실패해 장외투쟁을 선택한 한국당이 ‘빈손’으로 ‘회군’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여야4당이 추진한 패스트트랙 처리에 대해 국민의 절반 이상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하지만 한국당 텃밭인 대구·경북과 60대 이상, 한국당 지지층, 보수층에서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tbs의뢰로 지난달 30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패스트트랙에 대한 긍정 응답은 51.9%(매우 잘함 35.7%, 잘한 편 16.2%)로 집계됐다. 부정 응답 37.2%(매우 잘못 28.8%, 잘못한 편 8.4%)보다 14.7% 포인트 앞섰다. 모름ㆍ무응답은 10.9%였다.

부산·울산·경남(긍정 41.4% vs 부정 42.2%), 50대(44.3% vs 43.8%)와 20대(36.8% vs 39.9%), 무당층(31.3% vs 30.4%)에서 긍·부정 평가가 팽팽했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한국당으로서는 이번 장외투쟁을 통해 60대 이상의 대구·경북의 ‘고정 지지층’을 더욱 단단하게 끌어 모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구심점 역할을 해야하는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가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빈손회군을 결정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벌써 4개월째 지속되는 대치정국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과 추경 필요성을 고려할 때 한국당도 장외투쟁만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의원총회에서 “야당이 하지 말아야 할 3가지가 삭발, 단식, 의원직 사퇴”라며 “한국당이 계속 밖으로 나가는 것은 가장 강력한 투쟁 장소인 국회를 버리고 공전시킴으로서 민생경제에 가장 필요한 추경을 지연시키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다행히 나 원내대표가 추경을 만약 재해와 일반 추경으로 구별하면 심의하겠다는 것은 한국당도 국회로 돌아올 명분을 찾고 있다고 본다”며 “민주당의 새로운 원내대표는 한국당과 대화를 해서 한국당이 국회로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야 된다”고 주문했다.

박 의원은 이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도 “IMF도 경제성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추경을 해야 된다고 하고 지금 민생은 어렵다”며 “그렇기 때문에 경제파탄의 책임을 한국당이 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두고 보시면 중소기업중앙회나 소상공인회 등 경제단체에서 한국당 한테 ‘빨리 추경 심사해 달라’ 하고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미루어보면 8일 열릴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 이후 '강대강' 대치정국 속에 물꼬를 트기위한 여야간 협상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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