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의 적정범위와 신체적·정신적 고통 등 모호하다는 지적
폭언 등은 교묘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직접 증거 수집한 뒤 입증할 방법도 어려워
양우연 노무사 "법정 분쟁 소지 다분하며 악용될 여지 있어 보여"
필자 "더욱 구체적이며 엄중한 처벌 규정 마련되어야 할 것"

시사포커스 이영진 기자 (사진 / 이영진 기자)
시사포커스 이영진 기자 (사진 / 이영진 기자)

[시사포커스 / 이영진 기자] # 대기업 부장 A씨는 부하 직원과 업무와 관련해 사사로운 말 다툼이 있었다. 이에 부하직원은 인사팀에 “A씨가 갑질 했다”며 신고했고, A씨는 “소소한 말 다툼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결국 징계를 받았다.

# 중견기업을 다니는 B씨는 상사에게 업무 처리를 잘 못한다며 욕설을 들었다. 하지만 미처 녹취 등을 하지 못해 입증할 방법이 없었기에 속앓이를 하며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12월 27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7월 16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에 7월 16일부터는 직장 내 괴롭힘을 하다 적발되면 법으로 처벌 받게 된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먼저,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 내 지위나 관계 등에서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직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됐다.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 양태가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적정범위’의 판단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직장인 C씨는 “부장님이 내게 갑자기 삿대질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너무 수치스러웠는데 목격한 다른 직원은 ‘그럴 수도 있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또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도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직장인 D씨는 “최근 부하직원이 업무를 잘 처리하지 못해 쓴 소리 했는데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았다며 인사팀에 신고했다”며 “부하직원은 ‘정신적으로 고통 받아 근무에 집중이 안된다’고 주장했는데 이게 말이 되냐”고 토로했다.

아울러 폭언 등은 교묘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직접 증거를 수집하고 입증할 방법도 막연하다.

노무법인 신영 양우연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 여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며 “직장 내 괴롭힘은 안 보이는 장소에서 은밀하거나 갑작스레 이루어지며 피해자가 입증 자료를 확보할 방법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는 추상적인 개념이라서 법정 분쟁 소지가 다분하며 악용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며 “이러한 법이 만들어진 것이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모호하며 악용될 소지, 그리고 입증할 방법도 막막하다는 점에서 정부는 탁상행정이 아닌 더욱 구체적이며 엄중한 처벌 규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