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경제를 삼켰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올해 1분기 경제성적표를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다. 한국은행이 밝힌 전기 대비 실질 GDP(국내총생산)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3%.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다.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올해 1분기 경제성적표는 오롯이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 2017년5월 출범하고 2년 가까이 되었으니, 지금까지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은 ‘이명박 박근혜 탓’도 이젠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 한 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참사이자 민생 참사이며 국정 참사’라고 규정할 수 있다. 10년 전에는 대외 요인이 마이너스 성장의 주범이었다면 이번 경제 참사는 순전히 문재인 정부의 자살골이라는 측면에서 성격도 전혀 다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과 민생을 망친 괴물’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소득주도성장’이 첫 손에 꼽힌다.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잘 될 거야’라면서 얼토당토않은 주문을 외우고 옹호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경제전문가들 ‘현실을 보고 정책을 펴라’고 냉철한 시각을 유지한 채 비판했다. 양측 주장 가운데 누가 옳았고 누가 바보 멍청이인지 이제 제대로 판명이 났다고 할 수 있겠다.

문재인 정부내 소득주도성장 옹호자들의 말을 상기해보자. 재산이 100억 원이 넘는 장하성 전 정책실장(현 주중대사)는 지난해 1월18일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최저임금을 늘리면 저축도 하시겠지만 소비가 늘어나 장기적으로 경기가 좋아진다. 저는 확신한다. 올해 하반기쯤 되면 그 효과가 분명히 나온다.”고 전망했다. 그는 11월4일 고위당정청 협의회에서는 “내년에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흔들림 없이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르크그 경제학을 배운 홍장표 전 경제수석(현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은 지난해 9월24일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올해 일자리 관련 정책이 많았다. 민간기업에서 일자리 창출하는 것은 내년 1월부터 정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하성 홍장표의 말이 모두 틀렸으니 그들을 ‘얼치기 학자’라고 불러도 큰 비난이 아닐 것이다.

반면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9월13일 대정부 질문에서 “문재인 정부는 좌파 사회주의 정책과 포퓰리즘을 펼치고 있다. 민생 파탄의 주범인 소득주도성장은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절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괴물”이라고 못 박았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소득주도성장의 외국 족보는 철저하게 실패했거나 우리 경제 현실과 완전히 다른 사례다. 우리가 따를 만한 족보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엉터리 정책으로 인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단순한 경제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치 불안정과 불평등 심화 등 심각한 국민 갈등과 분열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은 올해 3월 뉴욕대 특강에서 “성장과 불평등 해소는 상호의존적이어서 불평등은 덜 성장하면 개선되지 않는다. 성장이 ‘부(富)의 불평등’을 줄이는 해결책이다.”이라고 말할 정도다. 예컨대, 성장률이 뒷걸음질 친 것은 국민들이 먹을 파이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1분기 성장률 마이너스 0.3%는 어느 정도의 파이 크기인지 보자.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GDP(국내총생산)은 1,782조원에 달한다. 그러니까 1% 성장률은 17.82조원, 0.1%성장률은 1.782조원에 이른다. 마이너스 0.3%라는 것은 연간 기준으로 전년대비 5.4조원(분기로는 1.25조원)만큼 국민소득이 줄었다는 의미다. 국민 1인당 10만원. 4인 가족으로 대략 40만 원 이상 소득이 줄어든 셈이다.

국민소득의 파이가 줄어들면 사람들은 기존의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아귀다툼을 벌인다. 심리학적으로 손실에 따른 고통의 크기는 이익에 따른 기쁨의 크기보다 2배나 되기 때문이다. (100원 손실의 아픔을 만회하려면 200원의 이익이 생겨야 한다). 특히 경제가 나빠질수록 부자들의 재산을 지키려는 욕구는 더욱 커지므로 상대적으로 가진 게 없는 가난한 사람의 삶은 더욱 힘들게 된다.

한국은행의 이번 경제성장률 발표가 더욱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1분기 중 무려 10.8%나 줄어든 설비투자 때문이다. 여기에 수출도 2.6%나 감소했다. 설비투자가 줄어든다는 얘기는 미래를 나쁘게 보고 기업들이 축소경영을 한다는 것, 즉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어야한다. 투자가 줄면 장래에 일자리가 줄고 그에 따라 소득도 줄어든다.
실제로 경제 현장의 상황은 대단히 심각하다. 수도권의 대표 공단인 인천남동공단의 경우 6900여개 업체가 10만2천 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현재 공장가동률이 64% 내외에 불과하다. 부산의 대표 공단인 녹산공단의 경우도 공장가동률이 60%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감이 끊긴 중소기업체들이 공장을 팔거나 임대하면서 중고기계를 헐값에 내놓다보니 최근 2년 새 중고기계 수출액은 23%가량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데도 지난달 “고용 증가세가 확대되고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 다행”이라며 경제 현장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대며 국민과 기업들의 염장을 질러댔다. 누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써 줬는지, 무식한(?) 참모가 써 줬다고 대통령은 한 마디 질문 없이 그대로 읽는지 그 과정이 무척 궁금하기만 하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최저임금인상, 주 52시간제 도입, 세금 인상 등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펼치면서 민노총 등 이익집단의 온갖 횡포에는 말도 제대로 못한 채 설설 기었다. 또 경제를 망치는 데 선수이면서 동시에 세금을 걷는 데는 놀라온 솜씨를 보였다. 지난해 조세부담률이 사상 최고인 21.2%에 달한 것. 우리 국민이 번 돈이 100원이면 21.2원을 정부가 걷어갔다는 의미이다. 국민 지갑은 홀쭉해지는 가운데, 정치인과 관료들이 쓸 돈만을 몽땅 쌓아뒀다는 뜻도 된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정부는 4월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6조7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그것도 쓸 곳도 제대로 정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과연 정치인과 관료들이 자신의 통장 돈이면 그렇게 펑펑 쓸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 국민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앞 문장은 맞고 뒷 문장은 틀렸다. 국민들은 지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엉터리 무능 정부’를 보고 있으며, 늘어나는 세금과 줄어드는 일자리에 눈물만 더 많아졌다.

경제 참사를 주도한 사람들, 즉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괴물을 만들어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만들고, 나랏돈(실제로 국민 돈)을 펑펑 써대는 인물들이 있다. 청와대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정점으로 김수현 정책실장, 윤종원 경제수석, 장하성 전 정책실장, 홍장표 전 경제주석,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 등이 대표 인물이다. 기획재정부의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구윤철 제2차관, 안일환 예산실장 그리고 공정위의 김상조 위원장 등. 생각이 있는 국민이라면 경제를 망치고 국민 지갑을 털어가는 문재인 정부 참여자와 부역자들의 이름을 똑똑히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경제정책의 역주행 속에 경제의 역성장’ 상황에서 하나 더 궁금한 게 있다. 현 정부 초기에 ‘이니(문재인) 마음대로 해’라고 외치던 젊은 문빠, 공부가 부족한 문빠들은 지금 상황에서도 무엇이라고 응답할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문재인 정부를 지지할까?

‘우울한 4월’이란 표현이 맞는지 바깥 날씨마저 우중충하고 하늘은 한껏 찌푸려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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