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베트남 마산그룹에 이어 빈그룹 지분매입 예상
한화 작년 빈그룹 지분투자, 태양광·항공·생보 지속투자
현대차 판매시스템 정비, LG는 2028년까지 15억달러 투자

@뉴시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에 국내 그룹사들이 투자규모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SK그룹이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인 빈그룹(Vingroup)에 지분을 투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2020년 대(對)아세안 교역 2000억달러(약 230조) 목표 중 베트남과의 교역 목표는 그 절반인 1000억달러(약 114조8700억원)에 달하며, 국내 대기업 중 SK외에도 한화, 현대차, 삼성, LG 등은 각 계열사업의 진출·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의 투자대상으로 거론되는 베트남 빈그룹은 다음달 주주총회를 열고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승인할 예정이다.

빈그룹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자동차업체, 스마트폰 업체, IT업체인 자회사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빈그룹은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의 20%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민간기업으로 유통, 부동산, 호텔, 금융 등을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최근에 자동차와 스마트폰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업계에서는 증자에 SK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트남 빈그룹 타워 @ 외신
베트남 빈그룹 타워 @ 외신

SK그룹은 빈그룹 외에 베트남 2위 그룹사에도 투자해 진출 기반을 닦아놨다. SK그룹은 작년 9월 베트남 시총 2위인 식품·유통기업 마산그룹 지주회사의 지분 9.5%를 4억7000만달러(약 5400억원)에 매입하고 신규사업 발굴에 공동으로 나서기로 약속했다.

SK그룹은 SK동남아투자회사를 통해 베트남 지역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SK동남아투자회사는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가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 규모 자본금으로 설립한 투자회사다. SK관계자는 "빈그룹에 대한 매입 계획은 확정된 바는 아니다"라며 "마산기업은 지분을 먼저 매입한 것이고, SK가 베트남에 진출할 사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베트남 투자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한화자산운용은 SK와 동일한 베트남 최대기업 빈그룹에 지난해 8월 4억달러(약 4600억원)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다. 그 당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팜느엇브엉 빈그룹 회장과 만나 제조, 금융, 관광분야의 협업 관계 구축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의 주력인 태양광과 항공기 사업도 진출을 앞두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10월 베트남 호치민에 태양광사업을 추진할 지사를 설립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2월 하노이 인근에 항공기 엔진부품 생산공장을 세웠다. 2009년 4월 국내 생명보험사로서는 처음으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한화생명은 현지법인의 시장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월 베트남 탄콩 그룹과 판매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7년에 첫 합작법인을 세운 뒤 이번에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빠르게 성장하는 베트남 시장에서 판매·서비스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1년 탄콩그룹에 생산을 위탁하는 방식(CKD)으로 베트남에 자동차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작년 5만대 판매를 넘어서면서 20% 가까운 베트남 시장 점유율을 달성헀다. 2020년 하반기까지 생산능력을 10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ICT산업에서도 베트남은 중국에 이은 수출 대상 규모 두 번째 나라다. 올해 3월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PC, 이차전지 등 수출 규모는 반도체 불황에도 불구하고 중국(홍콩포함) 80억9000만달러(약 9조3000억원)에 이어 베트남이 22억7000만달러(약 2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미국(17억달러)와 EU(9억6000만달러)보다도 월등히 높다.

베트남에서 삼성전자는 해외 최대 투자 기업이며 기업평가에서도 작년 1위를 수성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베트남이 생산공장이자 소비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의 영업이익은 47억달러(약 5조3000억원)이었다. 중국시장에서는 이미 발을 뗀 삼성전자는 중국 공장을 철수하는 과정에 있으며 베트남 생산거점에 비중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스마트폰과 TV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LG전자도 가전시장과 스마트폰 사업에서 베트남 투자를 늘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상반기 하이퐁 법인에 POLED 공장에 2126억원을 투입했다. POLED는 스마트폰과 전장용으로 사용된다. LG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계열사 및 협력사와 함께 약 15억달러(약 1조693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생산기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베트남에서 생산 중인 그랜드 i10 조립 공정 @ 현대자동차
베트남에서 생산 중인 그랜드 i10 조립 공정 @ 현대자동차

CJ그룹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빈딘성 년호아 산업단지에 CJ제일제당이 1360만달러(약 156억원)를 투자해 사료공장을 준공했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에 총 6개의 생물자원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작년만 2개의 공장을 설립하면서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베트남에 1990년대부터 식품·외식 부문을 시작으로 유통·서비스 부문까지 총 16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고 임직원도 1만4000명에 달한다. 롯데리아,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호텔롯데 등의 유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는 베트남 인프라·건설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롱손석유화학과 812억원 규모의 ‘베트남 롱손 석유화학단지 부지조성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그해 1월에는 7500억원 규모의 베트남 최초 석유화학단지 조성공사도 수주하면서 총 3개의 베트남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됐다. 또 포스코는 지난해 2월 베트남에서 해외 첫 강건재 솔루션마케팅센터를 개소했다. 베트남의 주택, 에너지, 인프라 등 도시화 진행과정에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베트남은 2020년 건설용 철강 수요가 전체 철강 수요 중 80%에 해당하는 2400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GS그룹도 베트남 현지 인프라 구축작업에 나서고 있다. 호치민에서 TBO도로 준공 후 메트로, 밤콩 브릿지 등의 인프라를 건설 중이다. 또 ‘자이리버뷰팰리스’라는 한국형 아파트도 분양했다. 베트남 냐베신도시 호치민시 등 총 9군에서 철도, 지하도, 차량기지, 다리, 주택 등 지역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 1월 GS홈쇼핑은 베트남 e커머스 스타트업에 300만달러(약 34억원)를 투자했다. GS리테일의 GS25는 현지 기업과 3대7의 지분 투자를 통해 합자법인을 설립했고, 올해 1월 1호점에 이어 현재 30여개까지 점포를 늘렸다.

한편 미중무역 분쟁과 글로벌경기침체로 통상환경의 어려움이 커져가는 가운데 정부 역시 신남방정책의 중심국가인 베트남에 방향타를 맞추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베트남의 전력과 신재생 협력과 진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2월 한-베트남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는 전력·신재생·플랜트·폐기물 분야에서 LS(전력기기), 두산중공업(발전사업), 삼성전자(스마트폰), LG전자(가전, 스마트폰), CJ(식품, 물류, 문화), 포스코(철강생산, 건설 등), 포스코에너지(발전사업), 컴퍼니위(LED조명), 동진모타공업(자동차부품), 세종E&C(콘크리트 혼화재) 등이 참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베트남은 신남방정책의 제 1대상국으로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에 원활히 진출할 수 있도록 경제협력, 기업교류기회, 우호적인 관계 조성 등에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대한상의나 무역협회 등은 각종 포럼과 세미나 등을 통해 중견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진출과 교류의 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