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서도 1표차로 추인 동참…한국당, 27일 장외투쟁 예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의총 추인에 대해 긴급 의원총회에서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의총 추인에 대해 긴급 의원총회에서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22일 패스트트랙 잠정 합의안을 발표한 이후 가장 험난한 관문이었던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까지 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인이 이뤄지면서 패스트트랙 열차는 일단 본격 시동이 걸린 상황이다.

이에 반발한 자유한국당은 당장 오는 27일 광화문 앞 장외투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으나 현재 여야 4당의 의석수가 원내 과반을 점하고 있기에 선거제·공수처 패스트트랙 처리를 막을 만한 별 다른 방도가 없다 보니 한편으론 실질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4당 패스트트랙 추인, 의총 결과는 같아도 표정은 제각각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23일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전날 합의한 선거제 개혁·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패스트트랙 추인 여부를 표결하고자 의원총회를 개최했는데, 같은 시각 이들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 한국당에서도 다른 정당들의 행보를 비판하면서 향후 대책도 모색하기 위해 똑같이 의총을 열고 맞대응에 나섰다.

이 중 연동형 비례대표제 최대 수혜정당으로 전망되다 보니 적극 패스트트랙에 동참했던 정의당에선 일찌감치 만장일치로 추인했는데,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한국당을 향해 “20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패스트트랙은 불가피했고 절차는 합법적이었으며 무엇보다 한국당이 집권여당이었을 때 만들었다. 무엇을 위한 반대냐”라고 일갈했으며 같은 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야4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하는 것은 한국당이 반대하면 다른 정당이 모두 동의해도 개혁을 막을 수 있다는 잘못된 관행을 깨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당초 공수처의 기소권 제한에 대해 일부 부정적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날 의총에선 별 다른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권미혁 원내대변인은 비공개 의총 후 기자들에게 “참석한 85명 의원 모두가 만장일치 당론으로 추인했다”며 “세 분 정도 개인 발언을 했는데 대부분 지지 의사를 밝혔고 반대 의견이 없었다”고 결과를 전했다.

여기에 민주평화당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호남 지역구가 일부 감소되기에 당내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일단 4당 잠정 합의안에 모두 동의했다며 만장일치로 추인했는데, 다만 지난해 12월 15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까지 참여한 가운데 합의됐던 현 의원정수의 10% 이내에서 증원하는 방안을 계속 논의해야 한다는 부분도 이번 추인에 포함됐다고 역설했다.

특히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민주당이 봉쇄조항을 5%로 올리는 문제를 제기했는데 있을 수 없다. 선거제 개혁을 안 하면 안 했지 봉쇄조항을 올려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소수정당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발상은 선거제 본질을 망각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급한 대로 합의안은 통과시켰지만 향후 세부 조율 과정에서 각 당별 이해관계에 따라 파열음이 일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취약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당의 패스트트랙 추진 최대 관건으로 주목받아온 곳은 그 어느 당보다 내부 의견이 가장 극심하게 갈려 있는 바른미래당이었는데, 구 바른정당 출신을 비롯해 상당수 의원들이 공수처 설치는 물론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데 있어서도 반대 의사를 표해왔기에, 오는 25일까지 4당 원내대표들이 책임지고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완료키로 한 약속을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과연 지키게 될 수 있을 것인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무엇보다 바른미래당에선 4·3보궐선거 참패 이후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 퇴진론도 불거지고 있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번 의총도 단순히 특정 사안을 위한 표결 차원을 넘어 어느 쪽이 당권을 장악할 것인지 가늠할 세력 대결 양상도 띠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의총이 진행되는 이날 오전 바른미래당 일부 전·현직 지역위원장 50여명이 국회 정론관에서 손 대표 사퇴 반대 회견을 갖는 등 원내외 출신을 막론하고 갈등수위가 극으로 치달았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우)이 23일 의원총회에서 회의 내용을 언론 공개한 채 진행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우)이 23일 의원총회에서 회의 내용을 언론 공개한 채 진행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날 의총에서는 초반부터 회의 비공개 여부 등을 놓고서도 신경전이 벌어졌는데, 바른정당 출신인 지상욱 의원은 의총장 입장 전부터 “김 원내대표를 원내대표라고 생각지 않는다. 민주당 안을 그냥 받아온 다음 당론이 정해진 걸 과반수 통과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절차를 자행 중”이라며 “표결은 턱도 없는 소리고 원내대표 신임부터 물을 것”이라고 각 세운 데 이어 의총장 입장 뒤엔 “비공개는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회의 비공개 방침을 밝힌 김 원내대표에게 항의했다가 서로 언성이 높아지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합의안 추인 요건에 대해서도 과반 찬성을 주장한 당 지도부와 맞서 바른정당 의원들은 ‘3분의 2 찬성’을 주장하며 약 4시간 동안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다가 결국 비밀투표를 통해 과반 찬성 방식으로 결정했고, 곧바로 합의문 추인 여부까지 표결에 부쳐 참석의원 23명(당내 활동 의원 중엔 박주선 의원 불참) 중 12명이 찬성하면서 단 1표차로 추인에 성공했다.

◆ 패스트트랙, 의총 문턱은 넘겼지만 후폭풍 휩싸인 바른미래당

비록 지도부 재신임 투표나 다름없는 이번 표결에서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는 패스트트랙 추인으로 일부 명예 회복했다고 자평할 수 있겠지만 불과 1표로 통과 여부가 결정될 만큼 양분된 당 상황을 여실히 보여줘 의총 직후 김 원내대표가 “오늘 결정으로 인해 다른 의견 가진 상대방 의원들의 생각도 존중하고 앞으로 당이 단합할 수 있는 전기 마련했다고 본다”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놨지만 정작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 생각과는 동떨어진 반응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당내 바른정당계를 사실상 대표하는 유승민 의원은 의총 직후 “이런 식으로 당의 의사 결정이 된 데 대해 굉장히 문제가 심각하다. 선거법은 다수의 힘으로 안 된다고 했었는데 이렇게 한 표 차이 표결로 한 데 자괴감이 든다”며 “앞으로 당의 진로에 대해 동지들과 함께 심각하게 고민해보겠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으며 하태경 의원도 의총 뒤 페이스북을 통해 “패스트트랙 통과 여부는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권은희 의원에 위임됐고 두 위원을 바꾸지 않기로 김 원내대표가 약속했다”며 사실상 사개특위에서 저지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날 의총장에 들어서진 못했으나 만일 표결 자격이 있었다면 결과를 뒤바꿨을 이언주 의원은 같은 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권 정지라는 지도부의 꼼수로 12대11이란 표결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참담한 분노를 느끼며 이를 막아내지 못한 데 대해 국민들께 너무 죄송하다”며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해 그 모든 수모를 감내해왔는데 이제 더 이상 당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아예 탈당을 선언했다.

이 의원의 탈당 선언에 바른미래당에선 즉각 김정화 대변인 논평을 통해 “명분만 찾더니 기어코 탈당했다. 속보이는 철새의 최후”라고 평가절하하면서 파장을 최소화하려 했으나 유승민 의원으로부터 ‘진로 고민’ 발언까지 나온 데 이어 일어난 일인 만큼 자칫 이번 의총 결과가 분당을 가속화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 한국당, 4당 의총 추인에 “총력저지” 천명…장외투쟁 불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국회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저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국회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저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한편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바른미래당에서마저 선거제·공수처 패스트트랙을 의총에서 추인하자 제1야당인 한국당에선 “온 힘을 다해 저지하겠다”며 원내외를 불문하고 당력을 총동원해 투쟁에 나설 것임을 공언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총선용 악법 야합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당과 일대일 승부로는 도저히 승산 없으니 2중대, 3중대, 4중대를 들러리 세워 친문 총선 연대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저부터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 선봉에 서겠다. 거리로 나서야 한다면 거리로 나갈 것이고 청와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 뿐 아니라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이어진 긴급 의원총회에서 “어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어떤 합의도 없이 행안위 소위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의사일정을 통보하고 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여당은 이제 한국당이란 존재를 깡그리 무시하고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세력은 인정 못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합의제 민주주의가 완전히 짓밟히고 있다. 이게 독재가 아니면 무엇이냐”라고 문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한국당에선 간만에 색깔론까지 들고 나왔는데,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패스트트랙에 대해 “개헌하고 남북연방제로 가는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거라고 본다. 김일성 동지의 유훈을 조선반도에 실현해서 고려연방제 하겠다는 이거 아니겠나”라며 “패스트트랙에 얹겠다는 이 시도는 정말 좌파정변이고 좌파의 반란”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총력 저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굳힌 한국당 의원들은 의총 이후 이날부로 국회 내 로텐더홀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했고 70여명의 의원들이 로텐더홀 계단에서 플래카드를 든 채 ‘선거법 공수처법 밀실야합 즉각 철회하라’, ‘좌파독재 장기집권 음모 강력 규탄한다’고 문 정권과 다른 정당들을 성토했다.

규탄대회를 마친 의원들은 “청와대로 가자”고 외친 뒤 청와대 앞에서 패스트트랙 저지 및 의회주의 파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패스트트랙 지정 완료기한인 25일까지는 국회 철야농성을 이어가는 한편 27일에는 두 번째 광화문 집회를 열고 장외투쟁도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야 4당이 기존 일정대로 25일 패스트트랙 지정을 완료하고 상임위에서 논의를 이어가도 마땅히 한국당에서 저지할 현실적 방안은 없는 상황이어서 여론전에 나서는 방도 외엔 마냥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인지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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