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중남미형 좌파 정당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 18일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경제 문제에 관심이 없고 남북문제 같은 정치적 문제로만 득점하려 한다. 현재 여당은 중남미형 좌파 정당이라고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한다.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더불어민주당이 좌파 정당이라면 문재인 정부가 중남미형 좌파 정부라는 의미다. 중남미형 좌파 정부의 대표 주자는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이며, 브라질(룰라 대통령)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이 있다.

중남미형 좌파 정부는 국민 퍼주기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쫄딱 망하게 했다는 찬란한(?) 역사를 자랑한다. 경실련은 장하성 전 정책실장(현 주중대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배출하는 등 현 정부의 인재(?) 산실이고 매우 우호적이다. 그런데도 경실련은 왜 문재인 정부에게 사실상 중남미형 좌파 정부라는 평가를 받았을까.

경실련은 홈페이지에서 스스로를 일한만큼 대접받고(경제정의) 약자가 보호받는(사회정의) 정의로운 사회 건설을 위해 기여한다고 소개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표현이 일한만큼 대접 받는다는 부분이다. 그게 경제 정의에 맞는다는 것.

경제정의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모두 5명에게 케이크를 나눠주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일단 생각나는 것은 모두 똑같은 크기의 조각으로 나눠주는 양적 공정성이 있다. 배고픔의 정도에 따라 나눠주는 필요에 따른 공정성, 케이크를 만들 때 기여한 정도에 따라 나눠주는 성과에 따른 공정성, 저마다 가져갈 양을 스스로 정하는 자율적 공정성 등이 있다. 공정이란 단어를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궁극적으로 공정이란 다양한 관점을 조화롭게 고려해 모든 개인이 억울함을 당하지 않게 균형을 잘 잡는 것이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가장 공정한 것은 기여한 정도에 따라 나눠주는 성과에 따른 보상이며 그게 경실련이 주장하는 경제정의에 부합한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과 부유층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초고소득자 초대기업에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부유층과 기업의 앞에 ()’자를 붙이는 속내엔 부자=죄인이란 반자본주의적 평균주의가 깔려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당정 간담회에서 여당이 왜 기업 걱정을 하느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들의 눈에는 부유층과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왕창 걷거나 부족하면 적자재정이라도 만들어 서민층에게 나눠주는 게 정의로 보인다는 의미다.

이러한 포퓰리즘은 표를 얻는 데는 매우 유용하다. 대체로 국민의 대다수는 스스로를 서민층 즉 약자로 생각하며, 사회의 소수인 부자로부터 세금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피터(소수)의 것을 빼앗아 폴(다수)에게 준 정부는 항상 폴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라고 비꼬았다. 피터(납세자)가 소수일수록 다수인 폴(비납세자)의 환호는 뜨겁기 마련이다. 정치인은 특히 각종 복지정책을 위해 빚을 얻어 나라살림을 꾸려가는 적자재정을 마다하지 않는다. 현재의 복지는 곧바로 표로 연결되며, 혹시 권력을 잃게 되더라도 갚을 책임은 다음 정권이 지게 되기 때문이다.(필자의 저서 <이기적 국민> 참조)

하지만 포퓰리즘은 망국으로 이어진다. 기업을 할 의욕, 국민들이 돈을 벌 의욕을 꺾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사례는 더 이상 언급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소개돼 있다.

경실련은 부동산투기, 정경유착, 불공정한 노사관계, 농촌과 중소기업의 피폐, 부와 소득의 불공정한 분배,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을 척결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 구성원들의 행태는 경실련이 추구하는 목표를 크게 위반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부동산투기 등 불로소득의 달인들만 골라 내각에 임명하는데 집값 땅값이 제대로 잡히겠느냐고 지적했다. 하기야 재벌 저격수로 불리며 기업의 투명성을 강조해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신용카드 사용액 0으로 유명하다. 김 위원장은 배우자에게 용돈을 받아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강남 일대에서 학원사업을 했던 배우자의 소득 출처에 대해서는 여전히 여러 얘기가 나올 만큼 전혀 투명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중남미형 좌파 정부는 경제를 망친 정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법 정의를 망치고 결국 정치 문화를 파괴한 사례가 즐비하다. 억지스러운 경제정책을 펴다보면 사법적 정당성을 보장받을 필요가 있는 만큼 사법부에도 좌파를 심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이다.

베네수엘라를 쫄딱 망하게 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2002년 차베스를 축출하기 위한 쿠데타 발생시 대법원이 반정부 세력을 옹호하자, 대법관 수를 20명에서 32명으로 늘리고 새 대법관을 자신의 지지자로 채워 넣었다. 베네수엘라 사법부는 철저히 정권의 시녀가 되었으며 그후 10여 년 간 이뤄진 4만 건이 넘는 판결에서 차베스의 뜻에 반대되는 판결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의 사법 정의가 무너진 셈이다. 그러고 보니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와 매우 나쁜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난19주식 판사별명을 얻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 그리고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의 임명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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