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발언 문제로 黃에 첫 ‘반발’ 감지…지도부 내에서도 퇴진 요구 받는 孫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좌)와 18일 의원총회에서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좌)와 18일 의원총회에서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자유한국당 내에서 황교안 대표가 자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 문제로 일부 반발에 직면한 데 이어 바른미래당에선 손학규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노골적으로 터져나오는 등 자기 기반이 약한 원외 출신 야당 대표들이 당내에서 도전 받으면서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 ‘세월호 발언’ 논란에 고개 숙인 黃…당 일각서 불만 나와

대표 취임 이래 지금껏 별 다른 도전을 받지 않고 순항하던 황교안 대표에 대해 ‘세월호 막말’ 사태를 계기로 일부 반발의 목소리가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은 세월호 5주기 전날인 15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세월호 참사 유족을 겨냥해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라고 비난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는데 정진석 의원까지 16일 “세월호 그만 우려먹으라. 징글징글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올리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그러자 황 대표는 16일 “국민 정서에 어긋난 의견 표명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께 당 대표로서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입장문을 내놓은 데 이어 같은 날 오후엔 이들을 윤리위에 회부하고 17일엔 자신이 직접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우리 당 일각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나왔다. 당 윤리위원회에서 응분의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며 “다시 한 번 당 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께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처럼 당 대표가 나서서 신속히 징계까지 결심하자 구설에 올랐던 당사자들은 물론 보수진영 몇몇 인사들마저 이런 분위기에 내심 탐탁치 않아하는 표정인데, 일단 SNS글을 지우고 즉각 사과했던 차 전 의원은 사과문이 나오기 불과 1시간 전인 16일 오전 김문수 경기지사 유튜브 채널에 나와 “후회하지 않는다. 막말했다고 난리 났는데 저 혼자 외로우니 지켜 달라”고 호소했으며 정 의원도 같은 날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당사자 얘기 한 마디 안 들어보고 징계위 회부’란 문자메시지를 쓰면서 일부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홍문종 의원은 17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전쟁은 시작됐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식구들을 보호하고 더 힘내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앞서 사과했던 황 대표와는 상반된 발언을 공개 표명했고, 18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그는 “지금 당원들이나 이런 분들이 굉장히 의기소침해 있는데 우리 식구들이 어려운 정국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그런 지도부가 됐으면 좋겠다”고 거듭 황 대표를 압박했다.

심지어 홍준표 전 대표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차명진, 정진석 두 분의 세월호 관련 발언이 윤리위 회부감이라면, 작년 지방선거 앞두고 제가 한 위장평화 발언도 윤리위 회부감”이라며 “잘못된 시류에 영합하는 것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핍박을 받더라도 바른 길을 가는 것이 지도자”라고 아예 황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급기야 구독자 수 40만명이 넘는 보수 유튜버인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주필조차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차명진, 정진석의 세월호 발언에 황 대표가 징계 운운한 것은 놀랄 만한 일이자 배신”이라며 “보수를 포위하여 꽁꽁 묶어버리려는 이런 시도에 스스로 걸어들어가면서 황 대표는 무슨 정권교체를 꿈꾸는 것인가.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하는 황교안표 처세의 본질이 드러난 것”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 중도 확장 노린 黃, 내부 반발은 ‘대정부투쟁’으로 진화

홍문종 의원이 이견을 표명한 17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홍문종 의원이 이견을 표명한 17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하지만 “우리 식구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라고 강조한 황 대표는 앞서 16일 ‘4·16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5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데 이어 내달 열리는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도 전임 홍준표 대표와 달리 참석하겠다는 뜻을 피력했으며 세월호 발언 의원 들 외에 5·18 폄훼 논란으로 윤리위에 회부되어 있었던 김진태, 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도 매듭짓는 행보를 보였다.

비록 19일 당 윤리위에서 김진태 의원에게 가장 낮은 수준인 ‘경고’ 처분을 내리고, 김순례 최고위원에게도 김병준 비대위 시절 논의됐던 수위보다 낮은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내려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셈 아니냐는 지적이 없지 않으나 김 최고위원의 경우 최고위원직이 박탈될 수 있어 당내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상징적 차원에서 징계처분을 내려야 하는 고민 끝에 내놓은 결과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일단 세월호나 5·18 관련해 황 대표가 한껏 자세를 낮추고 징계 문제까지 모두 매듭짓는 데에는 세월호 발언 이후 당 지지율에 역풍이 불어 닥쳤다는 이유도 없지 않지만 보수진영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혀왔던 자신의 외연을 한층 확장하겠다는 전략과 더불어 내년 총선까지 염두에 둔 ‘중도층 러브콜’이란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대신 이번 징계로 촉발될 수 있는 당 내홍 가능성을 불식시키고자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강행을 계기로 장외투쟁을 포함해 모든 당력을 대정부여당 공세에 집중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 황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말로 하지 않고 이제 행동으로 하겠다. 문 대통령의 무능과 오만, 그들만의 국정 독점, 그 가시꽃의 향연을 뿌리 뽑겠다”며 “오직 국민의 명령에 따라 국민만을 바라보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20일 오후 1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 후보자 임명 강행을 포함한 그간의 현 정권 실정을 성토하는 규탄대회를 열기로 하고 각 시·도당에 참석 협조해줄 것을 주문했는데, 황 대표 취임 이후 첫 장외집회인 만큼 이날 참석규모가 황교안 체제의 당 장악력과 지지도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심화되는 바른미래 내홍 속 ‘벼랑 끝’ 몰린 손학규

 

당 내홍 상황만 드러냈던 18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당 내홍 상황만 드러냈던 18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이런 가운데 황 대표와 달리 ‘반발’ 정도가 아니라 아예 ‘퇴출’ 위기에 몰린 당 대표도 있는데 현재 지도부 일각에서마저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다.

이미 4·3보궐선거 이전부터 이언주 의원 등 일부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던 손 대표는 4·3보궐선거 참패 이후 내년 총선 결과를 걱정한 의원들의 ‘불신감’이 노골화되면서 이제는 탈당과 사퇴란 양자택일 기로에 서는 처지로 점점 내몰리고 있다.

앞서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최고위 보이콧을 지속하고 있는 하태경, 이준석, 권은희 최고위원에 대해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선임 가능성까지 내보이며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정면 돌파를 택한 손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주말까지는 참석해서 당무를 정상화시켜 주기 바란다”며 3인의 최고위원에게 맞불을 놨다.

이렇듯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친 가운데 열린 18일 의원총회에선 비공개 진행 방침에도 불구하고 비공개 전환 직전에도 손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리더십 위기를 넘어 분당으로 치달아가는 조짐이 확실하게 감지됐다.

당초 의원총회 핵심 안건이던 패스트트랙 문제는 차치하고 초반부터 지도부 사퇴압박만 거세게 일어났는데,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음에도 당직자와의 몸싸움 끝에 의총 회의장에 진입한 이언주 의원은 “중도보수 야당 만들자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지리멸렬한 상태가 됐고 계속해서 여당 눈치 보는 2중대로 전락했다. 즉각 당 대표직을 그만두라”고 일갈했고, 여기에 바른정당 출신 유의동 의원까지 “당의 리더십 교체가 필요하다”고 거들고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친유승민계인 지상욱 의원은 “호남 신당 창당과 관련한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해 손 대표와 박주선 의원은 각성하라”며 민주평화당과 접촉하는 움직임을 비판하기도 했는데, 이에 손 대표가 “여러 정계 개편설이 있지만, 거대 양당체제 극복이 중요하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 단합할 것을 호소했지만 이미 상황은 더 이상 함께 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흘러갔다.

무엇보다 손 대표에게 반전카드가 될 수 있는 ‘연동형비례대표제’마저 성사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인데, 그동안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선거제·공수처 패스트트랙 문제를 협상해왔던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바른미래당 이날 의총이 진행되던 그 시간에 “우리 당은 기소권과 수사권 모두 있는 공수처에 대한 입장에서 바뀌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나 이날 진행하려던 민주당과의 잠정 합의안 표결은 물 건너갔다.

이날 분란만 노출시킨 ‘빈손 의총’의 후폭풍인지 그간 사태를 관망해오던 안철수계마저 손 대표 사퇴 대열에 동참했는데, 18일 오후 이태규 의원과 김철근 전 대변인을 비롯해 현직 당협위원장 20여명 등 안철수계 60여명은 비공개 모임을 가진 뒤 “이대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것에 대부분 공감대를 이뤘고, 손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고 결과를 전했는데, 김 전 대변인은 “한시적 비대위 체제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안철수·유승민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최근 안철수 조기등판설이 흘러나오던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안철수계까지 결국 손 대표에게 등을 돌리자 이제 손 대표가 기댈 곳은 국민의당 출신 호남계 의원들 정도만 남았는데, 호남계가 정계개편을 위해 접촉 중인 민주평화당에서도 같은 날 박지원 의원이 “당대당 통합은 잘 안 될 것 같다. 손 대표가 결단해서 나오면 우리와 좋은 길이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탈당을 종용해 바야흐로 손 대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럼에도 일단 손 대표는 19일 김수민 의원 지역사무소 개소식에서 “당 대표에서 물러나라는 말에 꿈쩍 안 하는 것은 자리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 야당 대통합을 2번이나 이룬 사람으로서 바른미래당을 이끌고 새 정치를 열어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지난 15일 자신이 당 지지율을 조건부로 내건 ‘추석’까지 과연 버틸 수 있을 것인지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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