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조 주식 매입... '진로 인수 포석'설도

'시원소주'로 유명한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소주업체 대선주조가 최근 경영권을 내놓았다. 문제는 경영권을 '접수'한 인물이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막내 동생 신준호 부회장이라는 점. 신 부회장 개인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지, 아니면 롯데그룹 전체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하는지, 관련 업계는 영 헷갈린다. '대재벌 롯데그룹이 과연 소주시장에 전격 진출하는 것인가?' 6월 7일 부산 지역 소주업체인 대선주조(주)는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신준호 롯데햄·롯데우유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조용학 사장 등 현 경영진 및 우호주주 지분 50.79%(38만5천880여주)를 매각해 경영권을 넘겼다고 밝혔다. 신 부회장, "어디까지나 개인자격으로 인수" 신준호 부회장과 주식매각 협상을 진행하며, 대선주조는 부산의 대표적 향토기업으로 성장시키고 100% 고용을 승계하며, 시설 및 설비투자를 확대한다는 조건을 확약받고 경영진 5명의 주주 지분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주조는 지난 90년대 중반 사업다각화 과정에서 외환위기를 맞아 한때 부도에 이르렀으나 화의절차와 구조조정 등을 거쳐 경영정상화를 앞둔 상태지만 지난 2002년 (주)무학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로 경영권 위기를 맞아왔다. 하지만 대선주조는 지난해 매출 848억원에 영업이익 290억원을 올렸으며 올해도 962억원에 영업이익 348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선주조는 "롯데가 음료와 주류 부분에 강한 면모를 보여와 대선주조 정상화 및 도약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향토기업으로 부산시민의 사랑을 받아온 기업특성을 감안해 신 부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더라도 대선주조의 위상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에서는 "신 부회장이 개인자격으로 대선주조의 경영권을 인수했을 뿐 롯데그룹이 소주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신준호 부회장은 가까운 시일 내에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현 경영진 유임 여부 등 구체적인 경영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 '롯데 경계령'으로 발칵 뒤집힌 소주업계 롯데그룹 측은 "신격호 그룹회장의 막내 동생인 신준호 부회장 개인차원의 지분인수일 뿐 그룹과 연관짓지 말아달라"는 게 롯데측의 일관되게 주장한다. "그룹차원에서 인수했다면 굳이 숨길 일이 아닌 만큼 신 부회장 개인의 투자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소주시장의 반응은 롯데그룹의 희망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신 부회장 개인이 샀다'는 것은 그저 형식일 뿐, 결과적으로 그룹 계열사가 산 것이 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지역소주회사들의 지적. 살 때는 개인의 투자 형태를 빌어 사지만, 결국에는 계열사로 편입되는 사례를 너무도 많이 봐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 부회장의 인수소식이 알려지자, 부산·대구·경남지역 소주회사에 '롯데 경계령'이 내려졌다. 엄청난 자본의 힘과 유통망을 가진 롯데가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는 업계 4위 대선주조를 인수했다는 것은 지역소주회사들에게는 그냥 넘어가기 힘든 비상사태가 아닐 수 없기 때문. 업계 2위인 대구지역의 '금복주'와 대선주조와 시장이 같은 3위 '무학'은 대책마련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대선주조에 대한 M&A를 추진했고 현재 각종 소송을 벌이고 있는 무학은 이 '소주 거인'에게 역공격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한 신 부회장이 대선주조를 인수한 것은 진로를 매입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보는 업계 관계자도 많다. 두산이나 하이트맥주 등 주류사업 기반이 있는 기업과 진로인수전을 벌일 경우, 경력에서 밀릴 가능성에 대비했다는 시각. 하지만 일부에서는 신 부회장이 대선주조를 실제로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주식을 '위탁'받았을 뿐이라는 추측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대선주조가 부도와 화의과정을 거치면서 무학의 M&A공격과 가압류신청 등으로 경영권이 불명확하게 되자, 사돈관계인 신 부회장에게 매각형식을 빌어 위탁했다는 설. 경쟁사 관계자는 "매각대금을 밝히지 않은 점이 의아하다"며 "신 부회장 개인이 소주사업을 하는 것도 롯데그룹 차원이 아니라면 이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 부회장의 한 측근은 "확실히 인수한 것이다"라며 위탁설을 부인했다. 어찌되었든 롯데그룹은 2001년, 계열사인 롯데칠성음료를 통해 소주 시제품인 '한송이(알코올도수 22도)'를 내놓은 전력이 있는데다 진로 인수 추진설까지 겹쳐 있어 소주시장 진출을 소주시장 진출 움직임을 무조건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업계에서는 "신준호 부회장이 롯데그룹과는 별개로 사업다각화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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