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반발 속 ‘1차 청문보고서’ 채택 사실상 불발…재송부 수순 밟는 靑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검찰 고발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좌)과 금융위에 이 후보자 주식거래 관련 조사를 요청하는 바른미래당 오신환 사무총장(우) ⓒ뉴시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검찰 고발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좌)과 금융위에 이 후보자 주식거래 관련 조사를 요청하는 바른미래당 오신환 사무총장(우)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과다한 주식 보유로 도마에 올랐던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시한인 15일 이 후보자의 남편까지 직접 해명에 나선 가운데 여야의 충돌 양상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전과 일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한 목소리로 이 후보자 임명에 반대해오던 야권에서 돌연 정의당이 이탈했다는 점인데, 이에 힘입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이견이 있더라도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청와대도 이날까지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하면 재송부 요청하려는 모양새여서 결국 이번에도 임명 강행 쪽으로 무게를 두는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이미선 남편까지 뛰어들어 ‘진흙탕 싸움’…지원사격하는 범여권

당초 주식 과다 보유 논란으로 정의당 ‘데스노트’에 오른 것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까지 석연치 않은 해명에 난색을 표하면서 이 후보자 임명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불거졌으나 이 후보자의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가 자유한국당에 맞서 직접 나선 이후 점차 양측의 진실공방은 진흙탕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앞서 오 변호사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올린 글에서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한국당 주광덕 의원을 향해 “주식투자 과정에서 불법이나 편법을 동원한 일은 전혀 없으며 봉급을 저축하면서 자산을 형성하기 시작, 어떻게 현재의 자산을 형성해 왔는지 전 과정은 해마다 연초 공직자재산등록한 것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강남에 괜찮은 아파트나 한 채 사서 35억짜리 하나 갖고 있었으면 이렇게 욕먹을 일 아니었을 것”이라며 “의원 입장에선 ‘아니면 말고’라며 넘어갈지 모르나 저와 후보자는 명예가 달려 있어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또 다른 페이스북 글에서도 “2008년 10월 27일과 12월 23일 합계 800주 약 7,800만원 상당을 매수하였다고 (이 후보자를) 비난했는데 판결을 선고한 재판부에 소속되었던 것과 주식의 매수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법관에 대해 주식의 보유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고 고위공직자란 이유로 주식 거래해선 안 된다는 한국당 주장에 따르면 국회의원들과 배우자들 보유 주식을 모두 즉시 매각해야 할 것”이라고 적극 한국당에 반박했다.

특히 오 변호사는 주 의원을 겨냥 진실 검증을 위한 ‘토론에 응해 달라’며 역공에 나섰는데, 이에 대해 주 의원은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상식선에서 합리적 의심을 제기했을 뿐 제가 문 대통령에게 인사를 왜 잘못했냐고 맞장토론 제안하면 국민들이 공감하겠나”라면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에서도 적극 지원사격에 나섰는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는 논란은 있었으나 중대한 흠결이 나타나지 않았고 전문가들도 주식거래 문제에 위법성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이 후보자를 두둔한 데 이어 홍영표 원내대표 역시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전문성과 전문 역량을 평가해 맡은 바 역할을 다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자리인데 한국당은 정권에 흠집 내는 무대로 악용하고 있다”고 한국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전형적인 장기적 주식거래로 청문회 과정을 통해 불법성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야당이 주장하는 건 정치공세”라며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법관)이 아닌 지방대 출신의 여성 40대 헌법재판관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이 후보자를 비호했고, 같은 당 우상호 의원도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이 후보에 대해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인데 성골 출신 아닌 사람도 헌법재판관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좋은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의당에서도 같은 날 이정미 대표가 상무위원회의에서 “이익충돌 문제는 대부분 해명됐고 더구나 후보자 스스로 자기주식 전부를 매도하고 임명 후에는 배우자의 주식까지 처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성의와 노력도 보였다”며 “이제 이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정치공방은 끝내야 한다”고 여당 측에 힘을 실어줬으며 심지어 민주평화당에서도 박지원 의원이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인적 차원에서 “찬성했으면 좋겠다. 이발사 딸도 헌법재판관 되는 세상 돼야 될 것 아니냐”고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 이미선 고리로 靑 압박 나선 野…평화당까지 ‘李 부적격’ 고수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를 성토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를 성토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하지만 입장을 급선회한 정의당을 제외하곤 대체로 야권에선 이 후보자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인데, 그 중에서도 한국당은 검찰 고발을 불사하는 등 가장 공세수위를 높이며 청와대까지 겨냥해 총공세를 퍼부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말도 안 되는 인사에 대해 국민 비판이 높아지자 법무비서관은 후보자 남편에게 해명을 올리라고 시켰다고 하고, 조국 민정수석은 이 글을 카카오톡으로 퍼 날랐다고 한다. 스스로 물러나도 모자랄 사람들이 국민 상대로 여론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문 정권의 오만과 독선이 도를 넘었다. 이 후보자를 즉각 사퇴시키고 청와대 인사라인 전체를 물갈이해 달라”고 촉구했다.

뒤이어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 후보자 부부의 주식거래 횟수뿐만 아니라 더 놀라운 것은 배우자는 드러난 것만 해도 주식보유 회사 관련 사건 2건을 수임했다. 진보 법조인의 색다른 윤리의식에 놀라울 따름”이라며 “이 후보자는 사퇴해야 한다. 더 이상 오기인사를 관철하려 하지 말라”고 문 대통령을 압박했다.

여기에 조경태 최고위원조차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어시스트해주는데 이 후보자는 물론 남편과 청와대 모두 재판과 청문회를 구분 못 하는 것 같다. 청문회에선 후보자가 스스로 문제를 풀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라며 “역대 청문 후보자 가족이 나서 변론을 하는 사례는 없었다. 그것만 봐도 이 후보자는 이미 자질검증에서 실패”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이보다 앞서 이 후보자 남편으로부터 맞장토론 제안을 받았던 같은 당 주광덕 의원은 14일 “인사검증의 총책임자는 조국 민정수석이고 인사 청문위원으로 검증한 사람”이라며 “국민 앞에 맞장토론해서 이 후보자를 둘러싼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주길 조 수석에게 부탁한다”고 이 후보자 남편인 오 변호사와의 토론 대신 조 수석에게 ‘맞장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한국당에선 최교일, 이만희, 이양수 의원이 15일 대검찰청을 방문해 이 후보자 부부를 부패방지법 위반·자본시장법 위반·공무상비밀누설죄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이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과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한국당이 이 후보 거취와 관련해 끝내 임명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채 평행선을 달렸다.

비단 한국당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도 이 후보자에 대해선 다를 게 없었는데, 김관영 원내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는 아예 인사검증 자체를 하지 않은 것 아닌가. 조국 수석을 경질하고 이 후보자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며 “야당에 이런 인사를 수용하란 것은 야당도 국회 의무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통령은 이번 일마저 일방 통행할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 후보자의 인사 청문위원이었던 같은 당 오신환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은 대체 어떤 절차로 이 후보자를 추천했는지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이어 이날 정부서울청사를 직접 찾아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이 후보자 관련 여러 주식거래 내용과 관련해서 오늘 금융위에 조사 요청을 하게 됐다”며 김진홍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에게 ‘이 후보자 내부정보 주식거래 의혹 조사 요청서’까지 전달했다.

급기야 평화당마저 당내 일부 이견이나 정의당의 입장선회에 아랑곳 않은 채 이날 박주현 수석대변인 브리핑에서 “공직자가 주식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내부 관행으로 삼가야 하는 것에 비추어 많은 주식 거래하는 자체를 부적절하다고 봤고 합리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강행하는 게 적절치 않다”며 “최근 임명 철회한 조동호, 최정호 후보자도 불법은 없었으나 국민들 보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정리한 것”이라고 이 후보자 임명 반대 의사를 전했다.

◆ 여론도 임명 ‘부정적’…재송부하겠다는 靑, 또다시 강행돌파?

이미선 후보자 임명 여부 관련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이미선 후보자 임명 여부 관련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이처럼 여야가 첨예하게 격돌하고 있어 이번 인선에 대해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지 여론의 향배가 가장 주목받게 됐는데,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2일 전국 성인 504명에게 조사해 15일 발표한 이 후보자 자격에 대한 국민인식조사결과(95% 신뢰수준에서 ±4.4%p)에 따르면 부적격(매우 부적격 37.3%, 대체로 부적격 17.3%) 응답이 54.6%로, 적격(매우 적격 9.2%, 대체로 적격 19.6%)이라고 답한 비율(28.8%)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대를 제외한 대부분 연령층에서 부적격하다는 인식이 우세했고 정의당 지지층과 무당층, 중도층에서도 부적격하다는 인식이 과반이거나 우세했는데, 이런 상황임에도 현재 청와대는 국회 응답이 없다면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문형배·이미선 후보자에 대한 인선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이 사실상 이날 불발된 만큼 대통령은 열흘 내로 기한을 정해 국회에 보고서 송부를 다시 요청할 수 있는데, ‘임명 강행’ 직전 국회에 대한 마지막 요청이나 다름없다 보니 16일부터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이 예정되어 있어 출국 직전에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것인지, 아니면 여당에 야당 설득 시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23일 귀국한 뒤 재송부를 요청할지를 놓고도 세간의 이목이 청와대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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