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이냐 민심이반이냐…이미선 지키기 ‘딜레마’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청와대가 주식 보유 논란으로 야당이 반대하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불통인사’가 현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는 17명, 박근혜 정부는 10명의 장관급 인사를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하면서 ‘소통 없는 독단’ 리더십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일 김연철 통일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임명 강행 하면서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인사는 총 12명이다. 이 후보자의 임명도 강행할 경우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인사는 총 1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무엇보다 국민 절반 이상은 이미선 후보자의 헌법재판관으로서 자격에 대해 부적격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이 후보자 임명 강행은 ‘독선적 국정운영’ 부활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로 인해 여야도 극한 대결로 치닫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회 정상화는 아득해 보인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10일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이 후보자 부부의 ‘35억원 주식’에 대한 탄식이 이어졌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3~2018년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376회에 걸쳐 67개 종목의 주식거래를 했다”며 “현직 법관이 근무시간에 이렇게 많은 거래를 한 걸 보면 판사는 부업이고 재판은 뒷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아니 왜 이렇게 주식이 많냐”고 꼬집기도 했다.

또한 이해충돌 및 내부정보이용 의혹도 있었다. 야당에서는 법관 출신 이 후보자 남편이 OCI 그룹 특허 소송을 담당하면서 내부정보를 입수해 이테크건설과 삼광유리 등 OCI그룹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남편은 기업 성장 가능성을 중시했다”며 “담당한 소송은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정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거수기된 與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지도부까지 나서 이 후보자를 적극 엄호하고 있다. 청와대의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5일 “이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중대한 흠결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감쌌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문가들도 논란이 된 주식거래 문제에 위법성이 없음을 증언하고 있다”며 “이 후보자는 국민들의 민생과 직결된 노동법 관계 관련해서 아주 전문적인 식견과 좋은 판결을 낸 후보자”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의혹도 사실로 드러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전문가들도 위법이나 불법 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 후보자는 결격 사유보다 임명되어야 할 사유가 많다. 노동과 인권, 약자와 여성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과 판결만 봐도 그렇다”고 두둔했다.

한국당이 이 후보자와 그 남편 오충진 변호사를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금융위원회에 조사의뢰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당의 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며 “아무리 야당이지만 언제까지 이런 식의 정치 공세를 지속할 것인지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당은 후보자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지도 않은 의혹 부풀리기로 일관하고 있고 있지도 않은 의혹을 만들어 내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무책임한 정치 공세와 정권 흠집내기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리얼미터 조사결과 국민 절반 이상이 이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후보자 임명 강행은 민심을 외면한 ‘불통·독주’ 정치의 회귀가 될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얼미터는 CBS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이 후보자의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자격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 ‘부적격’(매우 부적격 37.3%, 대체로 부적격 17.3%) 응답이 54.6%로 나타났다.

‘적격’(매우 적격 9.2%, 대체로 적격 19.6%)은 28.8%에 그쳤고, ‘모름/무응답’은 16.6%였다.

세부 계층별로는 자유한국당(부적격 91.4% vs 적격 4.0%) 지지층과 보수층(82.9% vs 12.5%)에서 부적격 여론이 80% 이상 압도적이었고, 서울(69.2% vs 23.4%), 대구·경북(57.1% vs 27.0%), 대전·세종·충청(55.7% vs 22.1%), 부산·울산·경남(54.9% vs 24.0%), 경기·인천(50.8% vs 32.2%), 50대(71.8% vs 26.4%), 60대 이상(65.6% vs 20.2%), 40대(51.2% vs 35.1%), 30대(44.9% vs 29.4%), 바른미래당(59.6% vs 3.3%) 지지층에서 부적격 인식이 대다수거나 우세했다.

또한 정의당(부적격 42.0% vs 적격 35.4%) 지지층과 무당층(64.3% vs 9.0%)에서, 이념성향별로는 중도층(59.1% vs 25.7%)에서도 부적격이 절반이 넘거나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부적격 27.3% vs 적격 54.5%), 진보층(37.3% vs 42.7%), 20대(31.3% vs 36.3%)에서는 적격이 절반을 넘거나 다소 우세한 양상이었다.

광주·전라(부적격 42.8% vs 40.4%)에서는 부적격과 적격 양론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20%) 및 무선(6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고, 5.0%의 응답률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문재인 대통령./ⓒ뉴시스.

◆레임덕이냐 민심이반이냐…이미선 지키기 ‘딜레마’

문 대통령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는 기류를 보이는 데는 임기 말 레임덕(권력 누수)을 막고 국정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의지로 해석된다.

가뜩이나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계기로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후보자마저 낙마하게 될 경우 여권 전체에 대한 타격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반대여론을 듣고도 인사를 강행하게 되면 국민의 뜻을 무시한 처사로 ‘불통’이라는 이미지가 구축, 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 불똥은 민주당에게도 튈 가능성이 높다.

강원도 산불, 미세먼지 추가경정 예산안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 시급한 민생현안을 논의할 4월 임시국회가 이번 인사 강행으로 또 다시 멈추게 될 경우 책임의 화살은 여당이 받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부여당 모두에게 이 후보자의 인사는 ‘딜레마’가 되는 셈이다.

◆정부여당 ‘마이 웨이(my way)’…불통의 부활인가

김연철 통일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5개 부처 청문회 당시 야당은 후보자를 향해 ‘어차피 임명 되겠지만’이라고 자꾸 한탄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정부여당은 야당의 반대와 국민의 우려를 씻기 위한 설득과 대화 보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연속해서 보여 왔다.

과거 정부에서 비판받았던 ‘소통 없는 독단’ 리더십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문보고서 없이 청와대로 올라온 사람 중에서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며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다는 뜻이지 그게 어떻게 부동의하겠다는 뜻이냐. 국회에서 직무를 다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자 대통령 임명강행 지적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방지하도록 한 청문회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는 발언이다.

문제는 여당이다. 여당 의원들조차 청문회 당시 이 후보자의 주식 보유에 대해 ‘왜 이렇게 많냐’고 탄식했으면서도 청와대가 임명강행 의지를 보이자 지도부가 나서서 ‘문제 없다’고 편드는 것은 국회 스스로 청문회를 무력화 시키는 태도로 비칠 수 있다.

대통령의 국정 독주에 발맞추려는 모습은 과거 정부여당과 다를 바 없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말하기 앞서 야당의 반대를 ‘무조건적인 반대’, ‘정치적 공세’로만 치부해선 안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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