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이미선 檢 고발’ 압박 속 靑 ‘한미회담 결과·후쿠시마 수산물 규제’ 선전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모습. ⓒ청와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모습.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개각 2기 장관 후보자들이 구설에 올라 홍역을 치르면서도 인사 강행했던 청와대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어났지만 끝까지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어 야권과의 대치 정국이 장기화될 모양새다.

심지어 이 후보자에 대해선 정의당조차도 비판적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최근 ‘강원 산불 대응’ 등으로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문재인 대통령이 야권의 청와대 인사라인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에 대한 후폭풍을 최소화하고자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관련 WTO 승소 판결과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내세울 것으로 전망돼 최종적으로 어느 쪽이 웃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야권, 이미선 후보 놓고 한 목소리로 당청 압박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기간 동안 여야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놓고 거세게 충돌했는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선 다량의 주식 보유는 물론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증여세 탈루 의혹, 석사 논문 표절 의혹, 해외 출장비 부풀리기 의혹, 특정업무경비 횡령 의혹 등을 지적하며 이 후보자가 자진 사퇴할 것을 촉구했고, 바른미래당 역시 인사청문보고서를 부적격으로 채택해야만 동의할 수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특히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경우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후보자를 꼬집어 “남편이 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과 국민을 우롱하는 책임회피는 공분만 키우고 서민의 박탈감과 좌절감만 더 커진다”며 “우리 당은 이 후보자에 대해 다음주 월요일 검찰 고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선 “고발하게 되면 배우자도 대상이 되지 않겠나”라면서 압박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자유한국당에선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미선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검찰 고발 의사까지 밝혔다. 사진 / 오훈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자유한국당에선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미선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검찰 고발 의사까지 밝혔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당에선 같은 날 민경욱 의원이 “청와대에서는 이 후보자의 주식투자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알면서도 재판관 후보로 국민들 앞에 세웠나. 참 대단한 배짱”이라며 이 후보자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의 해명 글을 퍼 나르는 조국 민정수석을 꼬집어 “조 수석은 후보자 남편 주장 내용을 페이스북과 카톡으로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는데, 후보자의 감시인이 되고 검증인이 돼야 할 사람이 대변인이 되고 있다. 우리 당에서 곧 검찰에 고소할 테니 검찰에서 시원하게 얘기하면 될 것”이라고 직격탄까지 날렸다.

다만 바른미래당에선 오신환 사무총장이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물론 오 변호사에 대한 수사의뢰를 금융위원회에 진정하겠다면서도 이 같은 공세에 있어 한국당과 연대하진 않을 것이란 뜻을 밝혔다.

비단 이들 보수야당 뿐 아니라 그간 범여권으로 꼽혀온 야당들마저 이 후보자에 대해선 완전히 돌아서면서 인사 추천했던 청와대의 처지는 더욱 옹색해졌는데, 민주평화당에선 12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박주현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부적격이라고 판단한다는 결과를 냈다. 본인이 자진해 사퇴하거나 청와대가 지명철회 해야 한다”고 한 데 이어 “청와대 인사라인이 이 후보자의 인사검증 실패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청와대를 압박했다.

급기야 정의당에서도 지난 11일 정호진 대변인 논평에서 이 후보자를 겨냥 “판사는 부업이고 본업은 주식투자란 비판까지 나올 정도”라며 “사법개혁과 공정사회를 중요 과제로 추진했던 정의당으로선 이 후보자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고 임명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 물러서지 않는 靑·與, ‘강 대 강’ 맞불 놓는 배경은?

이처럼 야4당이 모두 이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인사라 평하고 있음에도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11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후보자 거취 문제와 관련해 “검증 과정이나 인사 청문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주택 보유로 자진 사퇴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는 다르다는 판단”이라며 “법적인 문제나 자질문제, 이해충돌 여부 등에서 특별히 임명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김연철·박영선 장관 임명으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고위 공직자 수가 이전 정권을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았었지만 얼마 지나지도 않아 또다시 임명 강행 카드를 꺼낸 자신감의 배경은 점점 상승하던 한국당의 기세를 4·3보궐선거에서의 완승 저지로 어느 정도 제동을 걸었다는 판단과 더불어 강원 산불 대응 등에 힘입어 최근 다시 반등한 대통령 지지율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2일 발표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주 41%에서 6%P 상승한 47%였고, 부정평가는 49%에서 4%P 내린 45%로 ‘골든크로스’가 다시 일어났는데 불과 한 주 전만 해도 지지율이 4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데 비추어 최근 강원도 대형 산불 대응과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다시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이 다수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19년 4월 2주차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 조사 결과 ⓒ리얼미터
2019년 4월 2주차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 조사 결과 ⓒ리얼미터

이 뿐 아니라 또 다른 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서도 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1508명에게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95%신뢰수준±2.5%P), 긍정평가(48.1%)가 전주 대비 0.8%P 오른 반면 부정평가(47.0%)는 지난주보다 0.8%P 떨어진 ‘골든크로스’가 확인되면서 야권의 박영선·김연철 임명 비판이나 조양호 사망에 대한 책임 지적, 청와대 경호처장 갑질 의혹 제기 등 연일 이어진 공세에도 끝내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선지 지난 10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당시 “판·검사가 주식을 하면 안 된다고 배워왔다”(금태섭 의원), “의혹이 확인되면 사퇴하셔야 한다”(김종민 의원), “국민정서상 반하는 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백혜련 의원)며 마치 야당처럼 이 후보자에 직격탄을 날렸었던 여당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진 모양새다.

이 후보자 등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해 열릴 예정이었던 12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여당 간사인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식거래 자체에 불법성이 없기 때문에 주식을 많이 보유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적격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후보자를 적극 두둔한 데 이어 이 후보자 청문보고서 안건을 상정하지 않으면 회의 소집에 응할 수 없다고 선언한 뒤 여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해 법사위는 결국 파행에 이르렀다.

여기에 이 후보자 본인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6억7000만원 상당의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고 12일 입장을 밝힌 데다 배우자 소유 주식도 처분하겠다고 강조해 자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는데, 야당이 ‘내부정보거래 의혹’으로 이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하더라도 이 후보자를 고리로 한 당청과 야권 간 신경전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 文, 임명 강행 ‘역풍 최소화’ 수단은 ‘외교 카드’?

하지만 청와대가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 해도 또다시 밀어붙이기식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는 만큼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돌파구로 벌써부터 외교성과를 적극 내세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WTO에서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해 일본의 손을 들어줬던 1심과 반대로 최종심인 2심에선 한국의 조치가 부당한 무역제한이 아니고 불공정한 차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12일 판정이 나오면서 그간 ‘외국 지역명 오기 파문’, ‘구겨진 태극기 논란’ 등으로 외교부문에 있어 불신감을 초래했던 정부에 대한 여론을 다시 긍정적으로 환기시켰다.

WTO의 위생 및 식물위생 분쟁에서 1심 결과가 뒤집힌 경우는 없었던 만큼 당초 일본의 승소가 전망됐으나 정작 반대의 결과가 나와 우리 정부는 크게 고무됐는데, 이 기세를 타고 같은 날 오전 윤창렬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 주재로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외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담당자들과 함께 합동브리핑을 열어 “이번 판정으로 현행 수입규제조치는 그대로 유지되고 모든 일본산 수입식품에서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나올 경우 17개 추가핵종에 대한 검사증명서도 계속 요구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WTO에서 날아온 뜻밖의 낭보 외에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까지 문 대통령이 집중했었던 한미정상회담 역시 여당과 함께 적극 현 정부의 치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는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11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에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대해 구체적이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이 교환됐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말미에 ‘남북 접촉을 통해 우리(한국)가 파악한 북한 입장을 조속히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발맞춰 여당에서도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이날 “곧 4차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고 북한이 비핵화에 관한 완전한 로드맵을 제시하면 제재 완화를 비롯해 북미관계가 다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의미 있는 정상회담이었다”고 찬사를 쏟아냈는데, 반면 제1야당인 한국당에선 황교안 대표가 입장문을 통해 “양과 질 모두, 부실한 회담 결과”라고 상반된 평가를 내놓으면서 견제구를 던졌다.

한 발 더 나아가 황 대표는 정부의 외교 카드에 대한 맞불 대응인지 대북정책 등과 관련한 한국당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 방문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장차 당청과 야권의 충돌은 잦아들기는커녕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곳곳에서 한층 격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