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조 회장 별세 소식에 한진그룹 계열사 이틀간 주가 일제히 상승
대림, 남양, SK, 한화 등 3세 갑질·일탈…오너리스크, 기업가치 훼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8일 별세하면서 오너 3세의 갑질과 일탈이 기업에 끼치는 영향이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 박상민 기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8일 별세하면서 오너 3세의 갑질과 일탈이 기업에 끼치는 영향이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8일 새벽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간 조씨 가문의 일탈이 누적된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승계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전날 한진칼 우선주는 주가상한에 가까운 29.91%까지 치솟았다. 이날 한진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이틀 연속 상승세를 잇고 있다. 이들 조씨일가가 경영승계시 발생할 ‘오너리스크’ 해소가 시장에 반영됐다는 게 중론이다. 갑질과 일탈로 사회적 이미지가 실추한 이들이 회사의 요직을 차지한다는 것과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일부 반영됐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다.

이날 외신들도 “'땅콩회항'등 딸들의 불명예스러운 스캔들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조회장이 지병으로 숨졌다”, “대한항공 가문 가장의 별세로 그룹의 미래에 초점이 쏠린다”고 전했다.

지난 2014년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사건을 발단으로 지난해에는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가 ‘물컵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 이어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욕설, 폭행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잇따른 조씨 일가의 일탈에 여론은 들끓었고, 이로써 대한항공의 이미지는 바닥을 쳤다. 

조씨일가의 일탈로 인한 대한항공의 비극의 역사가 조양호 회장에서 일단락 된다고 해도, 범위를 확장해 보면 여전히 재벌가의 갑질은 진행 중이다. 이들은 갑질 논란을 일으켰음에도 여전히 회사 요직에 배치돼 있고, 오너일가는 승계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대림, 남양유업, SK, 한화 오너일가의 갑질과 일탈

각 그룹사를 바닥부터 일으켜 자수성가한 재벌 1세와는 달리, 재벌 3세들에 대한 사회와 시장의 평가는 냉랭하다. 실제 사회에서 벌어진 각종 갑질과 일탈의 상당수는 재벌 3세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기업의 이미지와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이들 재벌가 오너3세들의 사회적 갑질과 일탈의 사례는 점차 늘고 있다.

한화, SK, 대림산업 등의 오너 3세의 일탈은 사회적 물의는 물론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 뉴시스
한화, SK, 대림산업 등의 오너 3세의 일탈은 사회적 물의는 물론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 뉴시스

최근 SK그룹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가 불법으로 변종마약을 사들여 수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고 구속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SK 계열사인 SKD&D에서 현재 근무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9일 검찰에 송치됐다.

대림그룹 이해욱 부회장도 올해 초 경영승계한 오너 3세다. 이 회장은 운전기사를 상대로 갑질을 벌였다.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욕설은 기본이고, 백미러를 접게하고 운전을 시키거나 운전 중에 운전자의 뒷머리를 때리는 등의 폭행을 저질렀다. 이같은 이 회장의 폭행으로 한해 동안 40명의 운전기사가 바뀌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이 같은 갑질 논란으로 부회장 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올해 1월 대림산업 회장으로 복귀했고, 실질적 경영은 3개월도 채 못됐음에도 100억원이 넘는 보수를 챙겨 재계 4위의 고액연봉 수령자 명단에 올랐다. 이 회장은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고 이재준 회장의 손자다.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 황모씨도 마약 투약 혐의로 지난 2015년 11월 A씨와 입건됐고, 2017년 6월 이후 검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반면 A씨는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황 씨는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으로부터 한 차례도 소환조사를 받지 않았다. 경찰은 8일 재수사에 들어갔지만, 남양유업은 바로 황씨와 선을 그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2007년 이후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들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지속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체증이 있을 때마다 폭언을 하고, 쓰레기가 떨어지면 운전사 쪽으로 던지는 등의 관련 증언들이 나왔다.

재벌 갑질을 가장 널리 알린 것은 최철원 전 M&M 대표이다. 그는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2010년 10월경 SK 본사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탱크로리 운전기사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내 알루미늄 야구 방망이로 수차례 때린 뒤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건네 오랜기간동안 재벌 갑질의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최 대표의 사건을 비판한 영화에서는 재벌 3세들이 '마약파티'를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한화그룹 3세들의 폭행 사례도 끊이지 않았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자식감싸기’에서 시작됐다. 김 회장의 ‘청계산 보복 폭행’ 사건은 둘째 아들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2007년 서울 청담동 가라오케에서 물을 마시다 타 클럽 종업원 일행과 시비가 붙어 다쳤고, 김 회장이 이에 분노해 경호원과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 종업원 4명을 청계산으로 끌고가 폭행한 사건이다. 김동원은 상무는 2011년 뺑소니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2014년에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셋째 아들 김동선 씨는 2017년 11월 술집에서 변호사들에게 폭언과 폭행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너희들 아버지, 뭐하시냐’, ‘날 주주님이라 부르라’고 하며, 남자 변호사의 뺌을 때리고 여성 변호사의 머리채를 쥐고 흔든 것으로 전해졌다. 그해 초 김씨는 술집에서 지배인을 폭행하고 경찰 연행 도중 순찰자 좌석을 찢기도 했다. 2010년 용산구 한 호텔 주점에서 종업원을 폭행하고 집기를 부순 협의도 받았다. 김동선 씨는 현재 독일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에서는 향후 서비스 계열사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삼성에서 발생한 협력업체 갑질과 부정청탁 의혹, 뇌물수수 혐의 등 오너일가의 승계과정에서 나오는 일탈은 기업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손해”라며 “한진일가는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승계에 초점을 두기보다 오너리스크를 줄이고 능력있는 경영자가 나올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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