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금융빚 450조원, 빚 갚을 능력 갈수록 하향곡선

오늘날 한국의 가계는 '빚 없이는 생활도 없다'라는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주택자금, 교육비, 생활유지비 등등으로 대출과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가계의 부채는 날로 증가추세에 있다. '거품'이 꺼지는 날, 가정경제를 덮칠 '대재앙'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가계금융빚이 450조원을 넘어섰으며, 이는 가구당 평균 3천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4년 1/4분기 중 가계신용동향'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가계빚은 총 450조45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구당 부채 역시 2945만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9만원 늘어났다. 가계 부문 신용 위험 여전 하지만 가계부채의 증가는 크게 둔화되고 있는 편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증가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의 7조6100억원에 비해 62%나 급감했다. 이처럼 가계부채 증가폭이 한풀 꺾인 것은 앞으로 가계대출이 건전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신용불량자가 줄어들 수 있어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금융회사들이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했다는 반증일 수 있어 빚으로 연명하던 하층민들은 더욱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일 것이다. 또한 그만큼 신용판매도 감소했는데 이는 내수경기 활성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부정적인 면이다. 실제 1분기 가계신용잔액 중 외상구매는 24조7천억원으로 7.0% 감소했으며, 가계대출의 경우 지난해말 11조1천억원에서 4조7천억원으로 무려 58.3%나 급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정부의 부동산대책 등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 또한 절대적 규모로 가계신용이 사상최대치라는 점은 가계 부문의 신용 위험이 여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계신용은 사채 등 비제도권 금융을 뺀 수치로, 실제 가계빚은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특히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서민들은 비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러 더욱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또한 가계 신용의 95%를 차지하는 가계대출의 절반 정도는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부동산 관련 대출일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국내 부동산 거품이 급격히 위축될 경우 가계빚이 대거 부실화되어 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빚 갚을 능력 해마다 급격히 떨어져 실제 한국 가계의 빚 갚을 능력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빚 갚을 능력은 금융자산을 금융부채로 나눈 배율이라 볼 수 있는데, 이는 2001년 말 2.44배에서 2002년 말 2.07배, 2003년 말에는 2.06배로 지속 낮아지고 있는 상태. 이에 비해 미국은 3.4배, 일본은 3.5배, 프랑스는 5.5배 등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한편 6월 8일 동원증권은 신용카드사들의 지난 3월말 기준 현금서비스 잔액 규모가 20조원에 달하는 것은 여전히 '비(非)이성적'이라며 이를 절반 수준인 10조~12조원선까지 더 큰 폭으로 줄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원증권 관계자는 "1인당 서비스 잔액을 500만원으로 가정하면 이용자가 400만명에 달해 신용불량자 477만명과 현 연체자, 대환대출 이용자 100만명을 합하면 경제활동인구의 38%인 877만명이 신용불량자, 연체자, 대환대출 이용자, 연중 500만원 이상 현금서비스 이용자가 된다"고 분석했다. 동원증권은 카드사들이 감축해야 할 현금서비스의 적정 규모에 대해 "회원의 4분의 1이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전업카드사인 LG, 삼성카드의 회원당 평균 현금 서비스 이용한도를 고려하면 적정 현금서비스 규모는 11조4천억원"이라고 분석하고 "연말까지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잔액은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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