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여론에도 나경원, “與, 산불 심각성 말 안해”
팩트체크 해보니...산불 인지 후에도 정 실장 1시간 발목 잡아

4일 오후 7시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미시령 인근 야산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산불이 발생했다.ⓒ/강릉산림항공관리소 제공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정의용 이석 논란’으로 뭇매를 맞는 모습이다.

나 원내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이 산불이 한창이던 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재난 책임자’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보내주지 않았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청와대는 5일 “위기관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화재 대처를 제시간에 대응했음을 피력했지만 강풍으로 인해 현재까지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가 5일 강원도 고성군·속초시·강릉시·동해시·인제군 일원에 ‘재난사태’를 선포하는 등 심각한 재난 상태로 진행되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당이 ‘강원도에서 산불이 났다’는 사실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소속 운영위원장에게 듣고도 ‘질문’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정 실장의 발목을 3시간 넘게 붙잡아 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여론도 들끓고 있다.

◆나경원 “강원 산불 심각성 정확히 몰랐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사진 /시사포커스 DB]

나 원내대표는 5일 의원총회에서 “저희로서 유감스러운 게 그 당시에 심각성을 보고하고, 정말 이석이 필요하다면 이석에 대한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런 말씀이 없었기 때문에 상황 파악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여당 쪽에서 정 실장이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해야 되니, 빨리 좀 이석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고 저희는 ‘그래도 한 번씩은 질의를 하고 가게 해 달라’고 했었다”며 “7시 45분경에도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해서 정회하면 바로 이석하게 해 달라’고 또 요구했었는데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우리가 1회 질의가 끝난 다음에 이석하는 쪽으로 하자’고 하고 회의를 정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는 사실 회의에 집중하느라고 산불에 대해 알고 있지 못했는데 ‘산불로 인한 이석’은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9시 20분에 다시 회의를 개의했을 때도 산불의 심각성으로 인해서 안보실장이 먼저 이석해야 되겠다고 양해를 구한 바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9시 30분쯤 돼서 홍 원내대표(운영위원장)가 갑자기 ‘불이 났는데 보내야 되지 않겠냐’고 했고, 저희는 심각성을 사실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에서 서너 분이 질의를 하면 끝나기 때문에 길어야 30분이라고 생각을 해서 ‘하고 가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고 전했다.

◆팩트체크 해보니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사진 / 박상민 기자<br>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사진 / 박상민 기자

국회 영상회의록을 보면 홍 운영위원장은 4일 7시45분쯤 정회를 선언하면서 정 실장의 이석을 요청했다. 이때는 나 원내대표 말대로 ‘한미 정상회담’을 이유를 들어 이석을 요청했다.

홍 운영위원장은 “정 실장이 오는 10일 대통령의 미국 정상회담 때문에 업무가 많다고 해서 아까부터 요청했는데 추가로 정 실장에게 질문할 의원들이 없으면 먼저 이석할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하겠다”며 “꼭 계셔야 한다 하면 계시고 아니면 저희가 양해해드리자”고 말했다.

정 원내수석부대표는 “아직 질의하지 못한 의원들이 있기 때문에 (질의) 한번 끝내고 다시 판단하자”고 요청했고 홍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들이 동의 안하면 좀 있어야 겠다”고 답했다.

산불에 대한 언급은 9시20분 회의가 속개되고 9시32분쯤 처음 나왔다. 홍 운영위원장은 “지금 언론에도 크게 보도되고 있는데 고성 산불 문제를 지금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가”라고 강원도 산불 문제로 시선을 끌었다.

정 실장은 “저녁 7시 반경에 변압기에서 발화가 되어서 고성군에서 시작했습니다만 바람이 동향으로 불어서 속초 시내까지 번지고 있다”며 “그래서 민간인 대피령 내렸고, 소방차 50개 동원했고 헬기는 야간이라 작동 못하고 있다. 일단 1차장을 위기관리센터로 보내서 상황 관리토록 했다”고 전했다.

이어 홍 운영위원장은 “지금 속초 시내도 주민들 대피령도 내릴 정도로 굉장히 상황이 심각하다”며 “정 실장은 이 건에 대해서도 지휘해야 하는데 그걸 감안해서 위원들이 질의를 좀 해주고 위원들 추가 질의가 없는 게 확인되면 바로 이석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양석 한국당 의원,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 질의 및 발언이 끝난 10시쯤 홍 운영위원장은 “오후부터 여러 사정 있어서 정 실장 일찍 떠나게 해주면 좋겠다고 했는데 합의 안해줬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홍 운영위원장은 “지금 고성 산불 굉장히 심각한 것 같다. 속초 시내에서 민간인 대피까지 시키고 있고 근데 위기대응 총 책임자인데 (이석) 양해 구했더니 ‘안된다’고 하면서 시간 보내고 있어서 안타깝다”며 “국회에서 지금 저렇게 대형 산불이 생겨서 민간인 대피까지 하고 있는데 대응해야 할 책임자를 우리가 ‘이석 시킬 수 없다’고 잡아놓는 게 옳은 건진 잘 모르겠다. 때가 되면 위원장 직권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 원내수석부대표는 “외교 참사는 더 크다”고 비꼬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도 “위원장께 심한 유감을 표시한다”며 “위원장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건 여당 원내대표가 아니라 위원장 자격이다. 운영위원장으로서 공정하게 진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고성산불도 그렇다. 저희도 정 실장 빨리 보내고 싶다”며 “그럼 순서 조정했으면 됐다. 여당 말고 먼저 야당 의원들 하게 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가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가 아까 분명히 얘기했다. ‘정 실장은 부득이 우리 질문 한번 돌 때까지 좀 계시고 관련된 비서관은 가도 좋다’고 했다. 생방송에서 저희가 뭔가 방해하는 것처럼 말하면 안된다”며 “청와대 사람 부르기가 쉬운가. 처음하는 업무보고다”라고 항의했다.

홍 운영위원장은 10시22분쯤 다시 “정 실장에게 아직도 질의할 의원이 있느냐”라고 물었고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네”라고 했고 홍 운영위원장은 “먼저 질의하게 하고 가시게 하자. 고성 산불 대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강 의원 질문이 끝난 뒤에도 같은당 송석준 의원이 손을 들었고 홍 운영위원장이 “몇 분 드릴까”라고 묻자 “다다익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송 의원이 질의시간을 초과,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도 질의를 이어가자 홍 운영위원장은 “모니터 좀 한번 켜시고 속보 한 번 보시라”라며 “지금 화재 3단계까지 발령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운영위원장은 “전국적으로 번질 수도 있는 화재다. 근데도 계속 질의하시겠느냐”며 “이런 위기상황에는 책임 담당자가 이석하게 해야 한다.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함께 가졌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정 실장은 10시 37분쯤 국회를 떠날 수 있었다. 이를 종합해보면 나 원내대표 해명대로 9시20여분쯤 회의가 속개되기 이전까지는 화재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 또 나 원내대표 말대로 처음에는 여당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이유로 이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산불로 인한 이석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산불의 심각성으로 인해서 안보실장이 먼저 이석해야 되겠다고 양해를 구한 바는 전혀 없다’고 해명한 부분은 사실과 달라 보인다.

정 실장이 ‘속초 시내까지 번지고 있다’, ‘민간인 대피령을 내렸다’, ‘1차장을 위기관리센터로 보내서 상황 관리토록 했다’고 9시30여분쯤 말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산불에 대해 인지하고 나서부터 1시간 동안 재난 컨트롤타워인 정 실장의 발목을 붙잡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野, ‘한국당’ 집중 포화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사진 / 시사포커스 DB]

민주당은 이같은 사실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눈살 찌푸리게 했다”고 강조했다.

박 최고위원은 “위기에 대응해야 될 안보실장, 그리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 발이 묶여서 제대로 대응을 못 하지 않는가 하는 우려가 되는 장면이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 원내대표(운영위원장)가 여러 차례 호소를 하고 위기 대응에 임할 수 있도록 대처를 좀 해달라고 한국당에 부탁 했지만 한국당은 그런 호소를 무시하고 상당히 늦은 시간까지 위기 대응의 핵심 인력들을 운영위에 붙잡아두는 일을 벌였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국민 안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씁쓸함을 느끼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의원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당을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노웅래 의원은 “시급한 재난대응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며 “야당 질의가 아무리 중요해도 국민 목숨보다 중요한가. 상식적인 수준에서 행동하자”라고 꼬집었다.

이석현 의원은 “야당 너무하다. 질문이 중요하냐 생명이 중요하냐”며 “재난대비 책임자를 붙들고 질문한다”고 거들었다.

박광온 의원도 “산불재난 사태에도 정의용 안보실장은 10시38분, 비서실장은 11시 30분이 돼서야 이석했다”고 공세를 펼쳤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고의 초동 대처가 중요해 빨리 보냈어야 했다”며 “나 원내대표가 빨리 보내자고 했으면 굉장히 국민적 지지를 받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의당도 “국민안전 발목잡은 한국당”이라고 힐난했다. 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한국당은 자신들의 질문할 권리가 중요한가,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이 중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사태의 심각성을 자신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며 “속초·양양을 지역구로 둔 자유한국당 이양수 의원이 8시에 산불 소식을 접하자마자 운영위를 떠났다고 하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가. 결국 어제 한국당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정쟁을 택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쉽게 끝날까?

화재가 진화된다 해도 논란이 금방 수그러질지는 미지수다. 한국당이 논란 확산을 차단하는 것보단 논란에 자꾸만 기름을 붓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지난 4일 SNS에 “오늘만 인제, 포항, 아산, 파주, 네곳에서 산불. 이틀 전에는 해운대에 큰 산불. 왜 이리 불이 많이 나나”라는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이 게시된 이후 두시간 뒤 강원 고성에서 산불이 발생, 속초까지 번지자 네티즌들이 ‘조롱하는 것인가’라고 항의 댓글을 달자 문제의 글을 삭제했다.

또한 민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긴급회의에서 ‘산불이 북으로 계속 번질 경우 북한 측과 협의해 진화 작업을 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 “대형산불 발생 네 시간 후에야 총력대응 긴급 지시한 문 대통령. 북으로 번지면 북과 협의해 진화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빨갱이 맞다. 주어는 있다”는 글을 게시해 비판을 받아 또 해당 글을 삭제했다.

같은 당 김형남 의원도 SNS를 통해 “산불이 시내까지 번져 마치 전쟁이 일어난 것 같다. 문재앙 정권의 재앙의 끝은 어디인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화마가 할퀸 폐허에 애석함을 표하고, 현장에서 국민과 공감하는 모습까지 기대치는 않지만 재난으로 사람이 죽지 않았는가”라며 “정치인의 도리는 어디다 내던졌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국민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이 틈을 타 색깔론을 꺼내든 민 대변인은 제1야당 대변인으로서 자격 없다”며 “대변인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